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5일 토요일 16:40
美 가상자산 ‘클래리티법’ 연내 처리 흔들…SEC·CFTC 독자 규제 속도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갤럭시리서치 “의회 일정·쟁점 타협 난항으로 2026년 제정 가능성 낮아져” 행정지침으로 규제 공백 보완하지만 정권 교체 시 번복 가능…법률 대체에는 한계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관할권을 정리하기 위한 클래리티법(CLARITY Act)의 2026년 내 제정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갤럭시리서치는 의회의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자체적인 규칙 제정과 해석 지침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클래리티법의 정식 명칭은 ‘2025년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이다. 가상자산이 증권 또는 디지털 상품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고, SEC와 CFTC의 감독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투자계약 성격을 가진 가상자산과 자금조달 과정은 SEC가 담당하고, 일정 수준 이상 탈중앙화된 디지털 상품과 해당 현물시장은 CFTC가 주로 감독하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브로커, 딜러를 위한 연방 차원의 등록 기준도 도입될 전망이다. 고객자산 분리와 수탁, 공시, 시장감시 등에 대한 통일된 규칙을 마련해 현재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클래리티법은 2025년 7월 미국 하원을 찬성 294표, 반대 134표로 통과했다. 공화당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원 78명도 찬성하면서 초당적인 지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상원 논의 과정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공직자 윤리, 탈중앙화금융 개발자 보호, 불법자금 방지 등의 쟁점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졌다.
특히 거래소와 플랫폼이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보상이나 수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가 주요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권은 이러한 보상이 사실상 예금이자와 유사하게 작동해 은행 예금과 지역대출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상자산 업계는 특정 활동에 따른 보상까지 예금이자로 간주해 제한하면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성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통령과 의원 등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를 어디까지 제한하고 누가 이해충돌 규정을 집행할지도 해결되지 않은 쟁점이다.
탈중앙화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비수탁형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주체에게 어느 수준의 법적 책임을 부과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상원 논의가 미국의 8월 휴회 이전에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연내 처리 일정은 더욱 촉박해졌다. 9월 이후에는 연방정부 예산과 중간선거 등 다른 정치 일정이 집중돼 법안 심의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
갤럭시리서치는 지난 4월에도 클래리티법이 2026년 안에 제정될 가능성을 약 50% 또는 그 이하로 평가했다. 법안이 상원 문턱을 넘더라도 하원과의 문안 조정 및 대통령 서명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갤럭시는 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이 낮아지자 SEC와 CFTC가 의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현재 보유한 권한 안에서 가상자산 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기관은 규칙 제정과 해석 지침, 규제 면제, 등록 절차 등을 통해 가상자산 발행과 거래, 수탁, 시장감독 기준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는 시장의 당면한 규제 공백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가상자산 기업도 새로운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사업 구조와 등록 절차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규제기관의 행정 조치는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보다 지속성이 약하다. 향후 대통령이나 기관 지도부가 교체되면 기존 지침을 철회하거나 규칙을 다시 개정할 수 있다.
법적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소송도 발생할 수 있다. SEC와 CFTC가 현행법을 해석해 규제를 마련하더라도 가상자산의 법적 분류와 기관 간 관할권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갤럭시리서치는 “행정 조치가 단기적으로 규제 공백을 메울 수는 있지만 의회가 마련하는 장기적인 시장구조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행정기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규제 기조가 반복적으로 달라지면 기업과 투자자는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동일한 가상자산이 어느 시기에는 증권으로 해석됐다가 다른 행정부에서 상품으로 취급되는 혼란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의회가 법률로 SEC와 CFTC의 권한을 구분하면 규제기관 지도부가 교체되더라도 기본적인 시장구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가 클래리티법을 행정지침보다 중요한 제도적 기반으로 보는 이유다.
클래리티법 처리가 지연되더라도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정비가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SEC와 CFTC의 규칙 마련과 기존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 시행은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시장구조 법안이 무산되면 거래소 등록과 토큰 분류, 디파이 개발자의 책임 범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장기화할 수 있다. 기업들이 미국보다 규제 기준이 명확한 다른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법안의 운명은 상원 지도부가 본회의 표결 일정을 확보하는지, 민주당의 협조를 포함해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모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스테이블코인 보상과 공직자 윤리 조항에 대한 타협 여부도 연내 처리 가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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