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일 목요일 05:22
비트코인, 사상 첫 ‘해시레이트 약세장’…채굴 전력 AI로 이동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지난해 말 1.3ZH/s 근접 후 장기 하락…최고치 회복 지연 역대 최장 상장 채굴업체, 수익성 높은 AI·HPC로 전환…채굴 산업 구조 변화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투입되는 연산력이 장기간 감소하면서 사상 첫 ‘해시레이트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기적인 채굴기 가동 중단을 넘어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인공지능(AI) 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트웬티원캐피털(Twenty One Capital·XXI)의 라파엘 자구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비트코인 아시아 2026’에서 비트코인이 역사상 처음으로 해시레이트 약세장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해시레이트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검증에 투입되는 전체 연산능력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해시레이트가 높을수록 더 많은 채굴기가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며 네트워크 보안성과 채굴업계의 투자 상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라파엘 자구리 CEO에 따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해시레이트는 지난해 말 초당 1.3제타해시(ZH/s)에 근접한 뒤 지속해서 하락했다.
현재는 해시레이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기간 중 가장 긴 주기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상황이 중국 정부가 2021년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했을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는 중국 내 채굴업체들이 미국과 카자흐스탄 등 다른 지역으로 시설을 이전하면서 일시적으로 해시레이트가 급락했지만 장비가 재가동되면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됐다.
반면 이번 하락은 채굴업체의 생산설비와 투자금이 비트코인 생태계 밖으로 이동하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라파엘 자구리 CEO는 “거의 모든 상장 채굴업체가 비트코인 채굴에서 벗어나 AI 분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채굴시설은 대규모 전력 공급망과 냉각장치, 데이터센터 부지를 갖추고 있어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시설로 전환하기에 유리하다.
채굴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장기 계약을 통해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AI·HPC 사업을 확보한 채굴기업을 순수 비트코인 채굴업체보다 높게 평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코인셰어스 자료에 따르면 AI·HPC 계약을 보유한 채굴업체의 기업가치 배수는 약 12.3배로, 순수 채굴업체의 5.9배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채굴업계가 확보한 AI·HPC 계약 규모도 70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해시레이트 하락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전체 연산력이 감소하면 채굴 난이도를 자동으로 낮춰 블록 생성 시간을 조절한다. 이에 따라 비용 경쟁력을 갖춘 채굴업체는 경쟁 감소와 난이도 하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하락세가 장기화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투자되는 자본과 연산능력이 줄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과 채굴 수익이 회복되더라도 이미 AI 장기계약에 투입된 전력과 데이터센터를 다시 채굴사업으로 돌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해시레이트의 저점 형성 여부와 채굴 난이도 조정, 채굴 수익을 나타내는 해시프라이스, 주요 상장 채굴기업의 AI·HPC 전환 속도가 비트코인 채굴산업의 향후 방향을 결정할 핵심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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