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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3일 목요일 00:19

하와이, 암호화폐 ATM 현금 구매 금지…사기 피해 확산에 강력 규제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주지사 HB 1642 서명·10월 1일 시행…현금 받고 가상자산 판매하는 키오스크 퇴출

하와이, 암호화폐 ATM 현금 구매 금지…사기 피해 확산에 강력 규제

미국 하와이주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금융사기 피해 증가에 대응해 현금으로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있는 암호화폐 키오스크와 ATM을 사실상 퇴출한다.

13일 관련 자료에 따르면 조시 그린(Josh Green) 하와이 주지사가 하원법안 HB 1642에 서명하면서 미국 달러를 받고 디지털 금융자산을 제공하는 거래 키오스크의 소유·운영·관리가 금지된다.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하와이 주의회를 통과했으며 그린 주지사가 7월 9일 서명하면서 Act 224로 확정됐다. 시행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법률의 핵심은 이용자가 현금을 암호화폐로 바꾸는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를 단순히 '하와이가 모든 암호화폐 ATM을 전면 금지한다'고 설명하면 실제 법률보다 범위가 넓게 전달될 수 있다.

법안은 미국 달러를 고객에게서 받고 그 대가로 디지털 금융자산을 제공하는 키오스크를 금지한다. 반면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거나 암호화폐 간 교환을 제공하는 기능은 이번 금지 대상과 구분된다.

하와이주가 강력한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암호화폐 ATM을 이용한 사기 피해가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 인터넷범죄신고센터(IC3)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하와이에서는 암호화폐 키오스크와 관련해 9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으며 조정 피해액은 약 385만달러로 집계됐다.

단순 계산하면 신고 한 건당 평균 피해액이 4만달러를 넘어서는 규모다.

암호화폐 ATM은 이용자가 현금을 넣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구매한 뒤 특정 지갑으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암호화폐 거래소보다 접근이 쉽다.

문제는 이러한 편의성이 금융사기에도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기범이 피해자에게 정부기관이나 금융회사 관계자를 사칭한 뒤 벌금이나 세금, 계좌 보호 등의 명목으로 암호화폐 ATM에 현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피해자가 키오스크를 통해 암호화폐를 구매한 뒤 사기범이 지정한 지갑 주소로 전송하면 블록체인 특성상 거래를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디지털 금융서비스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HB 1642 입법 과정에서도 하와이 상무·소비자보호부 등은 암호화폐 키오스크가 사기범들에게 피해자의 자금을 암호화폐로 전환하도록 하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전체에서도 암호화폐 관련 사기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FBI가 공개한 2025년 인터넷 범죄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이버 기반 범죄로 발생한 전체 피해액은 약 210억달러에 달했으며 암호화폐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범죄가 주요 피해 유형으로 지목됐다.

특히 암호화폐 관련 사기 피해 규모는 11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 ATM을 겨냥한 규제 강화도 하와이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미국 여러 주에서 암호화폐 키오스크에 대한 거래한도와 수수료 제한, 환불제도, 사업자 등록 및 소비자 경고 표시 등을 도입하거나 보다 강력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하와이는 이러한 제한적인 규제보다 한 단계 강한 방식인 현금→암호화폐 키오스크 거래 금지를 선택했다.

규제 찬성 측은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거래한도나 경고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암호화폐 ATM 사업자들은 합법적으로 암호화폐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은행 계좌나 온라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현금 기반 키오스크가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와이주는 소비자 접근성보다 사기 피해 예방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10월 1일부터 금지된 거래 한 건마다 하와이 소비자보호법에 따른 별도의 위반 행위로 처리될 수 있어 현지 암호화폐 ATM 사업자들의 사업구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 암호화폐 규제가 거래소나 스테이블코인, 증권성 판단 같은 거시적인 영역을 넘어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오프라인 가상자산 거래 인프라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사기범이 암호화폐를 최종적인 자금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한다면 다른 주에서도 키오스크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암호화폐 ATM 자체를 없애는 것만으로 암호화폐 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 거래소와 개인 지갑,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자금 이동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키오스크 규제와 함께 사기 계좌·지갑 탐지, 이용자 교육, 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등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와이의 이번 결정은 암호화폐 산업의 편의성과 소비자 보호 가운데 어느 쪽에 규제의 무게를 둘 것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전망이다.

10월 1일 새로운 규제가 시행되면 하와이에서 현금을 넣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구매하는 방식의 키오스크 거래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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