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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1일 수요일 10:30

“국민연금 240조 날렸다?” 진실은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주식 매도 금지·기금 고갈설 사실과 달라…연기금 4.5조 순매도, 7월 누적 수익률 14.84%

“국민연금 240조 날렸다?” 진실은

최근 국내 증시 급락 이후 국민연금이 주식 매도 제한으로 240조원 규모 손실 입었다는 주장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연금 고갈 시점까지 10년 앞당겨졌다는 이야기 나오면서 국민 노후자금에 대한 불안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제 국민연금 운용 규정과 공식 통계 확인 결과, 온라인에서 제기된 주장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급락과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 정책 맞물리면서 기금 운용 적절성 둘러싼 논란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주식 못 팔게 했다?” 실제로는 4.5조 순매도

논란 중심에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 유예 조치가 있다.

리밸런싱은 주가 변동 등으로 자산별 투자 비중이 목표 범위 벗어날 경우 주식이나 채권 등 매매해 비중 조정하는 운용 방식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 초과하더라도 의무적으로 매도해야 하는 조정 절차를 6월 말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반도체주 상승 영향으로 지난 2월 말 국내주식 비중은 24.5%까지 확대됐다. 당시 목표 비중 14.9%와 허용 상단 19.9% 모두 웃도는 수준이었다.

지난 5월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는 이미 확대된 주식 비중을 운용 기준에 반영한 조치로, 추가적인 주식 매수 지시와는 차이 있다.

실제 리밸런싱 유예 기간에도 연기금의 주식 매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 등 투자 주체는 지난 5월 2조1천617억원, 6월 2조3천370억원 등 두 달간 약 4조5천억원 순매도 기록했다.

따라서 정부 방침으로 국민연금이 국내주식을 전혀 팔지 못했다는 주장은 실제 거래 기록과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순매도 규모는 국민연금 단독 거래액이 아닌 연기금 전체 집계다.

240조 손실설 확산…공식 통계와 차이

온라인에서 제기된 240조원 손실 주장 역시 공식 자료로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증시 하락 과정에서 상당한 평가손실 경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손실 규모와 성격 구분할 필요 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지난 7월 말 1천684조2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181조4천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국내주식 평가액 감소 규모는 124조6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전체 적립금 감소액 181조4천억원은 7월 한 달간 나타난 자산 규모 변화로, 온라인에서 주장하는 240조원 손실과 동일한 수치가 아니다.

최근 거론된 182조원 손실 추정치 역시 국민연금 전체 운용손실과 구분해야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6월 말 515조9천억원에서 10월 15일 333조5천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182조4천억원 줄어든 수치지만, 국민연금 전체 기금이 아닌 일부 국내 상장주식의 평가액 변화에 해당한다.

평가액 감소를 실제 매도 과정에서 확정된 손실과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누적 수익률 14.84%…연초 이후 여전히 플러스

국민연금이 공식 공개한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4.84%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누적 운용수익금은 219조1천억원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수익률 27.22%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했지만, 연초 이후 전체 운용성과는 여전히 플러스 유지한 셈이다.

다만 최근 10월 증시 급락에 따른 전체 기금 운용손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최신 성과에 대한 최종 판단은 어렵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내주식 매도 이후 자금을 장기간 현금으로 보유하기 어려운 운용 구조상 다른 자산으로 재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1~7월 국내주식 수익률은 60.11%였지만 국내채권 수익률은 -3.36% 기록했다.

따라서 국내주식을 더 일찍 매도했더라면 전체 기금 수익률이 반드시 높아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단정하기 어렵다.

“연금 10년 빨리 고갈된다?” 기존 전망과 혼동

국민연금 손실 논란과 함께 기금 고갈 시점이 10년 앞당겨졌다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서로 다른 시점의 재정 전망을 혼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국민연금 기금 소진 예상 시점 2055년은 2025년 연금개혁 이전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연금개혁과 지난해까지 운용성과 반영해 올해 6월 기금 소진 예상 시점을 2069년으로 제시했다.

따라서 최근 증시 하락만으로 기금 소진 시점이 2045~2047년으로 앞당겨졌다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

또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국민연금법에는 국가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금급여 지급 보장 책임 명문화됐다.

기금 소진이 곧바로 연금 지급 중단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재정 상황과 제도 운영 방식 등 종합적인 검토 필요하다.

회의록 비공개 논란…국민연금 신뢰 회복 과제

온라인에서 확산된 손실 주장과 별개로 국민연금의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리밸런싱 유예 결정 당시 회의록을 2030년까지 비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5월 28일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상향 조정한 회의의 회의록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고려한 조치지만, 주요 투자 결정 배경과 근거에 대한 외부 검증 어렵다는 비판 제기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국민연금 운용성과 평가 시 단기 주가 등락보다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 능력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 나온다.

동시에 시장에 민감한 투자전략은 보호하되 주요 의사결정의 취지와 근거는 충분히 설명할 필요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국민연금의 실제 투자성과와 온라인에서 확산된 손실 추정치 사이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 크다.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성과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주요 투자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국민 신뢰 유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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