2026년 9월 2일 수요일 08:38
'형편 어려울수록 더 준다'…기초연금 저소득 노인 월 38만원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소득 하위 30% 348만명 월 38만원…부부 감액률도 20%→10%로 완화

정부가 내년에도 만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 형편이 어려운 노인에게 조금 더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손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소득 하위 30%다. 이들은 올해보다 월 3만원 많은 38만원을 받는다.
소득 하위 30~45%는 월 35만9000원, 하위 45~70%는 올해와 같은 35만원을 받는다.
정부가 당초 검토했던 '수급 대상 축소'는 일단 접었다.
문제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득 하위 30%가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단순히 월급이 얼마인지로만 따지는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에서는 월급과 국민연금 같은 실제 소득에 집과 예금, 자동차 등 재산을 일정 방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친 '소득인정액'을 본다.
현재 2026년 기준으로는 노인 단독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월 247만원 이하, 부부가구는 395만2000원 이하면 기초연금 대상인 소득 하위 70%에 들어간다.
쉽게 말하면 월소득이 247만원이라는 뜻이 아니라, 소득과 재산을 모두 돈으로 환산해 계산한 값이 이 기준 이하여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매달 국민연금으로 80만원을 받는 노인이 자기 집 한 채와 예금 5000만원을 갖고 있다고 하자.
이 경우 80만원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집과 예금에서 기본재산액 등을 빼고 남은 재산을 월소득으로 환산해 더한다.
반대로 소득이 거의 없어도 서울에 비싼 아파트와 상당한 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면 소득인정액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재산이 얼마면 하위 30%'라고 한 줄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짜는 과정에서 저소득 구간을 설명하기 위해 활용한 기준을 보면 대략적인 감은 잡을 수 있다.
정부가 검토했던 안에서는 기준중위소득 20% 이하를 노인 소득 하위 약 30% 수준으로 봤다.
올해 기준중위소득으로 계산하면 1인 가구 월 약 51만원 수준이다.
기준중위소득 20~40%는 월 약 51만~103만원 수준으로, 노인 소득 하위 약 30~45% 구간과 대체로 대응했다.
내년 기준중위소득은 더 오른다. 2027년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월 273만6042원으로 결정됐다.
이를 단순히 20%와 40%로 계산하면 각각 약 54만7000원, 109만4000원이다.
2인 가구는 기준중위소득이 448만645원으로, 20%가 약 89만6000원, 40%가 약 179만2000원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월 54만원을 벌면 무조건 기초연금 38만원을 받고, 월 55만원을 벌면 못 받는 식의 제도가 아니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내년에도 '노인 소득 하위 30%, 45%, 70%'라는 상대적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 개인별 해당 여부는 노인가구의 소득·재산을 합산한 소득인정액과 정부가 정하는 선정기준을 함께 봐야 한다.
재산을 소득으로 바꾸는 방식 때문에 같은 2억원짜리 집을 갖고 있어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사는 지역에 따라 기본재산 공제액이 다르고 금융재산에도 별도 공제가 적용된다.
부채가 있다면 재산에서 일부 차감된다. 근로소득에도 일정 공제가 있어 실제 월급 전체가 그대로 소득인정액에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집 5억원이면 탈락', '예금 1억원이면 하위 30%'처럼 단순하게 판단하면 틀릴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편에서 저소득 노인 부부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 크다.
현재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를 감액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45% 이하 부부에 대해서는 감액률을 10%로 낮출 예정이다.
이에 따라 소득 하위 30% 부부가구의 기초연금은 올해 월 56만원 수준에서 내년 68만4000원으로 늘어난다.
하위 30~45% 부부는 월 64만6000원을 받을 전망이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에게도 변화가 있다.
현재는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가 원칙적으로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45% 이하인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 약 11만명을 새로 포함할 계획이다.
정부가 선택한 방향은 명확하다.
노인 10명 중 7명에게 지급하는 기존 틀은 유지하되 돈이 더 필요한 노인에게 인상분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가장 무난한 선택이기도 하다.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이면 당장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노인이 생긴다.
정부가 검토했던 기준중위소득 연계안은 장기적으로 수급자를 줄일 가능성이 있었지만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대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하위 45~70% 구간의 기초연금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일부 재정을 아끼기로 했다.
그 대가는 재정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올해 23조1000억원에서 내년 25조7000억원으로 약 2조6000억원 늘어난다.
고령화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노인 70% 지급' 원칙을 계속 유지한다면 기초연금 예산은 앞으로도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개편의 핵심은 간단하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은 더 받는다. 기존 수급자는 웬만하면 그대로 받는다. 대신 정부가 고민했던 기초연금의 구조개혁은 뒤로 미뤄졌다.
당장 연금을 받는 노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까지 생각하면 이것으로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기초연금 논쟁은 결국 '누구에게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더 어려운 질문으로 돌아온다.
'노후 빈곤을 줄이면서도 앞으로 수십 년간 감당할 수 있는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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