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요일 00:24
美블록체인협회, 커스토디아뱅크 ‘연준 마스터계좌’ 소송 지원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지역 연은이 적격 은행 접근 임의로 막아선 안 돼”

미국 암호화폐 업계가 커스토디아뱅크(Custodia Bank)의 연방준비제도 마스터계좌 확보를 위한 법적 분쟁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암호화폐 산업 로비단체인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는 커스토디아뱅크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해 미국 연방대법원에 법정 의견서를 제출하고 사건을 직접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커스토디아 사건은 현재 실제로 대법원 문턱에 올라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사건번호는 26-62이며 커스토디아는 지난 7월 10일 상고허가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사건은 7월 14일 정식으로 대법원 도켓에 등록됐다.
핵심 쟁점은 '마스터계좌(Master Account)'다. 마스터계좌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연방준비은행에 직접 계좌를 두고 미국의 핵심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인프라다.
은행이 마스터계좌를 확보하면 중개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연준의 결제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결제 속도와 비용,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커스토디아 역시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마스터계좌를 은행의 일상적인 운영에 사실상 필수적인 인프라로 규정했다. 계좌 개설을 거부할 경우 은행이 정상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커스토디아는 디지털자산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와이오밍주 인가 특수목적예금기관(SPDI)이다.
커스토디아는 2020년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에 마스터계좌 개설을 신청했다. 커스토디아가 대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캔자스시티 연은은 커스토디아가 계좌를 신청할 법적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후 신청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커스토디아는 연준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1일 미 제10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커스토디아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졌고 올해 3월 13일 재심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커스토디아는 결국 사건을 미국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으로 가져갔다.
블록체인협회가 문제 삼는 부분도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재량권이다. 협회는 적법하게 설립되고 관련 자격을 갖춘 주정부 인가 은행이 마스터계좌를 신청했을 때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이를 사실상 임의로 거부할 수 있는지 대법원이 직접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판결이 유지될 경우 연준과 지역 연은이 특정 금융기관의 핵심 결제 인프라 접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암호화폐 업계는 이를 단순한 은행 규제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자산 기업의 미국 금융시스템 접근권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암호화폐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은행의 마스터계좌 접근이 제한될 경우 해당 은행뿐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암호화폐 기업들도 간접적으로 기존 금융망 접근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디뱅킹(debanking)'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
디뱅킹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이 은행계좌나 결제 서비스 등 기존 금융 인프라에서 배제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과거 디지털자산 기업들이 규제 불확실성과 위험관리 등을 이유로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블록체인협회가 커스토디아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이번 판결이 향후 다른 암호화폐 기업과 금융기관의 결제망 접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준 측에도 명확한 논리가 존재한다. 마스터계좌를 가진 기관은 미국 핵심 지급결제 시스템에 직접 연결되는 만큼 자금세탁방지와 금융안정성, 사이버보안, 유동성 등 다양한 위험을 충분히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에 기존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직접 접근을 허용할 경우 추가적인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흥미로운 점은 커스토디아 소송이 진행되는 동시에 연준 역시 새로운 형태의 결제계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지난 5월 20일 법적으로 자격을 갖춘 금융기관이 지급결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Payment Account' 제도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새로운 결제계좌는 기존 마스터계좌보다 기능이 제한된다. 계좌 보유기관은 연준의 일중 신용이나 할인창구를 이용할 수 없고 잔액에 대한 이자도 받을 수 없다. 대신 일정 조건 아래 연준의 지급결제 서비스에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연준 역시 금융산업의 변화가 이러한 제도 검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사업모델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비용 절감과 결제 속도 향상을 위해 연준의 지급결제 서비스에 직접 접근하려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관리 문제에 대한 내부 이견도 존재한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새로운 결제계좌 구상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연준이 직접 감독하지 않는 기관의 자금세탁방지와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현재 제안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대법원이 커스토디아의 사건을 실제로 심리할지 여부다.
커스토디아가 상고허가 청원을 제출했다고 해서 대법원이 본안 판단을 내리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사건을 받아들여야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마스터계좌 거부 권한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 판단이 이뤄진다.
대법원 공식 기록상 커스토디아의 청원은 7월 10일 제출됐고 사건은 7월 14일 접수됐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블록체인협회가 커스토디아의 대법원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며, 대법원이 커스토디아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번 분쟁의 파급력은 커스토디아 한 곳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사건을 받아들여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재량권 범위를 판단한다면 암호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은행은 물론 핀테크와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형태의 금융기관이 미국 중앙은행 결제 인프라에 접근할 수 있는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커스토디아와 연준의 마스터계좌 분쟁은 '누가 미국 금융시스템의 핵심 결제망에 직접 들어올 수 있는가'라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블록체인협회까지 법적 지원에 나서면서 대법원이 이번 사건을 직접 심리할지, 그리고 향후 디지털자산 기업의 미국 금융망 접근에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관심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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