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3일 목요일 00:51
CFTC, 예측시장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경고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자체 인증·규정 준수 철저히 해야”...마켓메이커·유동성 공급 보상 프로그램 점검 강화 이벤트 계약 급성장 속 규제 관리도 촘촘해진다

미국에서 예측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이벤트 계약 거래소들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CFTC 시장감독국(Division of Market Oversight·DMO)은 지정계약시장(DCM)이 운영하는 각종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자체 인증 과정에서 규정상 필요한 내용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거래소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조치는 예측시장 자체를 금지하거나 이벤트 계약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은 아니다.
핵심은 거래소들이 마켓메이커와 유동성 공급자, 일반 거래자 등에게 금전이나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이를 CFTC 규정에 맞게 설계하고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예측시장은 정치와 경제지표, 스포츠 등 특정 사건의 결과를 계약 형태로 거래하는 시장이다.
미국에서는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는 일부 플랫폼이 CFTC의 감독을 받는 지정계약시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거래소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유동성이다. 매수하려는 이용자는 많은데 매도자가 부족하거나 반대 상황이 발생하면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 거래량이 적으면 매수·매도 가격 차이인 스프레드도 확대될 수 있다.
거래소들이 마켓메이커와 유동성 공급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주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거나 거래량 등의 조건을 충족한 참여자에게 수수료 할인과 리베이트, 각종 보상을 제공해 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선물·옵션 거래소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서 일부 DCM이 제출하는 자체 인증 서류가 CFTC 규정의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CFTC 시장감독국은 특히 이벤트 계약과 관련된 인센티브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DCM은 새로운 규칙이나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 일정한 절차를 통해 해당 내용이 상품거래법과 CFTC 규정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증할 수 있다.
하지만 '자체 인증'이라고 해서 거래소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별다른 설명 없이 바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프로그램의 구조와 적용 대상, 운영 조건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관련 규정과 핵심 원칙을 준수한다는 점을 검토해야 한다.
CFTC는 실제 DCM의 프로그램 관련 자체 인증 자료를 공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추천 인센티브, 마켓메이커 프로그램 등 다양한 제도에 대한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CFTC가 강조한 또 다른 부분은 투명성이다. 거래소가 새로운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기존 프로그램의 내용을 변경한다면 시장 참가자가 관련 조건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누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지, 어떤 거래가 보상 대상인지, 보상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등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공정성과도 연결된다. 특정 마켓메이커나 일부 거래자에게만 유리한 조건이 제공되거나 시장 참가자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혜택이 지급될 경우 거래소의 공정한 시장 운영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움직임은 최근 CFTC가 예측시장 관련 자체 인증 절차를 잇달아 점검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CFTC는 지난 7월 24일 별도의 권고문을 내고 DCM들이 이벤트 계약 시리즈를 자체 인증할 때 적절한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CFTC가 문제 삼은 것은 여러 종류의 이벤트 계약을 하나의 광범위한 템플릿 형태로 묶어 인증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계약을 신고하면 CFTC가 개별 계약의 결제 방식과 데이터 출처, 관련 핵심 원칙 준수 여부 등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CFTC는 광범위한 템플릿 방식의 인증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했다. 결국 이벤트 계약 자체뿐 아니라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거래소가 운영하는 인센티브 프로그램까지 규정 준수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보겠다는 흐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CFTC의 움직임은 미국 예측시장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이기도 하다.
과거 예측시장은 정치나 경제 이벤트 결과를 예상하는 비교적 작은 시장으로 평가됐지만 최근에는 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영역으로 상품이 확대되고 있다.
스포츠 이벤트 계약의 경우 이미 시장 건전성과 내부정보 거래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이벤트 계약은 스포츠 경기의 최종 승패뿐 아니라 특정 경기 상황까지 대상으로 확대될 수 있어 선수나 심판 등 내부자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프로풋볼(NFL) 역시 최근 CFTC에 스포츠 예측시장 규제를 강화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조작 가능성이 높은 계약과 선수 개인의 성과, 심판 판정 등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거래시장이 성장하려면 충분한 유동성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마켓메이커에게 경제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특히 예측시장은 특정 이벤트별로 계약이 나뉘기 때문에 거래량이 여러 시장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거래소 입장에서는 시장마다 충분한 매수·매도 주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설계되면 실제 이용자의 자연스러운 거래 수요보다 보상을 받기 위한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CFTC가 프로그램 조건과 자체 인증 절차를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시장 왜곡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예측시장을 둘러싼 규제 논쟁은 새로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벤트 계약이 금융 파생상품인지 도박인지, 그리고 연방정부와 주정부 가운데 어느 기관이 감독해야 하는지가 핵심적인 문제였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실제 거래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에 관한 세부적인 규제로 논점이 확대되고 있다.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자체 인증할 것인지, 결제 기준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마켓메이커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인지 등이 모두 감독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CFTC가 7월 이벤트 계약 자체 인증 절차에 이어 인센티브 프로그램까지 주의를 환기한 것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예측시장 사업자 입장에서는 시장 확대와 유동성 확보만큼 규제 대응 능력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치·스포츠·경제 등 새로운 이벤트 계약이 빠르게 추가되는 상황에서 상품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먼저 출시한 뒤 규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보다는 출시 단계부터 자체 인증과 정보공개, 시장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미국 예측시장 사업의 핵심 조건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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