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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3일 금요일 09:14

주가는 폭락하는데 원화는 2년 만에 최고…무슨 일?

김보영 기자mari@gmail.com

코스피 3.52% 급락·환율 1324원 하락

주가는 폭락하는데 원화는 2년 만에 최고…무슨 일?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투자 불안으로 반도체주 중심의 매도세가 확산했지만, 외환시장에서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와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가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52% 하락한 5533.77로 거래를 마쳤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1324.2원에 마감하며 5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원화 가치는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커지면서 원화 가치도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꼽힌다. 수출로 확보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이어지면서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앞서 7월과 8월 연속 금리를 인상한 만큼 정책 효과를 점검하겠다는 판단이다. 다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원화 가치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AI 산업에 대한 투자 불안이 확대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2.60% 하락한 2만6008.86으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21% 떨어졌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넘게 급락했다.

특히 메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6.98% 하락했다.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막대한 자금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반도체 업종 전반으로 확산한 것이다.

국내 반도체 대형주도 영향을 받았다. 22일 삼성전자는 4.03%, SK하이닉스는 5.49% 하락했다.

여기에 두 기업의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부담도 더해졌다. 삼성전자는 10월 6일 15조원 규모, SK하이닉스는 21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마무리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22일 4.952%로 하락하며 약 한 달 만에 5% 아래로 내려갔다. 주식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 국채에 투자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13.17달러까지 올라 지난 5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강세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지만,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엇갈린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증시는 AI 투자 수익성과 글로벌 기술주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환율은 수출기업의 달러 공급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과 국제유가 움직임,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 회복 여부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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