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6일 일요일 17:18
美 OCC, 트럼프 연계 월드리버티트러스트에 조건부 인가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연방 감독 아래 스테이블코인 발행·준비금 관리·디지털자산 수탁 계획 예금·대출 없는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최종 승인·개업 심사 남아

미국 은행 감독당국이 트럼프 일가와 연계된 가상자산 프로젝트 월드리버티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의 연방 신탁은행 설립 계획에 예비 승인을 내렸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월드리버티트러스트컴퍼니(World Liberty Trust Company, National Association)의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 설립 신청을 검토한 결과 특정 규제 및 정책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예비 조건부 승인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OCC는 “제출된 정보와 신청인의 진술 및 이행 약속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며 최종 승인 전까지 필요한 개업 조건과 규제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OCC 공식 조건부 승인 문서
이번 승인은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연방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 설립 절차에 공식적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부터 은행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는 자본금과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정보보안, 경영진 및 이사회 구성 등 OCC가 제시한 개업 전 조건을 충족한 뒤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신청한 인가는 일반적인 상업은행 라이선스와 성격이 다르다.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는 고객 자산의 수탁과 관리, 신탁업무 및 관련 금융서비스에 특화된 제한목적 은행이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는 일반 고객의 예금을 받아 이를 기반으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하는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번 조건부 승인을 ‘트럼프 가상자산 기업의 일반 은행 설립 승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법적인 은행 지위를 갖게 될 수 있지만 업무 범위는 승인된 신탁·수탁 및 스테이블코인 사업으로 제한된다.
OCC도 승인 조건을 통해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신탁회사의 업무와 이에 부수되는 활동으로 사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의 핵심 사업은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1과 관련돼 있다.
최종 승인을 받으면 USD1의 발행과 상환, 준비자산 관리를 직접 수행할 계획이다. 기관 고객을 대상으로 디지털자산 수탁과 자산 전환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재 USD1의 독점 발행 및 수탁 역할은 비트고 뱅크앤드트러스트(BitGo Bank & Trust)가 맡고 있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최종 인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하면 비트고로부터 USD1의 발행 및 수탁 기능과 준비자산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관련 자산 이전도 감독당국의 심사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USD1은 미국 달러 준비자산을 바탕으로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다.
월드리버티 측은 기존 제3자 기관에 의존했던 발행과 준비금 관리, 수탁을 하나의 연방 감독기관 아래 통합하면 운영 효율성과 기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는 시장조성자와 거래소, 투자회사 등 기관 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디지털자산 수탁은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고 이전 권한을 관리하는 업무다. OCC 문서에 따르면 회사는 신탁 의무가 적용되는 수탁자로서 고객자산을 관리한다.
자산 전환 서비스는 수탁 고객이 승인된 다른 스테이블코인을 맡기고 USD1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다.
다만 해당 서비스는 월드리버티트러스트의 수탁 고객과 수탁 중인 자산으로 범위가 제한된다.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무제한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회사는 USD1 출시 초기 발행과 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 사이의 전환비용을 낮추고 기관 이용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OCC는 월드리버티트러스트에 최소 2000만달러의 기본자본을 유지하도록 요구했다. 이 가운데 기본자본의 50%와 1000만달러 중 더 큰 금액을 적격 유동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는 영업 초기 손실이나 운영 위험에 대응하고 고객자산 수탁과 스테이블코인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건이다.
회사는 개업 후 첫 3년 동안 사업계획과 위험 한도를 크게 변경하려면 최소 60일 전에 OCC에 통보하고 서면으로 이의가 없다는 결정을 받아야 한다.
새로운 상품을 추가하거나 사업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경우도 감독당국의 사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내부통제 체계도 갖춰야 한다. 회사는 일상적인 영업과 위험관리 업무에서 독립된 내부감사 책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내부감사 계획과 보고서, 지적사항의 개선 여부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
최고준법감시책임자와 은행비밀법 책임자, 최고기술책임자, 최고정보보안책임자 및 신탁업무 책임자 등 주요 인사를 선임할 때는 OCC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USD1이 여러 국가와 블록체인에서 유통될 수 있는 만큼 고객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제재 대상 거래 차단, 지갑 모니터링 체계가 중요한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해킹과 개인키 탈취, 스마트컨트랙트 결함, 네트워크 장애에 대비한 정보보안 및 복구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
OCC는 개업 예정일 최소 60일 전에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는 확인서와 개업 전 검사를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번 예비 승인은 무기한 유지되지 않는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승인일로부터 12개월 안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하지 못하거나 18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하지 못하면 조건부 승인은 만료된다.
회사가 준비를 마치더라도 OCC의 개업 전 검사와 최종 승인을 통과해야 한다. OCC는 중간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면 예비 승인을 수정하거나 중단 또는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은행 인가를 최종 취득했다고 표현하기보다 ‘연방 신탁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USD1 외에도 자체 거버넌스 토큰 WLFI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OCC의 승인 문서에 따르면 월드리버티트러스트는 WLFI 토큰을 발행하거나 수탁 또는 거래하지 않는다.
신탁은행의 승인 대상은 USD1 발행 및 상환과 준비금 관리, 기관 대상 디지털자산 수탁 및 전환 서비스다.
이는 트럼프 일가와 연결된 WLFI 토큰 사업 전체가 OCC 감독을 받거나 은행 인가를 획득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월드리버티트러스트는 간접적으로 공통 소유자를 두지만 법적으로 구분되는 사업체다.
이번 승인에서는 월드리버티파이낸셜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관계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도 쟁점이 됐다.
OCC는 신청과 관련해 4명의 의견 제출자로부터 총 7건의 의견을 받았다. 일부 의견은 트럼프 일가와 위트코프 일가, 아랍에미리트 투자자 및 현 행정부 사이의 잠재적인 이해충돌을 제기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통화감독관이 대통령 가족과 연계된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OCC는 이번 신청이 정치적으로 임명된 인사가 아닌 경력직 직원에게 위임된 절차를 통해 심사됐다고 설명했다.
경력직 OCC 직원들이 기존 법률과 규정, 신규 은행 인가 기준에 따라 신청서를 검토했으며 향후 감독과 법 집행도 동일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는 입장이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월드리버티트러스트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수동적 투자 확약서를 제출했다. OCC는 이 확약을 승인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포함했다.
다만 정치권의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가 가상자산 사업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경우 규제정책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최종 인가를 받으면 여러 주의 개별 규제 대신 OCC의 연방 감독 아래 전국 단위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한다.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준비금 관리, 수탁업무를 하나의 규제체계 아래 통합하면 주별 인허가 부담을 줄이고 기관 고객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연방 신탁은행이라는 지위는 은행과 투자회사, 거래소가 USD1을 채택할 때 규제 신뢰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반면 연방 인가를 받더라도 USD1의 가치가 정부에 의해 보장되거나 예금보험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은 준비자산의 품질과 수탁 구조, 상환 능력 및 운영 체계에 좌우된다. 이용자는 연방 감독을 받는다는 사실과 원금이 보장된다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이번 조건부 승인은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USD1을 단순한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토큰이 아니라 미국 연방 감독을 받는 결제·수탁 인프라로 확대하려는 전략의 핵심 단계다.
향후 관건은 월드리버티트러스트가 최소 자본과 내부통제, 자금세탁방지 및 정보보안 요건을 충족하고 OCC의 최종 개업 승인을 받을 수 있는지다.
최종 인가가 내려지면 USD1 발행 구조와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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