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1일 월요일 15:06
중동 다시 흔들린다…후티 리야드 공격, 100달러 유가에 금융시장 ‘긴장’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미사일·드론으로 사우디 수도 공격 주장…브렌트유 $102·WTI $98, 호르무즈·홍해까지 공급망 불안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주요 시설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번 사태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지역 분쟁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중동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간 전쟁이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고, 세계 원유·LNG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도 크게 감소한 상태다.
여기에 후티가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두 핵심 해상 통로가 동시에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후티, 미사일·드론으로 리야드 공격 주장
후티는 지난 19일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리야드의 이른바 ‘민감한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현지에서는 당국이 위험 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리야드 주요 공항 인근에서 화염과 짙은 연기가 목격됐다.
후티는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얀부의 아람코 시설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격은 최근 후티가 예멘 홍해 연안에서 세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Reuters에 따르면 후티는 최근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지역과 섬들을 장악했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세계적인 원유·상품 운송 통로다.
즉 중동의 긴장이 육상 전투를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해상 통로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사우디·걸프 증시는 먼저 떨어졌다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2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 주가지수는 0.3% 하락 마감했다.
사우디 전력·담수 기업 ACWA Power는 2.8% 하락했다.
카타르 증시는 1.1% 떨어졌고, 석유화학 기업 Industries Qatar는 4.1% 급락했다.
이집트 EGX30 지수 역시 0.2% 하락했다.
다만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Aramco는 장 초반 하락세를 뒤집고 1.3% 상승 마감했다.
시장이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을 경계하고 있지만 당장 전면적인 에너지 공급 붕괴까지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가는 이미 100달러 부근
가장 중요한 변수는 역시 국제유가다.
21일 아시아 거래 시간 기준 11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2.09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은 98.33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1.71%, WTI는 1.96% 하락했다.
후티의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유가가 오히려 떨어진 이유는 외교적 긴장 완화 가능성이 동시에 부각됐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란 역시 중재국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현재 두 가지 시나리오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쟁이 확대되면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지고, 외교 협상이 진전되면 유가에 붙었던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빠지는 구조다.
진짜 위험은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
이번 사태에서 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전쟁터 자체보다 해상 운송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LNG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하지만 최근 선박 운항량은 크게 감소했다.
Kpler의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품 운송선은 3척에 불과했다.
전날 12척에서 급감했고 당시 10일 평균 약 17척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17일에도 통항량은 평상시보다 크게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Reuters는 이 해협이 과거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핵심 에너지 수송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또 다른 통로인 바브엘만데브까지 동시에 불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관문으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원유와 상품 운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티가 예멘 홍해 연안에서 세력을 확대하면서 중동 에너지 공급망의 동쪽 호르무즈와 서쪽 바브엘만데브가 동시에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JP모건 “공급 차질에도 원유 흐름은 예상보다 강하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 원유 흐름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JP모건은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중동의 공급망 차질에도 최근 원유 흐름이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에 따르면 최근 10일간 중동 지역 전체 원유 흐름은 하루 평균 1,710만 배럴을 기록했다.
2025년 평균보다 하루 약 610만 배럴 적지만,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공급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운송 경로를 바꾸고 있다.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사우디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한 원유는 최근 6일간 하루 평균 290만 배럴로, 지난 8월 하루 약 70만 배럴에서 크게 증가했다.
후티 공격으로 사우디의 동서 송유관과 홍해 방향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일부 원유가 다시 호르무즈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곧바로 ‘석유 공급 붕괴’로 표현하는 것은 과도하다.
다만 공급망이 여러 우회 경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은 남아 있다.
LNG도 안전하지 않다
위험은 원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카타르도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기업 QatarEnergy의 사드 알카비 최고경영자(CEO)는 20일 호르무즈 해협 위기로 핵심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면서 일부 LNG 증설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North Field East와 North Field South 프로젝트를 통해 대규모 LNG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호르무즈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뿐 아니라 LNG와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시장이 두려워하는 건 ‘유가 → 물가 → 금리’
중동 사태가 비트코인과 주식시장에도 중요한 이유는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중동 충돌 → 원유 공급 불안 → 국제유가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 → 높은 금리 장기화 → 위험자산 부담
이라는 경로다.
유가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운송비와 제조비용이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된다.
특히 최근 미국 금리가 다시 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까지 상승한다면 주식과 가상자산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중동에서 외교적 해결책이 마련되고 원유 운송이 정상화된다면 유가에 붙어 있는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1일 유가가 하락한 것도 바로 이 기대 때문이다.
지금 봐야 할 숫자는 비트코인만이 아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8만달러를 회복하며 강한 반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 밖에서는 또 다른 변수가 움직이고 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가 공격받았다.
후티는 홍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량은 평상시보다 크게 줄었다.
브렌트유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는 외교적 협상 가능성도 다시 등장했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단순히 ‘전쟁 확대’나 ‘유가 폭등’ 한 방향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정학적 충돌과 외교적 완화 가능성이 동시에 가격에 반영되는 구간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핵심 통로 두 곳이 동시에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되면서 중동이 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돌아왔다.
지금 투자자들이 확인해야 할 숫자는 비트코인 가격만이 아니다.
브렌트유, WTI,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운항량.
다음 시장 변동성의 시작점이 그곳에서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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