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8일 금요일 06:15
[종합] “경기 잘 나가도 물가부터 잡는다”…한은, 금리 3%로 올리고 성장률 3.3% 상향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두 달 연속 금리 인상 ‘이례적 긴축’…반도체 특수에 성장 전망 높였지만 물가·환율·집값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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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예상보다 강한 경기 회복에도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을 시작한 직후 곧바로 ‘백투백’ 인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결정에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금통위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물가 오름세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 “가래 대신 호미”…한은, 관례 깨고 선제 인상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연속 금리 인상을 두고 “관례에서 벗어난 조치”라며 시장에 강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저희는 이번에 호미로 정책을 편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이 더 확산된 뒤 대응하면 경제 전체가 치러야 할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금리를 올렸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이번 인상이 물가뿐 아니라 환율과 가계부채, 수도권 집값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재는 “선제 대응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통화정책이 외환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시스템의 중장기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도 장기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제시됐다.
신 총재는 “금리가 특효약은 아니지만 대체로 금리가 올라가면 금융취약지수가 내려간다”고 말했다.
◇ 반도체가 끌어올린 성장률…올해 전망 2.6%→3.3%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0.7%포인트 높였다.
정부 전망치 3.0%를 웃도는 수준이며,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 전망이다. 지난 5월 전망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0.7%포인트 높인 것으로,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향 조정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은 전 분기보다 1.8% 성장했고 2분기에도 0.6% 성장하면서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이 경기 상승세를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은 올해 재화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4.9%에서 9.7%로 거의 두 배 높였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4%에서 6.8%로 상향했고 민간소비 전망도 2.0%에서 2.1%로 높였다. 반면 건설투자는 0.6%에서 0.2%로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기존 2.1%에서 2.9%로 0.8%포인트 상향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경기 확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지고 그 효과가 내수와 다른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성장 좋아졌는데 왜 금리를 올리나…“오히려 물가 자극”
경제가 좋아지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줄어들고 오히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여지가 커진다.
현재 한국 경제가 바로 이런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 6월 3.2%를 기록한 뒤 7월 2.8%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7월 2.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로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면 수요 측 물가 압력까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2분기 실질 국내총소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6% 증가해 198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소득 여건 개선으로 소비 여력이 커지는 점도 향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2.7%, 2.3%로 유지됐지만 근원물가 전망은 각각 2.5%로 기존보다 높였다.
◇ 환율 1,500원대서 1,300원대로…한미 금리차도 축소
금리 인상은 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인상으로 한국 기준금리는 3.00%가 됐고 미국 정책금리 3.50~3.75%와의 격차는 기존 1.00%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줄었다. 2022년 말 이후 가장 좁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 초 장중 1,560원을 웃돌았지만 최근 빠르게 안정됐다. 지난달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데 이어 이달 19일에는 1,400원을 밑돌았고, 24일에는 장중 1,376.5원까지 떨어졌다.
신 총재는 현재 환율이 과거보다 안정됐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원화가 추가로 강해지는 것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화가 강해지면 달러로 수입하는 원유와 원자재 가격 부담이 줄어 수입물가를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대출자 부담은 더 커진다…가계부채 2천조 돌파
금리 인상의 부작용도 뚜렷하다.
2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2천19조8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2천조원을 넘어섰다.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도 0.56%로 같은 달 기준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1조8천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이자 부담도 약 1조5천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물가와 환율, 집값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동시에 취약차주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했고 1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금리 인상 국면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나온 것도 3년 7개월 만이다.
◇ “6개월 안에 한 번 더?”…점도표 중간값 3.25%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은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낸 점도표를 보면 3.25% 전망이 10개로 가장 많았다. 3.50%가 6개, 현재 수준인 3.00%가 5개였다. 중간값은 3.25%다.
신 총재도 “6개월 동안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네 번 있는데 지금보다 한 번 더 인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두 차례 연속 인상에 나선 만큼 당분간은 긴축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향후 금리 결정에서는 8~9월 물가와 2분기 명목 GDP, 기업심리지수 등이 주요 지표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연속 인상 효과를 확인한 뒤 이르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한국 경제 ‘반도체 특수’…AI 투자 꺾이면 성장률도 변수
향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와 AI 투자 흐름이다.
한국은행은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이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생산능력이 늘어나면서 수출 물량 증가율은 올해 10%대 후반에서 내년 10%대 초중반으로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AI 투자가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성장률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AI 수익모델이 다양해지고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해질 경우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2%포인트, 내년에는 0.6%포인트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화가 지연돼 글로벌 빅테크의 투자 속도가 둔화될 경우 올해 성장률은 0.1%포인트, 내년에는 0.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물가와 자산시장에 대한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경기 부양보다 물가와 금융안정을 우선하며 이례적인 연속 금리 인상을 선택했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이번 긴축이 물가와 환율, 수도권 집값을 얼마나 진정시킬지, 그리고 반도체 호황이 추가 금리 인상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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