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월요일 05:00
“메모리 구하려 전 세계가 난리”…최태원 “내년 반도체 수요 최소 50% 뛴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AI 수요는 최대 100% 증가 전망…공급 확대는 사실상 제자리 “가격 더 올리면 역풍 맞아…전 세계서 가장 빨리 지을 곳 찾아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 중인 최태원 상의 회장 [사진=대한상의]](https://api.blockchainseoul.kr/uploads/1784523594549-684941708.webp)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최소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생산능력 확대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AI 분야만 놓고 보면 올해보다 내년 수요가 최소 60%에서 최대 100%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전체 반도체 시장도 최소 50~60% 이상 성장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내년 추가로 늘어나는 반도체 공급량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보다 내년 수급 격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 회장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확보 경쟁을 두고 “아비규환이라는 표현까지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확보 문제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안보 사안으로 번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각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 물량 확보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에도 국가 안보 문제가 걸려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구해 기업에 공급해야 생산이 돌아가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기업이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부도 다른 나라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미 투자를 요구한 데 대해서는 예상된 흐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남 등 국내외 가능한 지역을 모두 검토해 가장 빠르고 크게 생산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생산을 늘려야 하고 규모도 커야 한다”며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남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가능하다면 지어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어디가 가장 좋고 빠르고 크게 지을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정해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산 확대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조기에 끝낼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현재의 반도체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만큼 공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오히려 시장을 키우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지금 가격은 비정상이고 떨어져야 한다”며 “이미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가격을 계속 올려 칩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결국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급 확대와 가격 하락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시장 규모를 확대하고 고객사의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국 반도체 산업도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급을 늘려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돈을 못 버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을 보호하면서 키워야 한국 반도체 산업도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에 이어 새로운 병목 현상이 나타날 분야로는 전력장비와 소재, 건설을 꼽았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선과 전선 소재, 해저케이블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최 회장은 “AI 산업이 커지면 전선과 관련 소재까지 동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미 가격이 들썩이고 있고 해저케이블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기술과 규격이 빠르게 바뀌는 점도 부담으로 제시했다. 1~2년 단위로 설계와 장비 사양이 달라지면서 건설 과정의 복잡성과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산업은 당장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는 초기 단계지만,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자생적인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은 “지금은 인프라를 만드는 데 돈만 들어가고 결과물이 충분히 나오지 않지만, 바퀴가 돌기 시작하면 AI가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천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구상에 대해서는 고객사와 전력, 부지, 장비, 금융 조달이 모두 확보돼야 실제 프로젝트가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은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 동안 이어지는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추진되는 만큼 수요처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시설을 짓는 구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를 ‘전기화 사회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등 다양한 기저 발전원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매년 지어야 할 데이터센터 규모를 계산하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며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에너지 체계를 전환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용은 막대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하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원전을 포함한 모든 기저 발전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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