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9일 금요일 05:44
종전 뒤 진짜 승부 시작…정부 ‘포스트 중동’ 수주전 나선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중동 재건·공급망 안정·청년고용까지…관건은 TF 아닌 실제 계약과 실행력
![[사진=연합뉴스]](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1847752861-758918707.webp)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합의는 한국 경제에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 완화 이상의 의미를 던진다. 전쟁이 멈춘 뒤에는 중동 재건과 에너지·물류 질서 재편, 공급망 재구축이라는 더 큰 경제 전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포스트 중동 대외경제정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 합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와 과제를 함께 안겨주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포스트 중동 경제정책 추진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진단은 비교적 분명하다. 이번 사태는 에너지와 물류, 공급망이 흔들릴 때 국내 경제가 얼마나 빠르게 압박받는지를 다시 보여줬다. 국제유가와 해상 운임, 환율이 동시에 움직이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물론 소비자물가와 금리, 고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종전이 이뤄졌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드러난 만큼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중동 국가들의 재건과 경제 체질 개선 과정에서 발생할 인프라·에너지·물류 협력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동 재건 시장은 단순히 건설사가 진출하는 프로젝트 시장이 아니다. 전력망과 항만, 철도, 스마트시티, 플랜트, 방산, 디지털 인프라, 금융 조달까지 연결되는 복합 시장이다.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는 적지 않지만, 실제 수주로 이어지려면 정부 간 협력과 금융 지원, 현지 네트워크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중동 인프라 협력 실무 태스크포스(TF) 발족과 고위급 현지 파견 계획은 필요한 조치다. 다만 TF가 선언적 협의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별 재건 수요와 발주 구조, 경쟁국 움직임, 국내 기업의 진출 가능성을 세밀하게 분석해 ‘누가,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들어갈지’를 빠르게 정해야 한다. 재건 시장은 전쟁이 끝난 뒤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조기경보 시스템(EWS) 시범 운영과 경제안보 품목 개편도 중요한 과제다. 그동안 공급망 정책은 위기 발생 후 대응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국가나 항로의 차질이 발생하기 전부터 조달선, 재고, 가격, 운송 흐름을 감지하고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경제안보 품목 역시 단순히 관리 대상 목록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로 국내 산업과 국민 생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통상 전략의 방향도 주목할 만하다. 몽골과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후속 협상, 모로코 등과의 FTA 추진은 공급망 다변화와 시장 확대를 동시에 겨냥한다. 특히 자원과 물류 거점, 신흥 소비시장 확보를 위해서는 대외경제 정책이 수출 확대를 넘어 경제안보 전략과 결합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포스트 중동’의 성과가 대외경제 지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 환율·금리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산업과 가계가 체감할 수 있는 대응책도 병행돼야 한다. 제조·건설·농림업 등 부진 업종과 청년층을 겨냥한 ‘청년 일자리 회복 방안’을 예고한 것은 그 출발점이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종전 이후의 기회를 말하는 데 있지 않다. 중동 재건 수요를 실제 수주와 투자로 연결하고, 공급망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며, 그 성과가 기업과 청년, 가계의 회복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있다. ‘포스트 중동’은 외교·통상·산업·금융·고용 정책이 따로 움직여서는 풀기 어려운 과제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회성 위기 대응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회복력과 외연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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