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9일 수요일 03:58
“신용사면 받았지만 또 연체”…293만명 중 48만명 석 달 만에 재부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수혜자 6명 중 1명 신규 연체…상환능력 중심 신용평가 필요성 커져

지난해 정부의 신용회복 지원을 받은 차주 가운데 상당수가 올해 다시 연체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NICE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회복지원 수혜자는 모두 292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개인은 257만2천명, 개인사업자는 35만6천명이었다.
올해 1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신규 연체가 발생한 수혜자는 48만3천명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45만6천명, 개인사업자가 2만7천명이었다.
전체 수혜자의 16.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말 연체 기록이 삭제된 차주 6명 가운데 1명꼴로 다시 빚을 제때 갚지 못한 셈이다.
신용사면은 연체금을 모두 상환한 차주의 연체 이력을 삭제해 금융거래 복귀를 돕는 신용회복 지원책이다.
대상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5천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지만 지난해 말까지 연체금을 모두 갚은 차주였다.
기존에는 연체금을 상환하더라도 최대 5년 동안 연체 기록이 남아 신용카드 발급이나 금융권 대출 이용에서 제약을 받을 수 있었다.
신용사면 대상자는 연체 이력이 즉시 삭제돼 신용평점 상승과 신규 신용카드 발급, 제1금융권 대출 이용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불과 석 달 만에 수혜자의 16.5%가 다시 연체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과거 연체 기록을 지우는 것만으로는 취약 차주의 상환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재연체의 원인이 모두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소득이 불안정하거나 기존 채무 부담이 큰 차주는 연체 이력이 삭제되더라도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다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저소득 차주의 경우 매출 감소와 생활비 부담, 고금리 대출 의존 등이 겹치면 신용회복 이후에도 재연체 위험이 높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신용사면과 함께 차주의 현재 소득과 부채 수준, 현금흐름, 상환 이력 등을 반영한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연체 기록을 일률적으로 삭제하기보다 정상 상환 가능성이 높은 차주와 추가적인 채무조정이 필요한 차주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연체 이력이 삭제되면 차주의 위험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들 수 있다.
이 경우 금융회사가 대출 심사를 강화하거나 전체 취약 차주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연체 이력을 지나치게 장기간 보존하면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은 차주의 금융시장 복귀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신용사면 이후 일정 기간 상환 상황을 점검하고 금융교육과 채무관리 상담, 정책금융 연계 등을 함께 제공하는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개인사업자에게는 매출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반영한 별도의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훈 의원은 신용사면 이후 재연체가 빠르게 발생했다며 차주의 상환 능력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 체계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사면은 취약 차주에게 금융시장 재진입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재연체 비율이 높게 나타난 만큼 연체 이력 삭제만으로는 부실 위험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도 확인됐다.
향후 정책의 성패는 신용회복 대상 확대보다 차주의 실제 상환능력을 가려내고 재연체를 막을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데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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