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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3일 목요일 00:38

샘슨 모우, “BIP-110 분란, 비트코인 코어가 자초”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기본 정책 변경 1~2년 미뤘다면 피할 수 있었어” 비금융 데이터 제한 놓고 비트코인 거버넌스 갈등

샘슨 모우, “BIP-110 분란, 비트코인 코어가 자초”

JAN3 최고경영자 샘슨 모우(Samson Mow)가 최근 비트코인 생태계를 뒤흔든 BIP-110 논쟁과 관련해 비트코인 코어 개발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모우는 비트코인 코어 측이 현재의 갈등을 촉발한 과정에서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비슷한 분란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비트코인 코어 개발진이 OP_RETURN 관련 기본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기존 방식을 1~2년 정도 더 유지했더라면 BIP-110을 둘러싼 현재의 갈등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어디까지 데이터 저장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BIP-110의 공식 명칭은 'Reduced Data Temporary Softfork'다. 공식 BIP 문서에 따르면 일정 기간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필드의 크기 등을 합의 규칙 차원에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IP-110은 1년 동안 적용되는 임시 소프트포크를 제안하며 OP_RETURN 출력은 최대 83바이트까지 허용하는 한편, 다른 여러 데이터 경로에도 제한을 설정한다.

따라서 BIP-110을 단순히 'OP_RETURN을 금지하는 제안'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OP_RETURN에는 제한된 공간을 남겨두면서 다른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삽입하는 행위까지 합의 규칙을 통해 억제하려는 제안에 가깝다.

BIP-110 문서는 제안 목적에 대해 임의 데이터 지원으로 왜곡된 인센티브를 바로잡고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에 다시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논쟁이 커진 배경에는 오디널스와 인스크립션 등이 있다. 비트코인은 본래 P2P 전자화폐를 목표로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블록체인에 금융거래와 직접 관계없는 데이터를 기록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특히 오디널스가 등장하면서 이미지와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찬성 측에서는 누구나 수수료를 지불하고 유효한 거래를 생성할 수 있는 것이 비트코인의 개방성과 검열저항성에 부합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에서는 대규모 비금융 데이터가 블록 공간을 차지하면 노드 운영 부담과 수수료가 증가하고 비트코인이 본래 목적인 화폐 네트워크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BIP-110은 후자의 문제의식에서 등장했다.

샘슨 모우가 지적한 부분은 BIP-110 자체보다 그 이전에 벌어진 OP_RETURN 정책 논쟁이다.

OP_RETURN은 비트코인 거래에 소량의 데이터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과거부터 다양한 프로토콜이 이를 활용해왔으며 OP_RETURN을 통한 메타데이터 기록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다룬 연구도 존재한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 과정에서 OP_RETURN 데이터 릴레이 정책을 둘러싼 변경이 추진되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모우의 주장은 코어 개발진이 논쟁적인 정책을 굳이 서둘러 건드리지 않았다면 데이터 저장을 합의 규칙 차원에서 제한하자는 BIP-110 운동 역시 지금과 같은 규모로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BIP-110을 단순한 기술 제안이 아니라 개발자와 이용자 사이에 쌓여온 불신의 결과로 바라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BIP-110이 공식 BIP 문서로 존재한다고 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채택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트코인 BIP 저장소 역시 BIP가 등록됐다는 사실은 해당 제안이 일정한 형식적 요건을 충족했다는 의미일 뿐, 커뮤니티 합의나 채택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BIP-110은 공식적으로 'Complete' 상태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 네트워크 규칙을 변경하려면 채굴자와 노드 운영자, 개발자, 기업, 이용자 등 광범위한 생태계 참여자의 지지가 필요하다.

최근까지 BIP-110은 이러한 폭넓은 합의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7월 중순 보도에서도 채굴자 지지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는 등 낮은 채택 수준이 지적됐다.

BIP-110 논란이 중요한 이유는 논쟁의 범위가 오디널스나 NFT를 허용할 것인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질문은 '비트코인에서 누가 규칙을 결정하는가'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트코인 노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만 네트워크 규칙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다.

코드를 공개해도 이용자와 노드 운영자가 설치하지 않으면 네트워크에 적용되지 않는다.

반대로 코어 소프트웨어의 기본 설정은 수많은 노드와 기업이 그대로 사용하는 만큼 개발자의 결정이 현실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BIP-110 논쟁은 바로 이 두 관점이 충돌하는 사례다.

BIP-110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의 희소한 블록 공간을 대규모 이미지나 임의 데이터 저장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식 제안서에서도 300~400바이트 정도까지 이미지 압축이 가능해지는 상황 등을 언급하면서 이미지 저장 수요가 수수료와 네트워크 자원에 부담을 줄 가능성을 문제로 제기한다.

반대 논리는 정반대다. 유효한 거래이고 이용자가 시장에서 결정된 수수료를 지불한다면 개발자나 특정 이용자 집단이 그 거래의 목적을 판단해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비금융 데이터를 제한하기 위해 합의 규칙을 변경하는 행위 자체가 비트코인의 검열저항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국 양쪽 모두 '비트코인을 보호한다'는 목표를 내세우지만 보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서 의견이 갈리는 셈이다.

샘슨 모우가 이번 발언에서 강조한 것도 이러한 거버넌스 문제다. 그는 코어 개발진이 BIP-110 운동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자신들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BIP-110에 대한 반대 측에서는 논란이 있다고 해서 거래 유효성에 새로운 합의 제한을 도입하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소프트포크는 단순한 프로그램 설정 변경보다 훨씬 무거운 결정이다. 네트워크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는 거래 범위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BIP-110 논쟁은 기술적 문제를 넘어 비트코인의 정체성과 거버넌스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트코인을 순수한 글로벌 화폐·결제 네트워크에 최대한 가깝게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수수료를 지불하는 이용자라면 블록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들이 어느 정도까지 기본 정책을 변경할 수 있는지, 노드 운영자와 채굴자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라는 권한 문제가 더해졌다.

BIP-110 공식 문서 역시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데이터 사용을 제한해 화폐 기능에 다시 초점을 맞추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지만 BIP가 존재한다는 것과 네트워크 전체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샘슨 모우의 이번 비판 역시 BIP-110의 기술적 세부사항보다는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게 된 개발 과정과 커뮤니티 소통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BIP-110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논쟁은 '비트코인 블록 공간을 무엇에 사용할 것인가'를 넘어 '비트코인의 미래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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