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6일 일요일 21:45
“기름값 오르니 이자까지 뛴다”…유가·금리·환율 ‘3중 경고등’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브렌트유 100달러 안팎 재진입…물가 불안에 8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국내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면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을 유지했지만, 중동 긴장이 다시 높아지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 23일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 여파로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약 두 달 만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두바이유도 각각 배럴당 90달러선을 돌파했다.
이후 상승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만큼 국제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 상승은 국내 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가격이 상승하고, 운송비와 생산비 증가를 거쳐 식품과 공산품 가격까지 밀어 올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했다. 이는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고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내로 관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만으로 상승 압력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가 불안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3년 6개월 만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8월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로 2분기 국내총생산과 실질 국내총소득, 7월 소비자물가를 제시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이 전분기보다 0.6% 성장해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실질 국내총소득도 15.6% 증가한 만큼 물가 상승세가 강하게 이어지면 8월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기업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이 평균 29만6천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자영업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56만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차주의 부담은 평균 7만6천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주식시장 상승 과정에서 신용대출과 증권사 대출을 활용한 이른바 ‘빚투’가 늘어난 점도 부담 요인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인상은 기존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부담뿐 아니라 빚을 내 투자한 개인들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도 하반기 국내 경제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미국은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60개 국가와 경제권에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에는 12.5%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품목별 적용 범위를 고려하면 전체 수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이 ‘과잉생산 관세’까지 추가로 추진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한미 무역합의에서 정한 관세 상한선인 15%가 유지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원·달러 환율도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아래로 내려온 뒤 1,45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중동 긴장과 외국인 자금 이동에 따라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 가격이 상승해 국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들여오는 기업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나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신호가 나타날 경우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하반기 국내 경제는 유가와 물가, 금리, 관세, 환율이 서로 영향을 주는 복합적인 위험에 놓이게 됐다.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물가 상승이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강화와 환율 불안까지 겹칠 경우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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