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3일 수요일 13:28
엔비디아만 있는 게 아니었다…AMD 시총 1조달러 돌파, 올해 185% 폭등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주가 하루 9.6%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AI GPU 넘어 CPU·랙 단위 시스템까지 확장, 엔비디아 추격 본격화

엔비디아의 경쟁사 AMD가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했다.
AMD 주가는 21일 9.6% 급등한 613.3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률은 무려 185%에 달한다.
같은 기간 나스닥 상승률 15.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AI 투자 열풍의 최대 수혜자가 엔비디아에 집중됐던 시장에서 AMD까지 ‘1조달러 클럽’에 진입하면서 AI 반도체 경쟁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Reuters는 AMD가 엔비디아,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에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어선 미국 반도체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AMD, 결국 1조달러 벽 넘었다
AMD의 이번 상승은 단순한 하루짜리 주가 급등이 아니다.
시장은 AMD를 더 이상 PC용 CPU와 그래픽카드만 만드는 회사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
핵심은 AI 데이터센터다.
AMD는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Instinct GPU를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서버용 EPYC CPU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GPU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전략까지 확대했다.
실제 AMD의 올해 2분기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67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7% 증가했다.
AMD는 성장 배경으로 EPYC 프로세서와 Instinct GPU에 대한 강한 수요를 꼽았다.
즉 AMD의 주가 상승 뒤에는 단순한 ‘AI 기대감’뿐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 사업의 급격한 성장이 존재한다.
GPU 하나 파는 회사에서 ‘AI 시스템’ 회사로
AMD가 최근 가장 크게 바꾼 전략은 판매 단위다.
과거에는 CPU나 GPU 같은 개별 반도체 판매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가 거대해지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도 달라졌다.
수만 개의 GPU를 연결하려면 CPU부터 GPU, 네트워크, 소프트웨어까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여야 한다.
AMD가 내놓은 답이 Helios다.
Helios는 AMD Instinct MI400 시리즈 GPU와 EPYC CPU 등을 결합한 랙스케일 AI 시스템이다.
AMD는 지난 7월 차세대 MI400 시리즈, 6세대 EPYC CPU와 Helios 시스템을 공개했다.
회사는 Helios를 단순한 GPU 서버가 아니라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통합 인프라로 밀고 있다.
결국 AMD도 엔비디아와 마찬가지로 칩 한 종류를 파는 것에서 벗어나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공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OpenAI·Meta·Microsoft까지 고객망 확대
AMD의 상승세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고객이다.
AMD가 공개한 협력사에는 OpenAI, Meta, Microsoft, Anthropic 등 현재 AI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OpenAI는 AMD Helios를 올해 4분기부터 가동하기 시작해 2027년 배치를 확대할 예정이다.
Meta 역시 AMD와 기가와트급 AI 인프라를 공동 설계하고 있으며 Helios 시스템과 차세대 EPYC 플랫폼을 테스트하고 있다.
Anthropic과의 계약 규모도 크다.
AMD는 Anthropic과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의 MI450 시리즈 GPU를 Helios 랙 형태로 배치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Microsoft 역시 Azure에서 AMD Helios 시스템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AI 모델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를 돌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수요 역시 증가한다.
AMD 입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했던 거대한 시장에서 일부 수요만 확보해도 성장할 여지가 상당한 구조다.
AMD가 보는 AI 시장은 2조달러
AMD가 바라보는 시장 자체도 커졌다.
회사는 지난 7월 AI와 고성능 컴퓨팅 수요 확대를 반영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PC, 엣지, 임베디드 등을 포함한 전체 시장 기회가 2030년 약 2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보다 앞서 AMD는 데이터센터 실리콘 시장만 놓고도 2030년 1조달러 이상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는 향후 3~5년 동안 매출 연평균 성장률 35% 이상, 영업이익률 35% 이상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이는 AMD 자체의 장기 전망과 목표치다.
실제 AI 투자가 이 정도 규모까지 성장할지, AMD가 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지는 향후 실적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엔비디아 독주가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AMD가 1조달러를 돌파했다고 해서 엔비디아와의 격차가 사라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AI 가속기 시장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가 강력한 생태계와 시장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CUDA를 중심으로 구축된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AMD는 이에 대응해 자체 오픈소스 GPU 소프트웨어 플랫폼 ROCm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발자가 AMD 플랫폼에서 AI 모델을 보다 쉽게 구축·배포·최적화할 수 있도록 ROCm.ai도 공개했다.
따라서 현재의 구도를 ‘AMD가 엔비디아를 따라잡았다’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하다.
더 정확한 변화는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주하던 AI 컴퓨팅 시장에서 AMD가 의미 있는 두 번째 공급자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주 전체가 다시 움직였다
AMD 혼자 오른 것도 아니다.
AI 투자 기대가 다시 강해지면서 미국 반도체주 전반에 매수세가 몰렸다.
21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 상승했다.
Intel과 Arm은 각각 12% 이상 급등했고, AMD의 1조달러 돌파와 함께 기술주 강세가 이어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22일에도 나스닥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AMD의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웃돌았다.
한동안 시장에서는 막대한 AI 설비투자에 비해 실제 수익화 속도가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커졌다.
하지만 최근 AI 서비스 성장과 반도체 수요가 다시 부각되면서 자금이 AI 관련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AI 반도체 전쟁, 이제 ‘엔비디아 vs 나머지’가 아니다
AI 붐 초기 시장의 공식은 단순했다.
AI가 성장하면 엔비디아가 오른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투자가 수천억달러 규모로 커지면서 상황도 변하고 있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GPU와 CPU, 네트워크 장비를 한 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비용과 공급망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AMD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GPU에서는 Instinct.
CPU에서는 EPYC.
소프트웨어에서는 ROCm.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은 Helios까지.
AMD는 이제 개별 반도체를 판매하는 회사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결과가 주가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6년 주가 +185%.
데이터센터 매출 +107%.
그리고 시가총액 1조달러 돌파.
AI 반도체 시장의 다음 싸움은 누가 가장 빠른 GPU를 만드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누가 AI 데이터센터 전체를 더 싸고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느냐.
AMD의 1조달러 돌파는 시장이 이제 그 경쟁에도 돈을 걸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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