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 수요일 10:30
“담배 한 갑 5만원의 역습”…호주 정부, 세금 올렸다가 불법 시장만 키웠나
이윤호 기자bklove3474@naver.com
하루 흡연율 5.6%로 역대 최저인데 니코틴 소비량은 8년간 약 40% 증가…불법 담배·전자담배 확산에 담배세 수입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

■ 담배 한 갑 5만원 시대…10년 만에 가격 3배
호주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오랫동안 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해 왔다.
정부는 담배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이 흡연을 줄이거나 금연을 선택할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을 바탕으로 담배세를 인상했다.
실제로 합법 담배 가격은 2016년 말부터 최근까지 거의 3배 수준으로 상승했다.
일부 담배 제품은 한 갑에 한화 약 5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하지만 가격 인상이 모든 담배의 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합법 담배 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동안 불법 담배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결국 합법 담배와 불법 담배 사이의 가격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불법 제품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졌다.
■ 불법 담배 비중 최대 80% 추정…합법 시장의 위기
호주 통계청이 2026년 6월 발표한 실험적 추정에 따르면, 2025년 전체 니코틴 소비량 중 불법 공급원에서 비롯된 비중은 약 80%에 달했다.
2017년 약 12%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다만 이 수치는 일반적인 불법 담배 시장점유율과는 차이가 있다.
호주 불법 담배·전자담배 담당 당국의 2024~2025년 추정치는 불법 담배 비중을 전체 담배 시장의 약 50~60%로 평가했다.
조사 범위와 방법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불법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는 방향은 일치한다.
높은 세금으로 합법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불법 제품이 시장을 잠식한 것이다.
■ 흡연율은 사상 최저인데…니코틴 소비량은 40% 증가
이번 논란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흡연율과 니코틴 소비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IHW)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14세 이상 인구의 하루 흡연율은 5.6%로 집계됐다.
2022~2023년 8.3%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이며 역대 최저 수준이다.
흡연율만 놓고 보면 호주의 금연 정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호주 통계청이 하수 속 니코틴 대사물질 분석 등 여러 자료를 활용해 추정한 결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2017년부터 2025년까지 호주 전체 니코틴 소비량은 약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율 약 14%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기존 담배 흡연율의 감소가 전체 니코틴 소비 감소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불법 담배와 전자담배, 기타 니코틴 제품의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흡연율은 사람의 비율을 측정한 지표이고 니코틴 소비량은 전체 소비 규모를 추정한 지표이므로 두 수치를 직접 동일하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
■ 담배세 수입도 급감…정부 재정에 예상 밖 충격
호주 정부의 담배세 수입 역시 크게 감소했다.
호주 의회 자료에 따르면 담배 관련 소비세와 관세 수입은 2020년 약 163억 호주달러로 정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6년 추정치는 약 41억 호주달러 수준이다.
정점 대비 약 75% 감소한 것으로, 사실상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불법 담배 시장의 확대가 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호주 국경수비대는 2024~2025 회계연도에 불법 담배 약 25억 3,000만 개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불법 담배 유통이 단순한 개인의 구매 문제를 넘어 대규모 밀수와 조직적 범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세금을 더 올려야 하나…아니면 정책을 바꿔야 하나
호주의 사례는 세금 정책이 소비자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높은 담뱃값은 금연을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제로 호주의 하루 흡연율은 장기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합법 제품과 불법 제품 사이의 가격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면 일부 소비자가 규제 밖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다고 담배세를 낮추는 것이 반드시 해결책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담배 가격을 낮출 경우 흡연을 다시 늘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건강 보호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 불법 유통을 억제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다.
불법 담배 단속 강화, 유통망 관리, 금연 지원, 대체 니코틴 제품에 대한 규제 등이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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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chainSeoul INSIGHT]
세금을 올리면 정부의 세수도 늘어날까?
호주의 담배 시장은 이 질문에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답을 보여준다.
세율을 높이면 단기적으로 세수가 증가할 수 있지만, 가격 상승에 따라 소비자들이 다른 시장으로 이동하면 과세 대상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불법 시장이 합법 시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공한다면 세금 인상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담배 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주류,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자산 등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가 가능한 시장에서도 세율과 규제 수준, 소비자의 이동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국가별 규제와 과세 차이에 따라 거래가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정책적 질문을 던진다.
물론 담배와 가상자산은 산업의 성격과 사회적 위험이 다르므로 정책 효과를 동일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공통된 교훈은 존재한다.
세금을 높이는 것과 실제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호주의 사례는 정부가 세율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의 행동 변화, 불법 유통, 과세 기반의 이동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세금을 얼마나 높게 책정했느냐가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국민 건강과 시장 질서, 재정 건전성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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