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요일 00:47
골드만삭스, 22억5000만달러에 네오스 인수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BTCI·이더리움 수익형 ETF까지 라인업 편입…월가의 암호화폐 ETF 경쟁 ‘가격 추종→수익 창출’ 확대

골드만삭스가 미국 ETF 운용사 네오스 인베스트먼츠를 인수하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 기반한 수익형 ETF 사업을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네오스를 최대 2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알려진 약 10억달러보다 실제 거래 규모가 두 배 이상 크다. 거래는 규제 승인 등을 거쳐 2027년 1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네오스는 2022년 설립된 비교적 신생 자산운용사지만 옵션을 활용해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19개 ETF를 통해 약 3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상품은 NEOS Bitcoin High Income ETF(BTCI)다. BTCI는 단순히 비트코인 가격 상승만을 추종하는 ETF가 아니다.
비트코인에 직접 노출되는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하는 동시에 비트코인 선물 ETF를 기반으로 콜옵션을 매도해 높은 월간 분배금과 가격 상승 가능성을 함께 추구한다.
네오스가 밝힌 BTCI의 투자 전략은 크게 비트코인 ETP를 통한 가격 노출과 옵션 전략을 통한 월간 인컴 창출로 구성된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을 단순히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드는 구조다.
BTCI의 성장 속도도 상당하다. 네오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 기준 BTCI 순자산은 약 11억500만달러에 달했다.
2024년 10월 16일 출시된 이후 2년도 지나지 않아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6월 30일 기준 분배율은 26.16%로 나타났으며 매월 분배하는 구조다. 다만 이 수치를 일반적인 은행 예금의 연 26% 이자처럼 이해해서는 안 된다.
BTCI의 분배금에는 옵션 프리미엄과 이자, 자본이득뿐 아니라 투자원금 반환(return of capital)이 포함될 수 있다. 높은 분배율 자체가 동일한 수준의 투자수익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BTCI의 6월 말 기준 최근 1년 NAV 수익률은 -40.91%였다.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옵션 전략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품이다.
BTCI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월가의 비트코인 금융상품들이 서로 연결되는 구조도 확인할 수 있다.
7월 28일 기준 주요 보유자산에는 미국 단기국채와 함께 블랙록의 iShares Bitcoin Trust ETF(IBIT), VanEck Bitcoin ETF(HODL) 등이 포함돼 있었다. 당시 IBIT 비중은 15.75%, HODL은 8.54%였다.
BTCI 자체가 비트코인을 직접 대량 보관하는 단순 현물 ETF라기보다 기존 비트코인 ETP와 국채, 옵션을 조합해 투자성과와 현금흐름을 만드는 금융상품이라는 의미다.
이번 인수로 골드만삭스가 확보하게 되는 암호화폐 ETF는 BTCI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네오스는 비트코인 하이 인컴 ETF를 비롯해 부스티드 비트코인 하이 인컴 ETF와 이더리움 하이 인컴 ETF 등 암호화폐 기반 인컴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거래가 완료되면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 노출에 옵션 전략을 결합한 암호화폐 ETF 라인업까지 확보하게 된다.
이는 전통 금융회사의 암호화폐 상품 전략이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초기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처럼 '암호화폐 가격을 얼마나 정확하게 추종하느냐'가 경쟁의 핵심이었다.
이제는 같은 비트코인을 이용해 월간 현금흐름이나 하방 방어 등 서로 다른 투자 결과를 만드는 상품으로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ETF 분석가 에릭 발추나스도 이번 인수에 주목했다. 그는 골드만삭스가 몇 달 전 신청했던 비트코인 커버드콜 상품을 왜 출시하지 않았는지 이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자체 상품을 새롭게 출시해 처음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보다 이미 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을 확보한 BTCI와 관련 운용역량을 가진 네오스를 인수하는 편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오스 인수의 핵심은 개별 ETF 몇 개에만 있지 않다. 네오스가 가진 옵션 운용기술과 투자자 기반, ETF 브랜드와 운용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골드만삭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번 거래는 단발성 인수도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월 'Defined Outcome ETF' 분야의 대표 운용사인 이노베이터 캐피털 매니지먼트(Innovator Capital Management)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이노베이터는 171개 ETF에서 약 31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었다. 인수가 완료되면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글로벌 ETF 운용자산은 약 9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네오스까지 합류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오스 인수가 완료되면 골드만의 미국 액티브 ETF 자산은 약 8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노베이터가 시장의 상승·하락폭을 일정 범위에서 관리하는 결과 중심 ETF에 강점이 있다면 네오스는 옵션을 활용해 정기적인 인컴을 만드는 상품에 특화돼 있다. 골드만이 서로 다른 액티브 ETF 전략을 동시에 확보하는 셈이다.
이번 인수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비트코인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월가에서 비트코인은 투자 여부 자체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대체자산이었다.
현물 ETF 등장 이후에는 기관투자자가 기존 증권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하나의 자산군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비트코인이 다양한 금융상품을 설계하기 위한 '기초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뿐 아니라 옵션을 결합해 월간 수익을 추구하거나 상승·하락 위험을 조정하는 상품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네오스 인수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트코인 수익형 ETF'라는 표현만 보고 고배당 상품으로 단순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커버드콜 전략은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할 경우 상승 수익 일부가 제한될 수 있고,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옵션 수익만으로 손실을 모두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높은 분배율과 높은 총수익률도 서로 다른 개념이다. 결국 이번 거래의 핵심은 골드만삭스가 11억달러 규모의 BTCI 한 개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넘어선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비트코인을 단순 보유하거나 가격을 추종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드는 ETF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2027년 1분기 네오스 인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비트코인·이더리움 기반 인컴 ETF가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자산운용 플랫폼과 결합하면서 월가의 암호화폐 금융상품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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