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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0일 화요일 23:56

리플, SEC 암호화폐 규제안 지지…증권은 토큰 아닌 투자계약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집행 중심 규제’ 대신 시장 전반에 적용할 일관된 기준 마련 촉구 발행사의 약속과 의무 종료 시점 중심으로 증권성 판단해야

리플, SEC 암호화폐 규제안 지지…증권은 토큰 아닌 투자계약

리플(Ripple)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추진하는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안 ‘레귤레이션 크립토 애셋(Regulation Crypto Assets·Reg CA)’을 지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

리플 최고법률책임자(CLO) 스튜어트 알데로티는 SEC가 현행 증권법에 따라 해당 규정을 제정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튜어트 알데로티는 그동안 미국 규제당국이 명확한 공통 기준을 제시하기보다 개별 기업과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법 집행을 진행하면서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집행을 통한 규제’ 방식이 미국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이고 일부 암호화폐 사업과 인력을 해외로 이전하게 만들었다며,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SEC가 지난 8월 공개한 Reg CA는 암호화폐와 관련된 투자계약의 발행·판매를 기존 증권 규제 안에서 보다 명확하게 다루기 위한 맞춤형 규정이다.

규제안은 일정한 정보공개 요건을 충족하는 암호화폐 발행사에 증권 등록 의무를 면제하는 두 가지 발행 경로를 제시했다.

하나는 4년 동안 최대 5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소규모 발행 면제이며, 다른 하나는 12개월 동안 최대 7500만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발행 면제다.

대규모 발행 면제를 이용하는 사업자는 재무제표를 제출하고 지속적인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면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증권법상 사기와 시장조작 금지 규정은 계속 적용된다.

규제안에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암호화폐가 투자계약에 종속된 상태에서 벗어난 것으로 간주하는 조건부 세이프하버도 포함됐다.

SEC는 이를 통해 자본 형성과 기술 혁신을 지원하면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리플은 규제안의 기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증권성 판단 대상은 디지털 토큰 자체가 아니라 해당 토큰을 이용해 형성된 계약과 거래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계약은 발행사나 사업자가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은 뒤 특정 사업을 수행하고 그 성과를 투자자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법률관계를 의미한다.

암호화폐 토큰은 이 계약에서 전달되는 자산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반드시 증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이는 리플과 SEC의 XRP 소송에서 미국 연방법원이 제시한 판단과도 연결된다. 2023년 법원은 “XRP라는 디지털 토큰 자체만으로는 하위 테스트의 요건을 충족하는 계약·거래·계획이 아니다”라며 판매 방식과 거래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을 별도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리플이 계약을 통해 기관투자자에게 진행한 일부 XRP 판매는 미등록 투자계약 판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거래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진 프로그램 방식의 판매는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았다. 토큰 자체보다 판매 구조와 당사자 간 약속이 증권성 판단에 중요하다는 의미다.

알데로티는 증권성 판단을 토큰의 ‘탈중앙화 정도’와 같은 주관적인 기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신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발행사가 수행해야 할 핵심 의무가 무엇인지, 해당 의무가 언제 종료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사의 지속적인 사업 수행 약속이 끝났고 투자자가 더 이상 발행사의 경영 노력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토큰이 투자계약에 종속된 상태에서도 벗어난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SEC 역시 제안서에서 비증권 암호화폐가 투자계약을 통해 판매될 수 있지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투자계약과 분리될 수 있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디지털 상품·수집품·도구 등은 그 자체로 증권이 아니며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와 특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도 반영했다.

리플의 의견은 SEC의 규제 권한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명확한 규칙에 기반한 규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리플은 과거 SEC의 집행 방식과 XRP 판매에 대한 해석에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이번에는 SEC가 공식적인 규칙 제정 절차를 통해 시장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을 지지했다.

Reg CA가 최종 확정되면 미국 암호화폐 기업은 토큰 발행 단계에서 적용할 정보공개 기준과 등록 면제 요건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게 된다.

반면 투자계약의 종료 시점과 발행사의 핵심 의무를 어떻게 정의할지는 향후 규칙 확정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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