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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5일 화요일 04:37

영국, 연말 ‘금융자산 토큰화 로드맵’ 공개…담보 이전부터 혁신한다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FCA·영란은행, 업계 의견 123건 반영해 도매금융 토큰화 목표 시점 제시 응답자 다수 “거래 후 처리와 담보 이동이 가장 큰 기회”…토큰화 금 규제도 검토

영국, 연말 ‘금융자산 토큰화 로드맵’ 공개…담보 이전부터 혁신한다

영국 금융당국이 기관·도매 금융시장의 토큰화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일정 마련에 나선다. 거래와 결제, 청산, 담보 이전에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해 금융시장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영란은행과 함께 2026년 말까지 도매 금융시장 토큰화 공동 로드맵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드맵에는 영국 금융시장에서 토큰화 증권과 관련 인프라를 도입하기 위한 규제 과제와 단계별 목표 시점이 포함될 예정이다.

당국은 시장 참여자가 투자와 기술 개발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책 추진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로드맵은 FCA와 영란은행이 지난 5월 공동으로 진행한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마련된다. 당국에는 금융회사와 업계 단체, 법률 전문가 등으로부터 총 123건의 의견서가 접수됐다.

응답자들은 FCA와 영란은행이 제시한 기본적인 토큰화 추진 방향에 대체로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 응답자는 증권의 발행이나 거래 자체보다 거래 후 처리 과정에서 토큰화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거래 후 처리는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의 매매가 체결된 이후 실제 자산과 대금을 교환하고 소유권을 이전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청산과 결제, 자산 보관, 장부 기록 및 담보 관리 등이 포함된다.

현재 도매 금융시장에서는 여러 금융기관과 중앙예탁기관, 청산소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거래가 체결된 이후에도 자산과 대금이 최종적으로 이전되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토큰화된 증권과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기관이 동일한 거래 기록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자산 이전과 결제를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처리할 수 있다. 장부 대조와 수작업 확인 절차를 줄여 결제 시간과 운영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특히 금융기관 사이의 담보 이동을 가장 유망한 활용 분야로 꼽았다.

파생상품이나 기관 간 대출 거래에서는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국채와 현금성 자산 등이 담보로 제공된다. 시장 가격과 위험 수준이 변하면 추가 담보를 보내거나 기존 담보를 회수해야 한다.

현재는 기관별 시스템과 영업시간 차이로 담보를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토큰화된 담보가 활용되면 자산의 소유권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스마트계약을 통해 이전 절차를 자동화할 수 있다.

담보 이전 속도가 빨라지면 금융회사가 결제 대기 시간을 고려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자산을 확보해 두는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시장 전체에서 유휴 자본을 줄이고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FCA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거래 후 처리 부문을 주요 기회로 평가했으며, 특히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담보가 이동하는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FCA 도매시장 토큰화 의견수렴 결과

당국은 안전성과 시장 신뢰를 유지하면서 토큰화 인프라가 기존 금융시장과 연동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설계할 계획이다.

은행과 투자회사,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중앙증권예탁기관과 중앙청산소, 거래소, 결제 서비스 사업자, 핀테크 기업 등이 정책 대상에 포함된다.

FCA와 영란은행은 이미 디지털증권 샌드박스(DSS)를 통해 토큰화 증권의 발행과 거래, 결제를 실제 규제 환경에서 시험하고 있다.

샌드박스에 참여한 기업은 제한된 범위에서 새로운 시장 인프라를 운영하며 기술과 규제상의 문제를 점검할 수 있다.

FCA는 지난 4월 펀드 토큰화를 실험 단계에서 본격적인 시장 도입 단계로 확대하기 위한 규정과 지침도 발표했다.

도매 금융시장 로드맵은 이러한 개별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도매 금융시장 디지털 전략과 디지털증권 샌드박스, 펀드 토큰화 제도 등을 연계해 영국 금융시장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영국 당국은 토큰화 금 상품에 대한 별도의 규제 검토도 진행한다. 의견수렴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토큰화된 금에 높은 관심을 보인 데 따른 조치다.

FCA는 관련 투자형 가상자산의 안전한 보관을 위한 규정을 2027년 상반기에 별도로 협의할 계획이다.

토큰화가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과 기존 금융시스템 간 호환성, 자산 소유권에 대한 법적 인정, 스마트계약 오류와 사이버 보안 등이 대표적인 과제다.

토큰화된 자산을 여러 플랫폼에서 사용하려면 동일한 기술과 데이터 표준이 필요하다. 특정 플랫폼에서 발생한 장애가 결제와 담보 이전 등 핵심 금융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운영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연말 발표될 로드맵에 규제기관별 역할과 기술 표준, 상용화 일정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길지 주목하고 있다.

영국이 명확한 규제 일정과 실증 환경을 제공할 경우 런던 금융시장이 토큰화 채권과 펀드, 담보 자산 등 기관용 디지털 금융상품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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