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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8일 금요일 14:33

미국 증시도 ‘24시간 거래’ 준비한다…SEC, 월가 불러 밤샘시장 점검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NYSE·나스닥·블랙록·로빈후드·시타델·DTCC 등 참석…23/5 넘어 장기적으로 24/7 가능성도 논의

미국 증시도 ‘24시간 거래’ 준비한다…SEC, 월가 불러 밤샘시장 점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 주요 거래소와 증권사, 자산운용사, 시장조성자, 청산기관을 한자리에 불러 미국 주식시장의 24시간 거래 확대를 위한 인프라와 규제 문제를 논의했다.

SEC는 17일 워싱턴DC 본부에서 ‘24시간 거래 준비를 위한 라운드테이블(Roundtable on Preparations for 24-Hour Trading)’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NYSE, 나스닥, 블랙록, 로빈후드, UBS, 시타델증권, 제인스트리트,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스테이트스트리트, 찰스슈왑, DTCC, FINRA 등 미국 금융시장 핵심 기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논의 주제도 단순히 ‘거래 시간을 늘릴 것인가’에 그치지 않았다.

SEC는 거래소와 증권사의 시스템 준비 상태부터 야간 시장 감시, 종가 산정, 청산·결제 시스템, 유동성, 사이버보안, 장애 대응, 직원 운영까지 사실상 미국 증시가 밤새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전체 인프라를 점검했다.

SEC가 24시간 거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배경에는 이미 크게 변한 투자 환경이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365일 24시간 거래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미국 정규장이 열리지 않은 시간에도 경제지표 발표와 기업 뉴스, 지정학적 사건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의 핵심 정규 거래시간은 여전히 뉴욕 현지시간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다.

SEC 폴 앳킨스(Paul S. Atkins) 위원장은 라운드테이블 개회사에서 중요한 경제·기업 이벤트가 더 이상 전통적인 거래시간 안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며 미국 주식시장이 새로운 ‘낮과 밤’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이미 24시간 거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일부 대체거래시스템(ATS)은 오래전부터 야간 거래를 제공하고 있으며 증권사들도 고객에게 미국 주식을 밤 시간대에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 시장이 향하는 구조는 완전한 24시간·365일 거래보다는 하루 약 23시간, 주 5일 거래하는 ‘23/5’ 모델에 가깝다.

SEC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 위원도 현재 연장 거래가 23시간·주 5일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 야간 거래 규모는 작다.

피어스 위원에 따르면 현재 연장시간 거래는 미국 NMS 주식 전체 거래량의 1% 미만이며 거래 역시 일부 인기 종목에 집중돼 있다.

즉 거래시간을 늘리는 것과 실제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SEC가 첫 번째 패널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것도 이 부분이다.

NYSE와 로빈후드, 블랙록, Virtu Financial, Cboe, UBS, FINRA 등은 24시간 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거래소와 브로커가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지, 야간 시장을 어떻게 감시할지, 종가를 어떤 방식으로 결정할지, 청산과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했다.

두 번째 핵심 문제는 시스템 안정성이다.

현재 미국 증시는 매일 시장이 닫혀 있는 시간을 활용해 시스템 유지보수와 업데이트를 수행할 수 있다.

거래가 사실상 하루 종일 이어질 경우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이에 따라 SEC는 시스템 장애 발생 시 전환 시스템, 처리 용량, 시장 데이터 연속성, 사이버보안, 야간 직원 배치 등 24시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운영 위험을 별도 패널에서 논의했다.

여기에는 나스닥, 제인스트리트, 스테이트스트리트, 삼성, 찰스슈왑, 인터랙티브브로커스, DTCC 등이 참여했다.

세 번째 논의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SEC는 거래시간 확대가 시장 유동성과 기업 자금조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하는 동시에 향후 ‘24/7 거래’로 확장하기 위해 어떤 인프라 변화가 필요한지도 공식 의제에 포함했다.

현재 논의되는 23/5보다 더 나아가 주말까지 포함한 완전한 상시 거래 가능성을 장기 과제로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이번 라운드테이블이 미국 증시의 24/7 거래 승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SEC는 특정 시행일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모든 미국 주식이 곧바로 24시간 거래로 전환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단계는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기술적·규제적 준비 상태와 잠재적인 위험을 검토하는 과정에 가깝다.

특히 야간 거래의 낮은 유동성은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거래 참여자가 적으면 매수·매도 호가 차이인 스프레드가 커질 수 있고 적은 주문만으로도 가격이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정규장에서 형성되는 종가와 야간 시장 가격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기업 실적 발표와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시장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곧바로 가격에 반영될 경우 기존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블록체인 업계가 이번 논의를 주목할 이유도 있다.

같은 날 SEC는 별도의 ‘Innovation Exemption’을 통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토큰화 미국 주식 거래를 지원하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반 토큰화 주식과 전통 증권시장의 거래시간 확대가 같은 시기에 진행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서 익숙했던 ‘언제든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개념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다만 전통 증권시장은 암호화폐 거래소보다 훨씬 복잡하다.

거래소뿐 아니라 증권사, 시장조성자, 시세정보 사업자, 청산기관, 결제기관, 은행 등 여러 시스템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래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거래소 서버를 밤새 켜두는 것 이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 증권의 청산과 결제를 담당하는 DTCC까지 이번 논의에 참여했다는 점은 24시간 거래가 단순한 증권사 서비스 확대가 아니라 시장 전체 인프라 문제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증시는 지난 수십 년간 전자거래와 애프터마켓, 프리마켓을 거치며 거래 가능 시간을 계속 확대해왔다.

이제 다음 단계는 정규장과 야간장의 경계 자체를 크게 낮추는 것이다.

SEC가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규제당국과 월가 핵심 기관들이 동시에 기술·유동성·감시·청산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 증시의 거래시간 확대는 본격적인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여겨지는 ‘24시간 시장’이 전통 금융에서도 점차 현실적인 시장 구조로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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