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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1일 월요일 08:02

AI·반도체 키우려면 결국 ‘전기’가 문제…가스공사 “LNG가 현실적 대안”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 전망…“ESS 안착은 10년, 메가프로젝트는 3년 내 전력 필요”

AI·반도체 키우려면 결국 ‘전기’가 문제…가스공사 “LNG가 현실적 대안”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공장을 짓고 GPU를 확보하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적시에 공급하지 못하면 실제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인 전력원으로 LNG 복합화력 발전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홍의락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경우 발전용 LNG의 역할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산업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LNG 복합화력 발전의 필요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경쟁의 숨은 병목은 ‘전력’

최근 AI 산업의 경쟁은 GPU와 반도체 확보를 넘어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24시간 가동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하고, 반도체 생산시설 역시 대표적인 전력 다소비 시설이다.

홍 사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만으로 이러한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각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간헐성이 있고, 원전은 안정적인 기저전력을 생산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급격한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가스공사는 이 사이에서 LNG 발전이 전력 공급을 보완하는 이른바 ‘브릿지 에너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홍 사장은 지난 7월 취임 당시에도 AI 기술 발전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재편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능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브릿지 에너지 역할 확립’을 3대 경영방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ESS는 10년, 산업은 3년 안에 전력 필요”

가스공사가 LNG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핵심 이유는 시간이다.

홍 사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현장에 충분히 안착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반면,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에는 3년 안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송배전망을 대규모로 새로 구축하지 않고 수요처 인근에 설치할 수 있는 가스발전을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동시에 늘어날 경우 발전소뿐 아니라 송전망 확충까지 필요하다.

그러나 송전망 건설에는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건설 기간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가스공사의 주장은 이러한 시간차를 LNG 복합화력으로 메우자는 것이다.

가스공사 판매량 45%가 이미 발전용

LNG가 이미 전력 생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도 가스공사가 내세우는 근거다.

홍 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가스공사의 전체 가스 판매량 가운데 발전용 비중은 약 45%였다.

2022년 이후 발전용 천연가스 공급 실적 역시 매년 장기 수급계획상 목표치의 150% 이상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실제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가 더 컸다는 의미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시설이 확대될 경우 이러한 수요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게 가스공사의 판단이다.

문제는 LNG를 어떻게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다

발전용 LNG 사용이 늘어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은 LNG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 가격과 지정학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악화는 이미 글로벌 LNG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 3월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국제 LNG 가격과 운송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가스공사는 LNG 공급망 자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홍 사장은 민간 직도입사와 발전사가 각각 국제 LNG 시장에서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기보다 가스공사의 구매력을 활용해 공동으로 계약하는 민관 공동구매 방식을 제안했다.

한국 기업끼리 국제시장에서 같은 LNG를 놓고 가격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줄이자는 것이다.

해외 LNG 지분 물량 2030년 500만t까지

가스공사는 직접 통제할 수 있는 해외 LNG 물량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호주 프렐류드와 캐나다 LNG 등을 통해 확보한 연간 약 106만t 규모의 지분 물량을 모잠비크 후속 개발과 캐나다 2단계 사업 등을 통해 2030년 약 500만t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장기 도입계약도 확대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 5월 BP와 계약을 체결해 2028년부터 10년간 연간 70만t의 LNG를 추가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체결한 미국산 LNG 연 330만t 계약에 이은 추가 공급원 확보다.

일본 최대 발전사이자 세계적인 LNG 구매자인 JERA와도 지난 3월 LNG 수급 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경우 LNG 물량 교환 등을 포함한 수급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LNG 확대가 무조건 정답인 것은 아니다

다만 LNG 발전 확대를 둘러싼 논쟁은 남아 있다.

LNG는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지만 화석연료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와 ESS, 전력망이 충분히 확대된다면 LNG 발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할 경우 발전 비용과 국내 에너지 가격에 부담을 줄 가능성 역시 있다.

따라서 LNG를 장기간의 주력 발전원으로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재생에너지·원전·ESS가 충분히 구축될 때까지 전력 공급을 보완하는 브릿지 에너지로 활용할 것인지는 별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다.

현재 가스공사가 제시하는 방향은 후자에 가깝다.

AI 시대, GPU 다음 병목은 전기일 수 있다

AI 산업 경쟁의 중심에는 지금까지 GPU와 첨단 반도체가 있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의 규모가 커질수록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전기다.

아무리 많은 GPU와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보해도 이를 가동할 전력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산업 투자는 완성될 수 없다.

가스공사가 AI·반도체 산업 확대를 계기로 LNG의 역할을 다시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AI·반도체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제 투자자들이 봐야 할 산업 역시 반도체 기업만이 아닐 수 있다.

발전소, LNG, 송배전망, ESS까지.

AI 시대의 인프라 경쟁이 반도체에서 에너지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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