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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23일 목요일 21:40

이토록 치열한 시대의 ‘1인 가구 생존법’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열에 여섯은 N잡, 절반은 월세…혼자 살아서가 아니라 혼자 감당해야 해서 힘든 시대

이토록 치열한 시대의 ‘1인 가구 생존법’

혼자 사는 삶의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경제적 불안은 더 커졌다. 개인의 재테크 능력만 강조하기보다 주거비와 고용 불안,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함께 돌아봐야 한다.

월세를 내기 위해 부업을 하고, 부업으로 번 돈을 주식에 넣는다. 그래도 노후가 불안해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다.

최근 공개된 1인 가구의 생활 모습은 얼핏 보면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자산관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숫자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이것은 여유 자금을 불리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하나의 소득만으로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택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6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본업 외에 부업을 하는 1인 가구는 59.6%에 달했다.

2022년 42%와 비교하면 4년 만에 17.6%포인트 증가했다.

20대에서는 N잡러 비중이 69.1%였다. 사회에 막 진입한 청년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한 가지 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를 새로운 직업관이나 자기계발의 확산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부업을 하는 이유가 다양하더라도, 주거비와 생활비가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추가 소득을 확보하려는 현실적인 필요가 가장 큰 배경이라는 점을 외면할 수 없다.

부업이 없는 사람보다 부업을 두 개 이상 하는 사람이 노후 준비와 자산관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만 보는 것은 위험하다.

한 사람이 여러 일을 하면서 투자와 재무관리까지 병행해야만 미래에 대한 최소한의 안도감을 얻는 사회가 과연 정상적인지 먼저 물어야 한다.

노동시간을 늘려야 자산을 관리할 수 있고, 쉬는 시간을 줄여야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부지런함을 칭찬할 문제가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하나로도 기본적인 생활과 미래 준비가 가능했던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주거 문제는 더욱 직접적이다. 1인 가구의 전세 거주 비중은 23.4%로 2년 전보다 6.6%포인트 줄었다.

반면 월세 비중은 48.8%로 절반에 가까워졌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이동은 단순한 주거 취향의 변화가 아니다.

전세 매물 감소와 보증금 상승, 전세사기 불안이 겹치면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매달 현금을 지출하는 월세 시장으로 밀려난 결과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0.7%로 높아졌다.

1인 가구 열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주거비 연체를 경험했다는 뜻이다.

월세는 한 번 지출하면 자산으로 남지 않는다.

소득의 상당 부분이 매달 주거비로 빠져나가면 비상자금과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워진다. 월세 비중 상승은 단순히 임대차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1인 가구의 자산 형성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내 집 마련을 원하는 1인 가구는 오히려 늘었다. 무주택 1인 가구 가운데 주택 구입 의향이 크다는 응답은 61%였고, 20대와 30대에서는 68% 안팎에 달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집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혼자일수록 퇴거와 임대료 인상, 계약 분쟁을 대신 감당해줄 가족이 없어 안정적인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클 수 있다.

1인 가구의 금융자산 구성도 달라졌다. 예·적금 비중은 28.3%로 2년 전보다 7.8%포인트 줄었지만 주식·ETF 비중은 21.1%로 6.1%포인트 늘었다. 가상자산 비중도 3.5%로 증가했다.

대출을 받아 금융상품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4%였다. 향후 가입 의향이 가장 높은 상품도 국내 주식과 ETF였다.

저축만으로는 집값과 물가 상승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불안이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읽힌다.

예금 이자로는 자산 격차를 줄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람들이 더 큰 수익을 기대하며 위험자산으로 이동한 것이다.

문제는 투자 위험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의 소득이나 자산을 안전판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1인 가구가 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설 경우 시장이 급락하면 생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주식과 ETF, 가상자산 투자가 늘었다는 사실을 금융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증거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자산 형성 경로가 막힌 사람들이 위험을 떠안고 시장으로 내몰리는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

그럼에도 1인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73.5%에 달했다. 혼자 사는 삶을 지속하고 싶다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이 결과는 1인 가구가 불행하다는 단순한 결론을 경계하게 한다.

혼자 사는 삶은 자유롭고 편안할 수 있다. 타인의 생활 방식에 맞추지 않고 자기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한 장점이다.

그러나 생활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까지 개인이 감당할 문제로 돌려서는 안 된다.

혼자 사는 것이 만족스럽다는 것과 혼자 모든 비용과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1인 가구에게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똑똑하게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일이 아니다.

한 가지 일자리만으로도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임금 구조, 월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주거 정책, 소득이 끊겼을 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금융회사 역시 투자상품 판매에만 집중하기보다 1인 가구의 소득 변동과 주거비 부담을 반영한 저축·보험·대출 상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1인 가구를 청년이나 고령층 일부의 문제로 좁혀 보기보다 전 생애에 걸쳐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바라봐야 한다.

“월세로 살고, 부업을 뛰고, 주식까지 해야 살아진다”는 말이 새로운 생활 방식에 대한 설명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안정적인 삶의 조건을 개인의 노동과 투자에 지나치게 떠넘긴 사회의 현실일 수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아진 시대라면 혼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도가 함께 늘어나야 한다. 생존을 개인의 재테크 실력에 맡기는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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