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5일 일요일 21:54
김정은, 중국까지 갔는데 시진핑은 안 만났다…북미대화 앞둔 속내는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단둥서 중국 서열 4위 왕후닝과 회동…북중 혈맹 강조하며 미국에 메시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APEC 앞둔 중국도 한반도 정세 관리 주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2026년 7월 16일 평양에서 왕후닝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만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92965257767-28352990.web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한 뒤 당일 귀국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북미대화 재개를 둘러싼 북한의 외교적 계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외교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앞두고 단둥을 방문해 왕후닝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회동했다. 왕 주석은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공식 서열 4위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항미원조 기념시설을 방문하고 북중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조했다.
항미원조는 중국이 6·25전쟁 당시 미국에 맞서 북한을 지원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9월 베이징 방문 이후 약 1년 만이다.
특히 북미 정상 간 접촉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방문 자체가 대미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는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이 아닌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을 방문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왕 주석이 주요 일정을 함께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방문 형식을 고려할 때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의 중국 방문은 북미 관계의 중요한 국면에서 이뤄진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국 최고지도자와 직접 회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존 북중 정상외교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문을 통해 북중 관계가 건재하다는 점을 미국에 과시하면서 향후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려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의 밀착을 강조할수록 미국과의 협상에서 선택지가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미국에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전달했는지, 북미 간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나지 않은 만큼 중국과 북미대화 관련 조율에 나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국을 향해 성의를 보여달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이번 방문은 북미 관계보다 한반도 정세 관리와 북중 관계 강화에 무게가 실렸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다음 달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적 긴장 고조나 돌발 행동이 미중 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되는 것을 경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은 김 위원장의 방문에 왕 주석을 배석시키며 북중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정상회담으로 외교적 의미가 지나치게 확대되는 상황은 피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중국이 의도적으로 회담의 격을 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제협력 확대도 이번 방문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새로 개통된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해 귀국했으며, 중국 측은 이를 계기로 북중 간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교역 확대를 위한 주요 교통 기반시설로 꼽힌다.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만큼 양국 간 교통망 확충은 향후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중국 방문으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의 관계를 재확인한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합의나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향후 북미대화 여부는 미국과 북한의 공식 입장,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요구, 중국의 외교적 역할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위원장의 단둥 방문은 북중 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려는 외교적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북미 간 직접 접촉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임박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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