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4일 월요일 22:04
“장보기도 온라인에 뺏겼다”…대형마트, 초저가·AI 물류로 반격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롯데마트 2000억원 들여 AI 물류센터 가동…이마트는 초저가 PB·체험형 매장 확대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7.3% 줄었지만 이커머스는 8.1% 늘며 장보기 수요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이동했다.
롯데마트는 로봇 1000대를 투입한 AI 물류센터를 가동했고 이마트는 초저가 PB와 체험형 매장으로 고객 붙잡기에 나섰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가운데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3% 감소했다.
반면 이커머스 매출은 8.1%, 편의점은 3.7% 증가했다.
전체 유통채널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59.6%로 오프라인 40.4%를 크게 앞섰다.
온라인 쇼핑이 단순히 의류나 전자제품을 사는 채널을 넘어 식품과 생필품을 구매하는 일상적인 장보기 수단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넓은 매장과 상품 구색만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도 경쟁 방식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온라인 물류 자동화다.
롯데마트는 최근 부산 강서구에 온라인 전용 고객풀필먼트센터인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을 가동했다.
약 2000억원을 투입한 연면적 4만㎡ 규모의 시설이다.
영국 오카도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상품 입고부터 피킹과 포장, 출하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자동화했다.
센터에는 최대 1000대의 로봇이 투입된다.
취급 가능한 상품 수도 최대 3만5000개에 달한다.
특히 냉장·냉동식품 약 1만개를 포함해 전 과정에 콜드체인을 적용했다.
부산과 영남권 약 400만 세대를 대상으로 24시간 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하루 최대 13개 배송 구간을 운영한다.
롯데마트가 AI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단순히 배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대형마트가 강점을 갖고 있는 신선식품을 온라인에서도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은 일반 공산품보다 보관과 배송 과정이 까다롭다.
자동화와 콜드체인을 결합하면 상품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주문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식품 전문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매장 면적의 약 90%를 식료품으로 구성하는 ‘그랑그로서리’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비식품 상품을 줄이는 대신 신선식품과 델리 등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현재 은평점과 구리점 등에 적용되고 있다.
이마트는 다른 방향으로 매장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 머무르는 체험형 공간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스타필드 마켓’을 앞세워 매장 내 휴식과 문화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죽전점을 시작으로 일산과 동탄, 경산, 킨텍스점 등을 차례로 전환했다.
킨텍스점에는 북그라운드와 키즈그라운드 등을 만들면서 휴식·문화 공간을 기존보다 약 2배 확대했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일산점은 전환 이후 매출이 74.0%, 방문객은 61.3% 증가했다.
킨텍스점에서는 3시간 이상 매장에 머무르는 고객이 163%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빠른 배송으로 고객을 잡고 오프라인에서는 체류 시간을 늘려 추가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가격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초저가 자체브랜드인 ‘5K PRICE’를 식품에서 생활용품과 소형가전까지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이후 7개월 만에 상품 종류가 353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30여개 상품의 누적 판매량은 2000만개에 육박했다.
다리미와 드라이어를 4980원, 유선청소기를 9980원 수준에 판매하는 등 가격 자체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할인행사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확실히 싼 상품’을 만들어 고객 유입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초저가 생활용품 편집숍인 ‘와우샵’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은평점의 와우샵 규모를 기존 19평에서 102평 규모의 독립 매장으로 키웠다.
1000원에서 5000원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매장이다.
확장 이후 와우샵의 평일 평균 매출은 52.1%, 주말 매출은 78.4% 증가했다.
대형마트가 다이소와 같은 초저가 생활용품 시장까지 직접 공략하는 모습이다.
업계의 이런 변화는 대형마트가 이커머스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과는 다르다.
온라인이 빠른 배송과 편리함을 앞세운다면 대형마트는 신선식품과 델리, 체험 공간 등 오프라인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을 동시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점포와 물류망을 온라인 주문 처리 거점으로 활용하면 기존 오프라인 자산을 배송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결국 대형마트의 역할 자체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고객이 직접 매장을 찾아 물건을 고르는 장소였다면 앞으로는 매장이 체험 공간이자 물류 거점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AI와 로봇 자동화가 이런 변화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로봇이 상품을 찾아 나르고 AI 시스템이 재고와 주문을 관리하는 구조가 확산될 경우 인건비와 배송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초기 투자비가 크고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롯데마트의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에만 약 2000억원이 투입된 만큼 투자비를 얼마나 빠르게 회수할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과 생활용품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온라인이나 편의점, 초저가 전문점으로 고객이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앞으로 가격과 배송, 신선식품, 체험 공간을 모두 강화하는 복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대형마트의 반격은 단순한 할인 경쟁을 넘어 AI 물류와 초저가 PB, 체험형 매장을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동시에 온라인 주문까지 끌어올 수 있을지가 향후 유통업계 판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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