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7일 목요일 15:50
“강남은 빠지는데 서울 집값은 더 뛰었다”…노도강·셔세권으로 번진 상승세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고가주택 세 부담에 강남·서초 3주째 하락…15억원 이하 서울 외곽·경기 남부는 매수세 확대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강남과 비강남의 흐름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9% 상승했다. 직전 주 상승률 0.22%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8·3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21%, 0.22%로 주춤했지만 이번 주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다만 시장을 끌어올린 곳은 강남이 아니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15억원 아래로 몰린다”…노도강·서울 외곽 0.5%대 상승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와 서초구를 제외한 23곳의 아파트값이 모두 올랐다.
중랑구가 0.56% 상승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성북구와 강북구가 각각 0.55% 올랐다. 도봉구와 노원구도 각각 0.54% 상승했다. 서대문구는 0.53%, 강서구는 0.50% 올랐다.
이른바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를 포함해 서울 외곽 전반에서 0.5% 안팎의 상승세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신고가 거래도 이어졌다. 성북구 길음동부센트레빌 전용 114㎡는 지난 19일 13억6000만원에 거래됐고 같은 단지 전용 59㎡도 11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노원구 태릉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도 지난 17일 14억45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서구 등촌아이파크 전용 85㎡는 13억7000만원, 관악구 관악드림타운 전용 60㎡는 12억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고가주택에 대한 세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무주택 1인가구와 신혼부부 등 2030세대가 주요 수요층으로 꼽힌다. 보금자리론 소득 요건 완화 등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확대 기대도 15억원 이하 주택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가 8·13 공급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신규 주택이 공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더 오르기 전에 사자’는 심리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출퇴근 편하면 오른다…영통·수지·기흥·동탄 급등
경기 아파트값도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이번 주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3% 상승했다. 직전 주 상승률 0.1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 사업장으로 출퇴근하기 편한 경기 남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수원 영통구는 한 주 동안 0.75% 올라 전주 0.30%보다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용인 수지구도 0.30%에서 0.66%로, 기흥구는 0.33%에서 0.63%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화성 동탄도 전주 0.12%에서 이번 주 0.54%로 크게 뛰었다.
이들 지역은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과 평택캠퍼스 등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다. 특히 삼성전자 통근 셔틀버스 정류장과 가까운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른바 ‘셔세권’이 형성돼 있다.
‘셔세권’은 셔틀버스와 역세권을 합친 말로, 회사 통근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뜻한다.
지난 7월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경기 남부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는 한동안 둔화됐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삼성전자 사내 주택대출 등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이 다시 매수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75억이 66억으로”…강남·서초는 3주 연속 하락
반면 고가주택이 몰린 강남구와 서초구는 분위기가 정반대다.
강남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 0.11% 하락했다. 전주 -0.05%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서초구도 0.05% 내려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매물이 늘고 거래는 줄어든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자들이 호가를 낮추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현대6·7차 전용 144㎡ 매물은 이달 초 75억원에 나왔지만 최근 66억원으로 호가가 9억원 낮아졌다.
대치미도1차 전용 84㎡도 38억5000만원에 나온 뒤 호가가 1억5000만원 내려갔다. 상록수아파트 전용 84㎡ 역시 이달 들어 매도 호가가 1억원가량 하락했다.
고가주택을 겨냥한 세제 강화가 강남권 매수심리를 압박하는 가운데 서울 전체 시장에서는 오히려 중저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남만 잡아도 집값 안 잡힌다…수요 이동이 새 변수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특징은 상승세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역을 바꿔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강남권 상승세가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는 흐름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세제와 대출 규제, 직장 접근성 등에 따라 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과 서초를 피한 자금이 노도강과 성북·중랑·강서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기에서는 삼성전자 사업장이 몰린 영통·기흥·동탄 등으로 매수세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강남 고가주택의 가격을 안정시키더라도 전체 수도권 집값을 잡기 어려운 새로운 상황이 나타난 셈이다.
향후 시장에서는 고가주택 세제 강화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 15억원 이하 주택으로 이동한 매수세가 지속될지, 정부 공급대책이 실제 입주 물량으로 연결되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 시장까지 상승세가 확대될 경우 수도권 집값 상승률이 다시 커질 가능성도 있어 지역별 가격 흐름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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