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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8일 목요일 02:00

“자폐 아동 언어가 달라졌다?” 류코보린 다시 주목…FDA 승인과 실제 연구 결과는

이윤호 기자bklove3474@naver.com

소규모 임상시험서 언어·의사소통 개선 신호…FRAA 양성군에서 더 큰 효과 관찰 다만 FDA 승인은 ‘자폐증 치료’ 아닌 특정 뇌 엽산 결핍 질환…미국소아과학회도 일상적 사용에는 신중

“자폐 아동 언어가 달라졌다?” 류코보린 다시 주목…FDA 승인과 실제 연구 결과는

■ 오래된 약 ‘류코보린’, 왜 자폐 연구에서 다시 등장했나

자폐스펙트럼장애 분야에서 류코보린(Leucovorin)이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류코보린은 folinic acid 또는 calcium folinate라고 불리는 엽산 계열의 처방약이다.

최근 갑자기 개발된 신약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자폐 아동 가운데 엽산이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이상이 있는 특정 집단이 존재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핵심으로 거론되는 것이 ‘엽산수용체 알파 자가항체(Folate Receptor Alpha Autoantibodies·FRAA)’다.

엽산수용체 알파는 엽산이 세포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일부 사람에게서는 이 수용체를 방해하는 자가항체가 발견되는데, 연구자들은 이것이 특정 환자에서 뇌의 엽산 이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 실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언어 개선’ 신호

류코보린이 단순한 인터넷 민간요법으로만 거론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에 발표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대조시험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언어장애를 가진 아동 48명을 대상으로 12주간 류코보린을 투여했다.

연구 결과 류코보린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언어적 의사소통 지표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전체 참가자 기준 효과크기(Cohen's d)는 0.70이었다.

특히 FRAA 양성 참가자에서는 효과크기가 0.91로 나타나 연구진은 FRAA가 류코보린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잠재적 바이오마커가 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참가자가 48명에 불과한 소규모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 FDA도 류코보린 승인…하지만 ‘자폐 치료제 승인’은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 FDA는 2026년 3월 류코보린 칼슘(Wellcovorin)의 사용 범위를 확대했다.

대상은 성인과 소아의 ‘cerebral folate deficiency’ 가운데 FOLR1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환자다.

뇌 엽산 결핍은 엽산이 뇌로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못하면서 심각한 발달지연, 운동장애, 발작 등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따라서 이번 FDA 결정은 류코보린이 모든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약으로 승인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FDA가 승인한 적응증과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오프라벨 연구를 구분해야 한다.

■ “FRAA 양성이면 류코보린이 듣는다?”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최근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FRAA 검사를 통해 류코보린 치료 대상자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소아과학회에 따르면 현재 FRAA 검사는 FDA가 승인하거나 허가한 진단검사가 아니다.

혈액에서 FRAA가 발견됐다고 해서 곧바로 뇌 엽산 결핍이 확진되는 것도 아니다.

AAP는 검사법의 표준화와 독립적인 검증이 더 필요하며 FRAA 결과 하나에 지나치게 의존해 임상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미국소아과학회가 아직 권고하지 않는 이유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연구의 ‘규모’다.

AAP에 따르면 현재 발표된 류코보린·자폐 관련 연구들은 모두 100명 미만 규모다.

대규모 다기관 3상 무작위 대조시험도 아직 없다.

일부 연구에서는 언어와 행동 개선 가능성이 나타났지만 어떤 자폐 아동에게 효과가 있는지, 적정 투여량은 얼마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복용해야 하는지, 장기간 고용량 투여 시 안전성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실제로 2024년 발표됐던 관련 무작위 대조시험 한 편은 분석상의 문제 등을 이유로 철회되기도 했다.

따라서 AAP는 현재 CFD가 없는 자폐 아동에게 류코보린을 광범위하게 처방할 정도의 근거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 “비타민이니까 안전하다”는 주장도 주의해야

류코보린은 엽산 계열이지만 단순 건강기능식품으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처방약이며 개인에 따라 효과가 긍정적일 수도, 없을 수도,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AAP는 자폐 아동 대상 연구에서 식욕 변화, 설사, 과민성 등이 보고됐다고 설명한다.

특정 엽산 대사질환에서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해외 제품을 직접 구매해 임의로 고용량을 투여하기보다 전문의와 함께 기저질환과 약물, 발달 상태 등을 평가하고 치료 목표와 부작용을 관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 그렇다고 연구 가치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현재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류코보린 연구 자체를 비과학적인 치료로 치부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

무작위 위약대조시험에서 언어 개선 신호가 관찰됐고, FRAA와 치료 반응 사이의 연관성 역시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하나의 진단 안에서도 생물학적 원인이 서로 다른 여러 하위집단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연구의 핵심은 ‘류코보린이 자폐에 효과가 있는가’라는 단순한 질문보다

‘어떤 생물학적 특징을 가진 자폐 아동이 류코보린에 반응하는가’를 밝혀내는 데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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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코보린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적의 자폐 치료제가 등장했는가’가 아니다.

오히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하나의 동일한 질환으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FRAA, FOLR1, 뇌 엽산 대사 등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치료 대상을 세분화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흥미롭지만 아직 결정적이지 않다.

FDA가 2026년 승인한 것은 FOLR1 변이가 확인된 뇌 엽산 결핍 환자에 대한 류코보린 치료이며, 자폐스펙트럼장애 자체에 대한 승인이 아니다.

향후 대규모 독립 임상시험에서 특정 바이오마커와 치료 반응의 관계가 재현되는지가 류코보린의 실제 가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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