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4일 월요일 22:10
“카메라 회사 아니었네”…LG이노텍, AI 기판 키우자 영업익 300% 뛰었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카메라 모듈 의존 줄이고 고수익 반도체 기판 확대…내년 AI 가속기·서버용 FC-BGA 공급 본격화

LG이노텍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4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6% 증가했다.
북미 빅테크 고객을 확보한 FC-BGA 사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내년부터 AI 가속기와 AI 서버용 기판 시장에도 본격 진입한다.
24일 LG이노텍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매출 11조621억원, 영업이익 54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4%, 영업이익은 296% 증가했다.
LG이노텍의 상반기는 통상 계절적 비수기로 꼽힌다.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몰리는 하반기에 카메라 모듈 매출이 집중되는 사업 구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경우 올해 LG이노텍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현될 경우 2022년 이후 4년 만의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사업 구조 변화다.
LG이노텍은 그동안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카메라 모듈은 현재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매출이 특정 계절에 집중되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빨라지면서 수익성 부담이 커졌다.
이에 LG이노텍은 고수익 반도체 기판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고사양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LG이노텍이 주목하는 대표 제품은 FC-BGA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부가가치 기판이다.
CPU와 GPU, AI 가속기 등 연산 성능이 높은 반도체에 주로 사용된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될수록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분야다.
LG이노텍은 경북 구미에 ‘FC-BGA 드림 팩토리’를 구축하고 시장 공략을 확대해왔다.
지난해 북미 빅테크 고객사의 PC용 칩셋 제품을 시작으로 FC-BGA 양산에 들어갔고 이후 다른 북미 주요 고객도 추가로 확보했다.
내년부터는 적용처를 AI 가속기와 AI 서버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AI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과 PC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서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LG이노텍의 사업 구조에도 중요한 변화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기판 사업의 실적 기여도 이미 커지고 있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024년 368억원에서 올해 약 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17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신규 고객사 확보와 가동률 상승이 이어질 경우 FC-BGA 사업의 흑자 전환 시점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LG이노텍은 FC-BGA뿐 아니라 RF-SiP와 FC-CSP 등 다양한 반도체 기판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RF-SiP는 스마트폰의 무선통신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에 집적하는 기판이다.
LG이노텍은 2016년 이후 글로벌 RF-SiP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시장 점유율은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반도체 기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도 진행 중이다.
LG이노텍은 지난 6월 베트남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했다.
RF-SiP뿐 아니라 FC-CSP와 FC-BGA의 적용처가 늘면서 향후 공급 부족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반도체 시장 확대가 이런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AI 서버에는 기존 서버보다 훨씬 높은 연산 성능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GPU와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지고 칩의 크기와 전력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다.
고성능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산업에서 미세공정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첨단 패키징과 고사양 기판까지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AI 메모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을 통해 AI 공급망에 진입하는 구조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칩 투자를 확대할수록 FC-BGA와 같은 고사양 기판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사업을 장기적인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회사는 2031년까지 반도체 기판을 포함한 패키지솔루션 사업에서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회사 전체의 연간 영업이익 목표로 거론되는 1조원을 향후 패키지솔루션 사업 하나에서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미래 성장축으로는 피지컬 AI를 내세우고 있다.
피지컬 AI는 AI가 로봇과 자동차, 각종 기기 등 현실 세계의 장치와 결합해 움직이고 판단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서, 통신부품, 기판 등 기존에 보유한 다양한 기술을 피지컬 AI용 통합 솔루션으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와 로봇 시장이 확대될 경우 카메라와 센싱 부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LG이노텍에는 새로운 성장 기회다.
결국 LG이노텍의 최근 실적 개선은 단순히 스마트폰 시장 회복에 따른 결과만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메라 모듈에 집중됐던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기판과 AI 관련 부품으로 수익원을 넓히면서 계절성과 특정 고객 의존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AI 서버용 FC-BGA 공급이 본격화되고 신규 글로벌 빅테크 고객 확보가 이어질 경우 반도체 기판 사업의 실적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I 투자 확대가 GPU와 HBM을 넘어 반도체 기판과 첨단 패키징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LG이노텍이 새로운 AI 수혜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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