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6일 일요일 06:02
하마스 군사조직, “바이낸스 직접 송금 피하라”…FBI 진술서서 자금조달 지침 확인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트러스트월렛·레닷페이·OKX·KAST·바이비트 등 대체 수단으로 언급 일회용 주소 반복 사용했지만 동일한 ‘가스 지갑’이 연결고리…FBI 56만달러 압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카삼여단이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바이낸스 계정으로 직접 송금하는 것을 피하라는 안내를 배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춘의 암호화폐 전문 에디터 제프 존 로버츠(Jeff John Roberts)는 미국 연방수사국이 법원에 제출한 압수수색 진술서를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공개된 FBI 진술서에는 알카삼여단 측이 잠재적 기부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폐 송금 안내문이 포함됐다.
안내문은 바이낸스 계정에서 후원금을 직접 보내는 것을 피하고 트러스트월렛(Trust Wallet), 레닷페이(RedotPay), OKX, KAST, 바이비트(Bybit)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바이낸스에서는 암호화폐를 구매하는 데 그치고 실제 송금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거쳐 진행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FBI는 이를 알카삼여단이 송금자의 신원을 감추고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에 의해 지갑이 차단되는 것을 피하려 한 정황으로 판단했다.
다만 진술서에 서비스 명칭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업체들이 하마스의 자금조달에 협조하거나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문건은 알카삼여단 측이 기부자에게 특정 서비스 이용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설명할 뿐 언급된 업체들의 공모나 고의적인 지원을 입증하는 내용은 아니다.
바이낸스와 OKX, 바이비트 등 중앙화 거래소는 일반적으로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운용한다.
트러스트월렛처럼 이용자가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비수탁형 지갑은 중앙화 거래소와 운영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문건에 함께 등장한 서비스들을 동일한 형태의 플랫폼으로 묶어 해석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하마스 측이 여러 일회용 기부 주소를 사용했음에도 블록체인에 남은 자금 흐름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알카삼여단 측은 기부자의 안전을 이유로 암호화폐 입금 주소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각 주소를 한 차례의 송금에만 사용하도록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소를 계속 바꾸면 개별 지갑 사이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론(TRON) 네트워크에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를 전송하려면 거래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한 TRX가 필요하다.
여러 기부 주소에 필요한 TRX를 동일하거나 서로 연관된 지갑에서 공급하면서 온체인상 공통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체이널리시스 분석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기부금을 모으는 운영 지갑에 거래 수수료를 공급한 ‘가스 지갑’이 다른 하마스 연계 지갑에도 반복적으로 자금을 보낸 사실을 파악했다.
일회용 주소 자체는 계속 변경됐지만 수수료를 충전하는 지갑이 재사용되면서 각각의 주소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암호화폐 주소를 새로 생성하는 것만으로 자금의 출처와 이동 경로를 완전히 감추기는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에는 송금액과 시간, 보내고 받은 주소뿐 아니라 거래에 필요한 수수료 자금의 흐름도 기록되기 때문이다.
FBI는 확보한 기부 주소를 출발점으로 수개월 동안 온체인 거래를 추적하고 복수의 정보원이 제공한 자료를 대조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수사당국이 파악한 자금조달 네트워크는 2024년 10월 무렵부터 운영됐으며 2025년 11월까지 300만달러가 넘는 암호화폐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일 하마스의 테러자금 조달망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약 56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압수는 2025년 3월과 6월, 10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진행됐다.
법무부는 암호화폐와 함께 알카삼여단이 자금 모집과 지지자 확보에 사용한 웹사이트 도메인과 서버도 압수했다.
FBI는 해당 온라인 인프라를 장악함으로써 하마스에 전달될 예정이던 일부 신규 기부금까지 차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하마스에 암호화폐나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려고 온라인으로 접촉한 수천 명에 관한 정보도 확보됐다. 미국 정부는 이 자료를 향후 테러자금 수사와 관련자 식별에 활용할 방침이다.
하마스는 미국 정부가 해외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다. 미국 법률에 따라 하마스와 알카삼여단에 자금이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테러조직에 대한 물질적 지원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가 국경을 넘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어 불법 자금조달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형 블록체인의 거래 기록이 수사기관에 추적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준다.
특히 여러 개의 신규 주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익명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수수료 공급 지갑과 자금 통합 지갑, 중앙화 거래소 입출금 기록 등 주변 거래 정보가 반복되면 서로 다른 주소의 실질적인 관리 주체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다.
이에 따라 거래소와 지갑 사업자에게는 개별 주소에 대한 단순 차단을 넘어 연관 지갑과 공통 자금원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대응 체계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특정 플랫폼의 명칭이 범죄 관련 문건에 등장했다는 사실과 해당 사업자가 불법 활동에 관여했다는 판단은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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