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7일 월요일 02:21
중동·북아프리카 암호화폐 거래액 3500억달러로 확대…사우디 성장률 1위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2022년 1000억달러서 3년여 만에 3.5배…터키는 거래 규모 최대 사우디 154%·카타르 120% 성장…걸프 지역은 기관·규제가 확장 견인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이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암호화폐 시장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통화 가치 하락에 대응하려는 개인 수요와 걸프 국가들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투자가 동시에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정책연구소(Bitcoin Policy Institute·BPI)가 지난 4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MENA 지역의 연간 온체인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2022년 약 1000억달러에서 2025~2026년 약 3500억달러로 증가했다. 약 3년 만에 3.5배로 확대된 셈이다.
다만 BPI는 이를 ‘2025~2026년 기준 추정치’로 제시했다. 따라서 특정 연도의 확정 거래액이 35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의미보다는 최근 연간 거래 규모가 이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
국가별로는 터키가 연간 약 2,000억달러의 암호화폐를 거래하며 MENA 지역 최대 시장을 유지했다.
터키에서는 리라화 가치 하락과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비트코인과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구매력을 보존하기 위한 대체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2025년 약 1500억달러의 암호화폐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추산됐다. UAE 시장은 개인의 단기 매매보다 기관 참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
BPI에 따르면 UAE의 암호화폐 거래 가운데 비트코인이 약 38%를 차지했으며 이더리움은 22%,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약 30%를 차지했다.
다만 MENA 전체 거래 규모 3500억달러와 터키·UAE의 국가별 수치는 조사 기간과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를 가능성이 있다.
두 국가의 수치만 합쳐도 전체 추정치와 같아지기 때문에 국가별 거래액을 단순 합산해 지역 전체 수치와 직접 비교해서는 안 된다. BPI 보고서 본문에는 각 수치의 구체적인 조사 기간과 중복 제거 방식이 별도로 제시되지 않았다.
거래 규모에서는 터키와 UAE가 앞섰지만 성장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장 높았다. 사우디의 암호화폐 활동은 전년 대비 154% 증가해 MENA 국가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BPI는 사우디의 인구 구조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주요 성장 배경으로 꼽았다. 사우디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7%에 달하며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35세 미만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정부가 블록체인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게임, 핀테크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점도 시장 성장을 뒷받침했다.
카타르는 같은 기간 암호화폐 거래 활동이 120% 증가하며 사우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디지털 자산을 지원하는 규제 환경과 금융 인프라 투자가 성장 요인으로 분석됐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암호화폐 활용 방식은 국가의 경제·정치적 환경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이집트와 터키, 레바논, 이란처럼 통화 가치 하락이나 제재, 분쟁을 겪는 국가에서는 비트코인과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자산 보존과 국경 간 가치 이전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집트에서는 자국 통화인 파운드화의 잇따른 평가절하 이후 개인 간 비트코인 거래량이 3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UAE와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에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와 기관투자자 참여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UAE는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연방 차원의 허가 체계를 구축했고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은 토큰화와 가상자산 영업 관련 규정을 정비해 왔다.
바레인도 스테이블코인 발행·공모 제도를 도입하며 규제 기반 디지털 자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걸프 국가들이 암호화폐 거래를 넘어 토큰화 금융상품과 결제, 기관용 자산관리 사업의 거점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다.
BPI는 이스라엘·이란 분쟁 당시 전통 금융시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도 암호화폐 시장이 24시간 운영되면서 자금 이동 통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분쟁 초기에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 위험자산과 함께 하락했지만 이후 투자자들이 고위험 알트코인에서 비트코인으로 이동하면서 방어적 수요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MENA 지역의 성장이 하나의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통화 불안 국가에서는 자산 보존 수요가 걸프 국가에서는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과 기관 참여가 암호화폐 시장 확대를 이끌고 있다.
향후 MENA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은 각국의 규제 정비 속도와 기관 자금 유입, 스테이블코인 사용 확대에 좌우될 전망이다.
동시에 지역 전체 및 국가별 거래액의 집계 기준이 명확히 공개돼야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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