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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9일 화요일 03:49

1분기 GDP 1.8% 성장…반도체 수출이 끌어올렸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수출 5.9%·설비투자 6.6% 급증…명목 GDP는 50년 만에 최대폭 증가

1분기 GDP 1.8% 성장…반도체 수출이 끌어올렸다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에 힘입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속보치보다 상향 조정됐고, 명목 GDP 성장률은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9일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가 직전 분기 대비 1.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분기 기준으로는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성장의 핵심은 수출과 설비투자였다. 1분기 수출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5.9% 증가했다. 수출 증가율은 2020년 3분기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입도 기계 및 장비,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3.9%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증가에 힘입어 6.6% 늘었다. 이는 2021년 1분기 이후 5년 만의 최고 증가율이다. 건설투자도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며 1.4%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의류 등 재화 소비와 금융 등 서비스 소비가 늘면서 0.6% 증가했다.

성장률 기여도를 보면 순수출은 1분기 GDP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입 증가에도 수출 증가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 내수의 기여도는 0.7%포인트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9% 증가했다. 특히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조업이 15.4% 늘며 전체 제조업 성장을 주도했다. 반면 비ICT 제조업은 0.9% 감소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업 증가에도 운수업 감소 영향으로 0.6% 성장에 그쳤다.

명목 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1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5%로, 1976년 1분기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1% 성장해 1995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명목 GDP 급증이 국내 물가 상승보다는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화용 한국은행 국민소득부장은 “1분기 명목 GDP 성장률 상승은 국내 물가 상승이 아니라 수출 기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소득 지표도 개선됐다. 1분기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11.0% 증가해 5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질 GNI 증가율도 9.2%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교역조건 개선과 국외순수취요소소득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총저축률은 41.7%로 전 분기보다 5.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88년 4분기 이후 37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최종 소비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돈 결과다.

2025년 1인당 GNI는 3만6963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높은 명목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1인당 GNI가 4만달러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기업 실적과 원·달러 환율 흐름에 따라 달성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GDP 잠정치는 한국 경제가 반도체 경기 회복과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의 수혜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도체 수출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와 기술주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인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성장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와 ICT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는다. 수출 호조가 내수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할 경우 경기 회복 체감도는 제한될 수 있다. 향후 한국 경제의 관건은 반도체 중심 성장세가 소비, 고용, 설비투자 확대로 얼마나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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