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3일 수요일 10:27
카드 긁었는데 뒤에서는 코인이 움직인다…SoFi·마스터카드, 250억달러 결제망 스테이블코인 전환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SoFi 카드 프로그램 전체를 SoFiUSD 기반 블록체인 정산으로 이전…연환산 250억달러 이상 규모, 실제 온체인 거래 시작

달러로 결제하고, 평소 사용하던 카드와 결제 단말기를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 뒤에서 금융회사끼리 돈을 주고받는 방식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국 디지털 금융기업 SoFi가 Mastercard와 손잡고 자사 체크·신용카드 거래의 정산을 자체 스테이블코인 SoFiUSD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SoFi는 22일 Mastercard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서 SoFiUSD를 이용한 스테이블코인 정산 시스템이 실제 가동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SoFi에 따르면 자사의 전체 카드 프로그램이 해당 시스템으로 이전될 예정이며, 프로그램의 예상 연환산 처리 규모는 250억달러 이상이다.
회사 측은 실제 거래가 이미 블록체인 위에서 처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250억달러 카드 프로그램이 블록체인으로
이번 발표의 핵심은 단순히 Mastercard가 또 하나의 암호화폐를 지원한다는 데 있지 않다.
SoFi가 실험적인 테스트가 아니라 자사의 실제 체크·신용카드 프로그램 전체를 블록체인 기반 정산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SoFi는 해당 카드 프로그램이 연환산 기준 250억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원화로 단순 환산하면 수십조원 규모다.
SoFi는 자사가 Mastercard 글로벌 결제망에서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실제 가동한 최초의 미국 내셔널뱅크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두 회사가 파트너십을 발표했을 당시만 해도 SoFiUSD를 Mastercard 네트워크의 정산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 단계였다.
약 6개월 만에 해당 구상이 실제 운영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가 코인으로 결제하는 건 아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구분이 있다.
이번 시스템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 SoFiUSD를 직접 지불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Mastercard 기반 SoFi 신용카드로 커피를 산다고 가정해보자.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과 똑같이 카드를 사용한다.
가맹점 역시 반드시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거나 SoFiUSD를 직접 보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달라지는 것은 거래가 발생한 이후 금융기관과 결제망 사이에서 돈을 최종적으로 주고받는 정산 레이어다.
이 과정에 기존 금융 인프라뿐 아니라 SoFiUSD와 블록체인이 들어가는 것이다.
즉,
카드 결제 경험은 그대로인데 금융 시스템 뒤쪽의 돈 이동 방식이 블록체인으로 바뀌는 구조다.
SoFi는 가맹점이 기존 결제 시스템을 변경하거나 SoFiUSD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oFiUSD는 은행이 직접 발행한다
이번 사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SoFiUSD의 발행 주체다.
SoFiUSD는 별도의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아니라 미국 은행인 SoFi Bank, N.A.가 직접 발행한다.
SoFi Bank는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규제를 받는 전국 단위 은행이다.
SoFiUSD는 미국 달러와 1대1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준비자산은 주로 현금으로 구성돼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기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USDT의 Tether와 USDC의 Circle 같은 암호화폐·핀테크 기업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반면 이번에는 미국의 규제 은행이 직접 발행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카드 결제 인프라의 실제 정산 과정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Mastercard도 이미 판을 키우고 있다
Mastercard 역시 SoFi 하나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 6월 스테이블코인 정산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에는 Circle의 USDC, PayPal의 PYUSD, Paxos의 USDG·USDP, Ripple의 RLUSD, 그리고 SoFiUSD 등이 포함됐다.
지원 블록체인 역시 Ethereum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Mastercard가 밝힌 대상 네트워크에는 Arbitrum, Base, Canton, Ethereum, Polygon, Solana, Tempo, XRP Ledger 등이 포함돼 있다.
즉 Mastercard가 구축하려는 것은 특정 코인을 위한 결제망이 아니다.
여러 규제 스테이블코인과 여러 블록체인을 기존 글로벌 결제망과 연결하는 구조에 가깝다.
왜 굳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할까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은 이미 전 세계에서 잘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회사들이 블록체인 정산을 실험하는 이유는 시간과 유동성 때문이다.
전통적인 금융기관 간 정산에는 영업시간과 은행 시스템, 국가 간 결제망 등의 제약이 존재한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24시간 이동할 수 있다.
Mastercard는 스테이블코인 정산이 발행사와 매입사에 장중·주말·공휴일 정산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돈을 더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면 자금이 묶이는 시간을 줄이고 유동성을 보다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국가가 다른 기업 사이에서 돈을 주고받는 국경 간 결제와 송금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진다.
다음은 대형 가맹점
SoFi의 계획은 자사 카드 프로그램에서 끝나지 않는다.
회사는 현재 미국의 대형 가맹점들과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상에는 다국적 유통기업과 기술 서비스 플랫폼 등이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인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SoFi와 Mastercard는 향후 SoFiUSD를 이용한 국경 간 결제와 해외송금 등 추가 활용 사례도 검토한다.
또 SoFi의 금융기술 플랫폼 Galileo를 통해 다른 카드 발행사와 금융기관에도 스테이블코인 정산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성공할 경우 이번 사례는 한 은행의 카드 정산 실험에서 다른 금융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경쟁 상대가 ‘현금’으로 바뀐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오랫동안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을 사고파는 데 사용하는 디지털 달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다.
송금, 기업 결제, 카드 정산, 자금관리 등 기존 금융시장의 영역으로 스테이블코인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번 SoFi와 Mastercard 사례가 상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비자는 자신이 블록체인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필요가 없다.
카드를 평소처럼 사용하면 그 뒤의 금융 인프라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움직인다.
암호화폐가 대중화되는 방식이 반드시 사람들이 새로운 코인지갑을 설치하고 토큰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기존 금융 서비스 안으로 블록체인이 들어가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인프라가 되는 방식일 수 있다.
‘코인 결제’보다 더 큰 변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암호화폐 결제의 핵심 질문은 주로 하나였다.
“언제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으로 커피를 살 수 있을까?”
하지만 SoFi와 Mastercard가 보여주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가 굳이 코인으로 커피를 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기존 카드와 달러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 뒤에서 은행과 결제회사가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으로 돈을 주고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한 개념 검증도 아니다.
연환산 250억달러 이상 규모가 예상되는 실제 카드 프로그램의 정산 시스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경쟁 무대가 암호화폐 거래소가 아니라 은행과 글로벌 결제망의 백엔드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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