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8일 화요일 07:35
“사랑으로 점을 찍어라”… 샤샤작가에게 묻는 AI 시대 예술의 가치
이윤호 기자admin@blockchainseoul.kr
아티스트
“사랑으로 점을 찍어라, 마음으로 찍은 첫 점에서 시작하다”… 회화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아티스트 샤샤(Shasa), 한 점의 시작이 건네는 온기와 예술의 태도

Q1. 샤샤 작가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그 문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 작품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A.
“무(無)에서 유(有)로 나아가는 ‘최초의 망설임 없는 첫 점’, 그리고 그 점이 캔버스 위에 하나의 세계로 번져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대표작은 〈마음의 초를 켜라〉 연작입니다.
캔버스에 붓끝을 대는 아주 작고 과감한 시작이 점이 되고, 그 점이 선과 면으로 확장되며 화면 전체의 분위기를 밝혀내는 과정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작업입니다.
Q2. “사랑으로 점을 찍어라”는 작가님의 철학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실제 작품의 색과 형태, 작업 과정에 어떻게 담기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말하는 ‘점’은 시각적인 점묘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형의 가장 기본 원리처럼,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되어 마침내 하나의 형상이 완성되듯 인간이 무언가를 창조할 때 찍는 최초의 ‘시작점’을 의미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 앞에 서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때 그 백지를 파괴하고 첫 붓질을 내딛게 만드는 유일한 에너지가 바로 작품에 대한 ‘사랑’입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애정, 창작을 멈추지 않겠다는 자기 확신이 실리지 않으면 첫 점은 결코 찍힐 수 없습니다.
제 작업에서 사랑은 캔버스의 구도를 과감하게 열어젖히는 결단력과 색과 면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어우러지게 만드는 조화의 감각으로 담깁니다.
Q3. 우주와 무의식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왜 그림으로 표현하나요? 작품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발견하거나 느끼기를 바라시나요?
A.
이미 눈앞에 형태를 갖춘 대상은 굳이 다시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 머릿속을 맴도는 무의식,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거대한 세계의 기운은 실재하지만 만질 수 없습니다. 저는 형체 없는 그 감각들에 형태와 색이라는 옷을 입혀 현실로 끄집어내는 일을 합니다.
관객들이 제 그림 앞에서 거창한 미술사적 해설을 찾기보다, ‘내 안에도 저렇게 설명할 수 없지만 꿈틀거리는 생각과 에너지가 있었지’ 하며 자기 안의 가능성과 잊고 지낸 감각을 다시 인지하길 바랍니다.
Q4. 회화에서 NFT와 미디어아트로 넘어가며, 작품 자체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단순히 발표하는 공간이 바뀐 것인지,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표현이 가능해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A.
회화는 캔버스라는 한정된 평면 위에 완성된 순간의 결론을 정지된 상태로 보여줍니다. 반면 디지털과 미디어아트로 넘어오며 달라진 것은 ‘생각이 면으로 발전해가는 호흡 그 자체를 시각적 흐름으로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빛을 매개로 삼을 수 있게 되면서, 캔버스 안에서는 고정되어 있던 색면들이 화면 밖으로 발광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확장성을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발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물리적 제약이 풀린 것에 가깝습니다.
Q5. 작가에게 NFT는 새로운 시장인가요, 새로운 예술의 도구인가요? 직접 작업하고 전시하면서 느낀 가장 큰 가능성과 한계를 말씀해주세요.
A.
저에게 NFT는 ‘독립적인 창작자로서 세상과 직접 맺는 계약 방식’이었습니다.
가능성은 기존 유통 구조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도 작가가 직접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증명하고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는 독립성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반면 한계는 기술적 개념이나 가격의 등락이 정작 가장 중요해야 할 ‘작품이 주는 시각적 울림’을 자주 덮어버린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새롭더라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픽셀 너머에 담긴 회화적 완성도와 진정성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더 깊이 체감했습니다.

Q6. “디지털 그림은 저장하면 되는데,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나”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디지털 작품의 소장 가치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A.
이미지를 화면 캡처로 저장하는 것은 ‘복사된 껍데기’를 파일로 갖는 것이고, 소장은 그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맥락과 작가의 창작 활동에 공식적인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는 일입니다.
유명한 서적의 텍스트를 메모장에 복사해 둘 수는 있지만, 그것이 초판본 책을 소장하는 가치와 같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블록체인 위의 소장은 단순한 이미지 데이터의 결제가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과 시작점을 지지했다는 영구적인 기록이자 관계의 획득입니다.
Q7. NFT에서 가격을 걷어내면 무엇이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작품성과 커뮤니티, 작가와의 관계 가운데 오래가는 가치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A.
가격의 숫자를 지우고 나면 결국 ‘작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계를 만들어갈 사람인가’라는 태도만 남습니다.
시장의 관심이 식고 가격이 빠졌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단기 차익을 노리던 집단입니다. 끝까지 남아 작품을 지탱하는 것은 작가가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조형적 내러티브와, 그 성실함을 신뢰하는 소수의 깊은 유대입니다. 오래가는 가치는 기교나 가격이 아니라 작가의 지속성에서 나옵니다.
Q8. AI가 완성도 높은 이미지를 만들어도, 인간 작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님의 작업에서 도구에 맡길 수 있는 부분과 직접 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재조합해 ‘결과물’을 출력할 수는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백지 앞에서 ‘왜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최초의 결단은 내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점이 선이 되는 그 첫 번째 의도는 오직 인간의 결핍과 욕망에서만 출발합니다.
작업 과정에서 구도의 밸런스를 맞춰보는 반복적인 테스트나 화면 구성의 기술적 서포트는 도구에 맡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색면을 남기고 무엇을 비워낼지 결정하는 감각, 붓을 내려놓고 완성을 선언하는 마침표의 순간은 오직 작가 본인만이 결정할 수 있습니다.
Q9. AI를 활용한 창작에서 어디까지를 작가의 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와 생성, 선택, 수정 중 작가의 고유성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단계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버리는 기준(선택)’과 ‘작가의 문법으로 완전히 다시 엮어내는 재구성(수정)’에 고유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성 버튼을 누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이미지 중 내 철학에 들어맞는 단 하나를 골라내는 눈, 그리고 기계의 무작위성을 통제해 내 회화적 맥락 안으로 완전히 흡수시키는 과정이 개입되어야 비로소 작가의 작업이 됩니다.
Q10. 디센트 하드월렛과의 협업에서, 기술 기업과 예술가는 서로 무엇을 얻었나요? 작품을 제품이나 브랜드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킨 기준도 궁금합니다.
A.
기술 기업은 안전하지만 차가운 디지털 기기에 인간적인 조형 감각과 심미적 가치를 입힐 수 있었고, 저는 제 작품이 디지털 화면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만질 수 있는 하드웨어 오브제로 실체화되는 접점을 얻었습니다.
브랜드 협업에서 가장 경계한 것은 ‘단순 로고 플레이나 껍데기 포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기기 자체가 제 그림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새로운 캔버스로 기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기술과 그림의 톤앤매너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도록 조율했습니다.
Q11. Web3는 작가가 갤러리나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활동하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컬렉터와의 직접 소통, 작품 판매, 활동 기회에서 경험한 변화와 여전히 남아 있는 장벽을 말씀해주세요.
A.
물리적 갤러리의 문턱을 거치지 않고도 내 작업을 세상에 바로 보일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는 점에서 작가의 주체성을 크게 높여주었습니다. 중간 유통의 언어로 포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작업 의도를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장벽은 여전히 명확합니다. 지갑 생성이나 암호화폐 거래 같은 기술적 복잡함 때문에, 일반 관객이 작품에 직관적으로 다가오기에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예술은 결국 보편적인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야 하는데, 기술적인 허들이 그 감상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은 계속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Q12. 작품이 팔리는 것과 작가로서 살아남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의 조건은 무엇인가요?
A.
판매는 일시적인 결과일 뿐이지만, 살아남는 것은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상태를 스스로 유지하는 체력’입니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느낀 것은 작가에게 감성만큼이나 현실적인 기획력과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외부의 시세나 일시적인 시장 반응에 휘둘리지 않고, 캔버스 앞에서의 온전한 집중을 보장할 수 있는 단단한 작업 환경과 루틴을 만드는 것이 작가로서 롱런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Q13. 공공미술과 그림 기부 등으로 전하려는 ‘선한 에너지’는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나요? 관객이나 지역 주민의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들려주세요.
A.
홍버스킹존 화분 프로젝트 때 거리의 화분에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미술관의 잘 정돈된 벽면이 아니라, 바쁜 출퇴근길에 무심코 스쳐 지나가거나 방치되기 쉬운 차가운 거리의 일상 화분이었습니다.
그림을 입혀두고 지켜보았을 때, 늘 무표정하게 앞만 보고 걷던 사람들이 화분 앞에서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갤러리를 찾아갈 여유가 없는 일상 한가운데에서, 시선이 머무는 것만으로도 잠깐의 환기와 호흡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예술이 현실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직접적인 힘이라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Q14. 앞으로 3~5년, 디지털아트에서 가장 기대하는 변화와 가장 경계하는 흐름은 무엇인가요? 그 안에서 샤샤 작가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작업도 소개해주세요.
A.
기대하는 변화는 디지털아트가 납작한 모니터를 벗어나 실제 공간, 물성, 환경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발전입니다. 반대로 경계하는 흐름은 알맹이 없는 기술적 화려함만 앞세워 사람의 시각을 피로하게 만드는 공허한 트렌드입니다.
저는 평면 캔버스의 회화적 밀도와 디지털 미디어의 빛과 흐름이 단절되지 않고, 공간 전체에서 하나의 감각으로 체감되는 몰입형 설치 작업으로 세계관을 계속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Q15. 마지막으로, 샤샤라는 작가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요? 블록체인서울 독자들과 앞으로 작품을 만나게 될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유행이나 기술적 키워드에 휩쓸려 다니던 사람이 아니라, “언제나 두려움 없이 첫 점을 찍고, 그것을 자기만의 면과 세계로 뚝심 있게 완성해 낸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기술이 빠르게 변하고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일은 더 두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모든 거대한 창조물도 캔버스에 닿는 아주 작은 붓끝의 첫 점 하나에서 시작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각자의 일상과 마음속에 주저하지 말고 자신만의 ‘사랑의 첫 점’을 찍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그림이 그 시작을 위한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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