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14일 화요일 05:34
삼성전자 노조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 84% 반대”…내년 교섭 의제로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수만 명 근무지·처우 걸린 사안”…주 52시간 예외 검토에도 강력 반발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 제1조정회의실에서 열리는 사후조정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4006756349-478070975.webp)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초기업노조는 13일 성명을 내고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일할 사람도 투자할 회사도 확신하지 못하는 계획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과의 면담 과정에서 경영진 역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번 프로젝트를 내년도 교섭 의제로 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노조는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걸린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생산라인 이전과 인력 재배치, 장거리 전보, 주거 지원, 근무환경 변화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합원들의 의견이 사전에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여당이 대형 국가 프로젝트에 대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검토하는 움직임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한쪽에서는 주 4.5일제를 추진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메가프로젝트를 이유로 주 52시간 상한을 해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도체 인력도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라고 밝혔다.
최근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산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이 고착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는 공장 건설뿐 아니라 인력 이동과 근무체계 개편, 지역 정착 문제까지 함께 수반하는 만큼 단순한 투자 결정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노조 측 입장이다.
노조는 정부를 향해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를 둘러싼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재차 제안했다.
정부와 기업이 투자 규모와 부지, 인프라 계획을 먼저 확정한 뒤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아니라 초기 단계부터 근무조건과 인력 운영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다.
향후 삼성전자 노사가 해당 프로젝트를 실제 교섭 의제로 다루게 될 경우 투자 결정과 경영권의 범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개정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대규모 투자와 사업장 재배치를 교섭 대상으로 요구하면서 기업의 경영상 의사결정에 노동조합이 어느 수준까지 참여할 수 있는지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는 지역 균형발전과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전력·용수·인력 확보뿐 아니라 노동계 동의와 근무조건 조정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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