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5일 화요일 00:22
“반도체가 세금까지 끌어올렸다”…내년 예산 800조 넘고 국세 600조 전망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반도체 호황·증시 강세에 법인세·증권거래세 증가…추가세수 160조원 안팎, 미래대응기금 재원 확대 가능성

정부가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 800조원대 예산을 편성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와 증시 강세가 이어질 경우 국세수입은 600조원을 넘고 추가세수도 160조원 안팎에 달할 수 있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이 같은 방향의 내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막바지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 본예산 729조9000억원보다 10% 이상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내년도 예산은 800조원을 넘어선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9%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700조원대 예산이 편성된 데 이어 불과 1년 만에 예산 규모의 앞자리가 다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지출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세수 회복이 있다.
특히 반도체 호황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법인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국내 주요 기업의 이익 규모가 늘었고 이에 따라 법인세 수입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시 강세 역시 정부 세입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코스피 거래가 활발해질수록 증권거래세를 비롯한 관련 세수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국세수입을 421조1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세수 흐름을 반영하면 실제 국세수입은 이를 크게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도 앞서 내년도 국세수입이 기존 전망보다 100조원 이상 많은 ‘500조원+α’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국세수입이 6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법인세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세수 규모가 기존 전망을 크게 웃돌 수 있다는 것이다.
국세수입이 600조원 수준까지 늘어나면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재원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정부는 내국세 가운데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한 추세치를 넘어서는 세수를 ‘추가세수’로 분류할 계획이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은 약 6%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내년도 내국세 추세치는 약 370조원으로 추산된다.
국세수입에서 내국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수년간 약 88~89% 수준이었다.
이를 적용해 국세수입이 600조원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내국세는 약 53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
추세치 370조원을 제외하면 약 160조원이 추가세수로 잡힐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인세 증가로 내국세 비중이 90% 이상까지 올라갈 경우 추가세수 규모는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 추가세수는 미래대응기금에 적립돼 향후 정부의 주요 정책사업에 활용될 전망이다.
미래대응기금은 경기와 세수 상황이 좋을 때 발생한 추가 재원을 적립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사용하는 일종의 재정 완충장치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추가세수 추정 규모와 함께 미래대응기금 적립액, 기금을 활용할 주요 사업 규모 등을 담을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예산 확대가 경기와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 인공지능과 반도체, 첨단산업, 사회간접자본, 복지 등 주요 분야에 투입되는 재정 규모도 커질 수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개발과 산업 지원 예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산업이 기업 실적과 주가 상승을 넘어 국가 재정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면 법인세가 늘어나고 주가 상승과 거래 증가가 증권 관련 세수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늘어난 세수는 다시 정부의 산업 지원과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세수 증가가 장기간 이어질지는 변수다.
반도체 산업은 경기와 공급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업종이다.
현재와 같은 호황이 꺾일 경우 법인세 증가세 역시 둔화될 수 있다.
증시 거래가 줄어들 경우 증권거래세 등 금융시장 관련 세수도 감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고정적인 지출 확대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특히 내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10%를 넘어설 경우 향후 세수 증가세가 둔화됐을 때 재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추가세수를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하려는 것도 이 같은 세입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예산 규모가 800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지출 증가 속도가 세수 증가보다 빨라질 경우 재정수지는 다시 악화될 수 있다.
반대로 국세수입이 실제로 600조원을 넘어선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지출 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결국 내년도 슈퍼예산의 핵심 변수는 반도체 호황이 어느 정도까지 세수 증가로 이어지느냐다.
정부가 예상하는 대로 법인세와 증권 관련 세수가 크게 늘어나면 800조원대 예산과 미래대응기금 확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 업황이나 증시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일 경우 현재 예상하는 추가세수 규모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총지출 규모와 국세수입 전망, 미래대응기금 운용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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