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금요일 04:41
비트코인 ‘가짜 주소’ 형태 데이터 출력 9만6231개 발견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문서·메시지를 주소처럼 보이는 스크립트에 삽입…약 3.2 BTC 사실상 사용 불가 일반 데이터 출력과 달리 UTXO 세트에 잔류…풀노드 저장·관리 부담 키워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문서와 메시지를 정상적인 비트코인 주소처럼 보이도록 기록한 미사용 트랜잭션 출력이 9만6000개 이상 발견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비트쿼리는 비트코인 제네시스 블록부터 2026년 9월 초까지 생성된 96만5135개 블록을 분석한 결과, 텍스트 데이터를 포함한 사용 불가능 출력 9만6231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출력은 3286건의 거래를 통해 생성됐으며 약 3.2 BTC가 포함돼 있다. 비트쿼리는 이 비트코인을 정상적인 개인키로 지출할 수 없어 사실상 영구적으로 묶인 자산으로 평가했다. 비트쿼리 원문 분석
이번에 발견된 ‘가짜 주소’는 이용자를 속여 비트코인을 탈취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지갑 주소를 모방한 피싱 주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비트코인 거래는 블록체인에 주소 자체를 직접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출력의 사용 조건을 담은 스크립트인 ‘스크립트펍키(scriptPubKey)’를 기록한다.
지갑과 블록 탐색기는 특정 표준 스크립트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주소 형식으로 변환해 보여준다.
데이터 기록자는 이러한 구조를 이용해 문서나 메시지의 일부를 공개키 해시가 들어갈 자리에 삽입했다.
결과적으로 블록 탐색기에서는 일반 비트코인 주소처럼 표시되지만 해당 값에 대응하는 개인키는 존재하지 않는 출력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가짜 주소’보다는 ‘텍스트 데이터를 주소형 출력으로 위장한 사용 불가능 UTXO’라고 설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정확하다.
비트코인 주소형 출력에는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넣을 수 없다. 데이터 기록자는 문서나 긴 메시지를 작은 조각으로 나눈 뒤 각각을 별도의 거래 출력에 삽입했다.
비트쿼리는 이 방식으로 기록된 자료 가운데 암호학자 추모 문구와 종교 문서 등 여러 종류의 텍스트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문서를 기록하기 위해 수십 또는 수백 개의 출력이 생성되기도 했다.
각 출력에는 소량의 비트코인이 함께 배정됐다. 거래가 정상적인 비트코인 지급처럼 처리되려면 출력에 가치가 포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텍스트 조각으로 만든 해시에 대응하는 개인키를 알아낼 수 없기 때문에 포함된 비트코인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비트쿼리는 이들 출력에 들어간 약 3.2 BTC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잠겼다고 분석했다.
엄밀하게는 해당 출력이 암호학적으로 지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비트코인 노드가 직접 증명할 수는 없다.
우연히 대응하는 개인키가 존재할 이론적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적인 계산 능력으로 이를 찾아낼 확률은 사실상 0에 가깝다.
문제는 노드가 이들 출력을 명백하게 사용 불가능한 데이터로 판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아직 사용되지 않은 거래 출력을 UTXO 세트에 보관한다. 새로운 거래가 제출되면 노드는 해당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는 UTXO를 사용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주소형 데이터 출력은 표준 지급 스크립트와 같은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드는 언젠가 정상적인 개인키로 사용될 수 있는 출력으로 취급한다. 실제로는 사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삭제하지 못하고 UTXO 데이터베이스에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UTXO 세트가 커지면 노드가 동기화하고 거래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저장공간과 메모리 부담도 증가한다.
9만6231개가 비트코인 전체 UTXO 규모를 즉시 위협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될 경우 불필요한 데이터가 지속해서 누적될 수 있다.
비트코인에는 메시지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설계된 ‘OP_RETURN’ 출력이 존재한다. OP_RETURN으로 생성된 출력은 처음부터 사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드가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블록체인 거래 기록에는 영구적으로 남지만 UTXO 세트에는 추가되지 않아 노드의 장기적인 UTXO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주소형 출력은 외형상 일반 지급 거래와 구별하기 어렵다. 노드는 이를 사용 가능한 출력으로 취급해야 하므로 UTXO 세트에서 제거할 수 없다.
OP_RETURN은 2014년 데이터 기록을 위한 표준 방식으로 도입됐다. 주소형 데이터 삽입은 OP_RETURN이 마련되기 전부터 사용됐으며 이후에도 더 많은 데이터를 남기거나 특정 제한을 우회하려는 목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트쿼리는 비트코인 코어의 OP_RETURN 관련 기본 중계 정책이 2025년 10월 변경된 이후 데이터 기록이 더욱 활발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합의 규칙상 데이터 저장 한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트코인 코어 노드가 거래를 표준 거래로 판단해 전달하는 기본 정책이 변경된 것으로, 노드 운영자는 개별 설정을 통해 다른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
비트쿼리는 정책 변경 이후 특정 개발자를 겨냥한 메시지가 5일 동안 1만3062건의 거래에 걸쳐 기록된 사례도 확인했다. 해당 캠페인에는 약 0.10 BTC가 사용된 것으로 추산됐다.
블록체인에 임의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행위를 두고는 검열 저항적 네트워크의 정당한 이용이라는 주장과 금융 거래를 위한 제한된 블록 공간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크기뿐 아니라 어떤 출력 방식을 사용하는지가 노드의 장기적인 부담을 좌우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OP_RETURN 데이터는 UTXO 세트에서 제외되지만 주소형 데이터 출력은 실제 소비될 가능성이 없어도 노드가 계속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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