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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4일 월요일 23:07

“은행에 둘 이유 있나”…퇴직연금 하루 261억씩 증권사로 이동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퇴직연금 실물이전 15.9조원 돌파…DC·IRP 중심으로 증권사 이동 뚜렷, 제도 개선 땐 머니무브 더 빨라질 듯

“은행에 둘 이유 있나”…퇴직연금 하루 261억씩 증권사로 이동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 이후 하루 평균 261억원씩 금융사 간 자금 이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DC형과 IRP 자금이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총 25만여 건, 15조9000억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금융사 간 이동했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약 261억원, 409건꼴이다.

올해 들어 이동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올해 상반기 이전 금액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000억원의 두 배를 넘어섰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기존 금융사에 그대로 머무르기보다 수익률과 상품 경쟁력을 비교해 적극적으로 계좌를 옮기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이동이다.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 이후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퇴직연금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 이동액의 33%를 차지했다.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금액은 4조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이동 자금 세 건 가운데 한 건꼴로 은행에서 증권사로 향한 셈이다.

퇴직연금 유형별로도 차이가 뚜렷했다.

확정급여형인 DB형은 증권사에서 은행과 보험사로 이동하는 흐름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반면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DC와 개인형퇴직연금 IRP는 은행과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이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개인이 투자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비중이 높은 계좌일수록 증권사 선호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다.

제도별 이전 규모는 IRP가 가장 컸다.

IRP 이전액은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DC형은 4조8000억원, DB형은 4조3000억원이었다.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IRP에서 금융사 갈아타기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증권사의 투자 상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상장지수펀드와 펀드,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하려는 가입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선택지가 많은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외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장기 투자 수요가 늘면서 단순 예·적금형 상품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는 가입자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시장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금융사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과거에는 퇴직연금 계좌를 한 번 개설하면 오랫동안 같은 금융사에 두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실물이전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기존 상품을 모두 현금화하지 않고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게 됐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전 부담이 줄었고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익률과 상품 라인업, 수수료 경쟁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머니무브는 앞으로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DB, DC, IRP 등 같은 제도끼리만 가능하다.

DC 계좌를 다른 금융사의 IRP로 바로 옮기는 방식은 아직 허용되지 않는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를 보유한 계좌 역시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당국은 이런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감원은 DC형 퇴직연금을 다른 사업자의 IRP로 이전할 수 있도록 관련 전산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환매중단펀드를 보유한 계좌도 이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절차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현재는 퇴직연금 이전 과정에서 녹취를 통해 가입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녹취 외에 비대면 방식으로 이전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전 신청이 취소되거나 거절될 경우에도 금융사가 가입자에게 구체적인 사유를 안내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감원은 오는 9월까지 구체적인 개선안을 확정하고 10월부터 관련 전산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금융사 간 퇴직연금 이동은 지금보다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C와 IRP 가입자를 중심으로 증권사로 향하는 자금 이동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이 새로운 자금 유입 통로가 되고 있다.

퇴직연금은 장기간 유지되는 자금이라는 특성 때문에 금융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다.

고객이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나 펀드, 채권 등을 매매하면 금융사의 관련 상품과 서비스 이용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은행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단순 예금 중심의 상품 구성에서 벗어나 퇴직연금 전용 투자 상품과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고객 이탈을 막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머니무브의 핵심은 결국 수익률이다.

가입자가 금융사를 쉽게 옮길 수 있게 될수록 과거 실적과 수수료, 상품 경쟁력이 금융사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장기간 운용되는 퇴직연금은 작은 수익률 차이도 시간이 지나면 자산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입자들이 자신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직접 비교하고 더 적극적으로 금융사를 선택하는 움직임도 확대될 전망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앞으로 단순한 자금 보관 시장이 아니라 금융사 간 자산관리 경쟁의 핵심 무대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실물이전 서비스 도입 이후 이미 15조9000억원이 움직였고 올해 상반기 이동액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여기에 DC에서 IRP로의 이동까지 허용되면 금융사 간 자금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고객이 금융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어디에 오래 맡겼느냐’에서 ‘어디가 더 잘 굴려주느냐’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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