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금요일 06:35
a16z, “블록체인, 금융시장 진입하려면 속도 넘어 예측 가능성 갖춰야”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5년간 전체 처리량 100배 이상 증가…일부 네트워크 초당 수만건 처리 적시 포함·명확한 거래 순서·실행 전 정보 보호가 기관 도입의 핵심

블록체인이 전통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려면 초당 거래 처리량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의 암호화폐 투자 부문 a16z 크립토는 최근 ‘처리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금융시장이 블록체인에 요구하는 것’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a16z 크립토는 금융이 블록체인의 가장 분명한 활용 분야인 동시에 가장 높은 수준의 성능과 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은 자산과 소유권 기록, 거래 실행 규칙을 특정 거래 상대방이 독점하지 않는 공유 시스템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구하는 처리 안정성과 공정성까지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a16z 크립토 보고서
블록체인 업계는 그동안 거래 처리속도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 왔다. 초기 블록체인은 초당 처리할 수 있는 거래가 적어 이용자가 몰리면 수수료가 급등하고 거래가 장시간 지연됐다. 주문 제출이나 취소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레이어1 성능 개선과 레이어2 확장 기술, 병렬 실행 구조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16z 크립토에 따르면 주요 블록체인의 합산 거래 처리량은 최근 5년 동안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실제 운영 시스템은 초당 수만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a16z가 앞서 발표한 자료에서는 주요 블록체인의 합산 처리량이 5년 전 초당 25건 미만에서 초당 약 3400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나스닥의 체결 거래나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스트라이프의 글로벌 결제 처리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네트워크별 처리량 측정 방식이 서로 다르고 단순 송금과 복잡한 스마트계약 거래가 같은 처리 비용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초당거래건수만으로 성능을 직접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a16z 크립토는 블록체인의 새로운 과제로 거래 처리의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리량은 네트워크가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거래를 다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만 개별 거래가 언제 블록에 포함되고 어떤 순서로 실행되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일반 결제에서는 처리 시점이 1초 정도 달라져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몇 밀리초의 차이가 체결 가격과 손익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조성자가 가격 변동을 확인하고 기존 주문을 취소했지만 해당 취소 요청이 늦게 처리되면 다른 투자자가 이미 효력을 잃은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
시장조성자는 이러한 위험을 반영해 매수·매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를 확대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시장 참여자가 더 불리한 가격으로 거래하게 된다.
보고서는 예측 가능한 금융시장을 만들기 위해 거래 포함과 처리 순서에 대한 두 가지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는 유효한 거래가 네트워크에 제때 제출됐다면 가능한 한 즉시 블록에 포함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거래가 언젠가 처리된다는 수준을 넘어 특정 운영자가 정당한 거래를 임의로 지연하거나 배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기 검열 저항성을 뜻한다.
현재 일부 블록체인은 다음 블록을 생성하는 제안자나 시퀀서가 거래를 수집해 처리한다. 이용자가 하나의 운영자에게만 거래를 제출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해당 운영자가 어떤 거래를 먼저 받아들이거나 지연할 수 있다.
a16z 크립토는 블록 공간을 공유 인프라처럼 만들고 거래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음 실행 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블록 공간을 네트워크의 다른 참여자가 전달한 거래에 배정하면 단일 운영자가 거래의 포함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거래의 처리 순서를 사전에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이다. 블록체인 거래는 일반적으로 개별적으로 즉시 확정되지 않고 여러 거래가 하나의 블록으로 묶여 처리된다. 블록을 구성하는 제안자나 빌더는 어떤 거래를 포함하고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 결정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순서에 따라 거래 우선권과 체결 가격이 달라진다. 블록 생성자가 대기 중인 주문을 먼저 확인하고 자신의 거래를 앞에 배치하면 다른 참여자보다 유리한 가격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거래를 포함하거나 제외하고 순서를 변경해 추가 이익을 얻는 행위를 최대추출가치(MEV)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샌드위치 공격이다. 공격자는 이용자의 대규모 거래가 확정되기 전에 같은 자산을 먼저 매수해 가격을 올리고, 이용자 거래가 체결된 뒤 되팔아 이익을 얻는다. 원래 거래를 제출한 이용자는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을 적용받는다.
a16z 크립토는 특정 참여자가 주문 흐름을 독점하면 기존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정보 비대칭 문제가 온체인 시장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화된 중개기관이 다른 투자자의 주문과 거래 의도를 먼저 파악해 이익을 얻는 구조를 없애기 위해 블록체인을 도입했지만 블록 생성자나 시퀀서가 유사한 권한을 갖는다면 구조적인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우선 수수료에 따른 결정론적 정렬 방식과 거래소가 사전에 공개한 애플리케이션별 처리 규칙 등이 연구되고 있다.
전통 거래소가 사용하는 가격·시간 우선 원칙처럼 시장 참여자가 자신의 주문이 어떤 기준으로 처리될지 미리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정한 거래 순서만 마련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거래가 순서 결정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선택적으로 지연된다면 규칙을 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시 포함과 공정한 순서 규칙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보고서는 거래가 실행되기 전에 투자자의 의도가 공개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드가 제출한 주문의 규모와 방향이 미리 노출되면 다른 투자자는 해당 펀드가 포지션을 확대하거나 정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추정해 먼저 거래할 수 있다.
여러 블록체인은 확정되지 않은 거래를 메모리풀에 공개한다. 투명성을 높이는 구조지만 금융시장에서는 프런트러닝과 가격 왜곡의 원인이 될 수 있다.
a16z 크립토는 거래가 완료된 이후 검증 가능성과 투명성을 제공하면서 체결 전에는 주문 내용을 보호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내용을 공개하는 타임록 암호화와 위원회의 공동 승인을 거쳐 거래를 복호화하는 임계값 암호화 등이 연구되고 있다. 거래 순서가 확정된 뒤 내용을 공개하면 이를 확인하고 앞질러 거래하기 어려워진다.
a16z 크립토는 높은 처리량이 온체인 금융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라면 예측 가능한 거래 포함과 명확한 순서 규칙, 장애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접근성 및 체결 전 프라이버시는 실제 금융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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