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일 목요일 10:23
[기자수첩] 15% 관세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내놓는 것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세 방어…통상 협상의 비용도 따져봐야
![[기자수첩] 15% 관세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내놓는 것들](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90810317705-966042175.webp)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고 정부가 밝혔다.
무역법 301조에 따른 추가 관세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릴 만한 소식이다.
하지만 숫자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기존 25%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조선 협력 1500억달러와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관세를 낮추기 위해 단순히 협상 테이블에서 말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과 사업 참여를 함께 내놓은 셈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설명은 더 솔직하다.
사업성이 떨어지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이지만, 투자에서 빠질 경우 미국이 관세를 높이는 등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대목에서 대미 투자의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해외 투자는 원래 기업이 수익을 기대하고 결정하는 경제 행위다. 사업성이 있는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국내 산업과 어떤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런데 관세와 투자가 한 묶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보다 통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라는 성격이 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2000억달러 전략적 투자의 첫 프로젝트로 확정했다.
대형 원전 8기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향후 협의 대상이다. 특히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산 기자재에 대한 관세 인하 혜택도 협상 대상이 됐다.
결국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낮춰주는 구조다.
문제는 이 관계가 한 번의 합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 수단을 계속 만들고 있다.
지난 7월에는 한국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를 부과했고, 과잉생산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른 추가 조치도 남아 있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15% 상한 유지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밝힌 이유다.
오늘 15%를 지켰다고 해서 내일의 통상 불확실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 장관 역시 앞으로의 대미 통상 관계를 “고비를 계속 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표현 그대로라면 이번 협상은 종착점이 아니라 또 하나의 중간 지점이다.
그래서 이제는 관세율 숫자 하나만 보고 협상의 성패를 판단하기보다 그 숫자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약속했고 어떤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25%였던 관세가 15%가 됐다는 결과는 분명 중요하다.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지킬 수 있고, 미국 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동시에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와 향후 사업별 자금 투입, 투자 회수 가능성까지 따져야 한다.
특히 사업성이 떨어지는 프로젝트에도 통상 관계 때문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과 금융기관, 나아가 우리 경제 전체가 떠안을 수 있다.
통상 협상은 원래 주고받는 과정이다. 모든 것을 얻을 수도 없고 아무것도 내주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것은 투명한 설명이다.
15%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약속했는지, 실제 투입되는 자금은 얼마인지, 손실 가능성은 누가 부담하는지 국민과 시장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모든 요구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관세 15%라는 숫자 뒤에는 3500억달러라는 또 다른 숫자가 있다.
앞으로 우리가 더 꼼꼼히 봐야 할 것은 어쩌면 앞의 숫자보다 뒤의 숫자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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