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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3일 수요일 14:39

S&P·나스닥·BNP가 동시에 꽂혔다…월가, 코인 데이터에 1.1억달러 베팅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Kaiko 시리즈B 1억1천만달러로 확대…RBC·Susquehanna·Coinbase Ventures까지 참여, 월가의 다음 전쟁터는 ‘온체인 데이터’

S&P·나스닥·BNP가 동시에 꽂혔다…월가, 코인 데이터에 1.1억달러 베팅

투자 대상은 거래소도, 새로운 코인도 아니다.

‘데이터’다.

글로벌 신용평가·금융정보 기업 S&P Global이 디지털자산 데이터 기업 Kaiko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로 Kaiko의 Series B 규모는 총 1억1천만달러까지 확대됐다.

S&P Global만 참여한 것도 아니다.

BNP Paribas, Nasdaq Ventures, Royal Bank of Canada(RBC), Susquehanna Private Equity Investments, Bpifrance, Broadridge, Coinbase Ventures, DRW Venture Capital, Canton Foundation, Stellar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전통 금융회사와 거래소, 트레이딩 기업, 크립토 기업이 한꺼번에 같은 회사에 투자한 셈이다.

1억1천만달러가 향한 곳은 ‘코인 가격 데이터’

Kaiko는 기관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시장 데이터와 분석, 지수 및 온체인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2014년 프랑스에서 설립됐으며 현재는 뉴욕과 파리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Kaiko가 다루는 범위는 단순한 비트코인 가격 정보 수준이 아니다.

현재 150개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소와 프로토콜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거래가격과 거래량, 오더북, 파생상품, 유동성부터 블록체인 위에서 발생하는 온체인 활동까지 기관이 디지털자산 시장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S&P Global에 따르면 Kaiko는 현재 전 세계 250개 이상의 금융회사·기관·규제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즉 개인 투자자에게 차트를 보여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실제 투자와 위험관리, 가격평가를 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에 가깝다.

왜 S&P가 직접 투자했나

S&P Global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데이터와 신용평가, 지수와 벤치마크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금융정보 기업이다.

S&P 500을 비롯한 글로벌 지수 사업 역시 S&P Dow Jones Indices가 담당한다.

이런 회사가 암호화폐 데이터 기업에 직접 투자했다는 점이 이번 거래의 핵심이다.

S&P Dow Jones Indices의 Cathy Clay CEO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디지털자산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S&P Global 역시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S&P가 주목한 것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기관이 요구하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투명성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거래소 가격과 기업 공시, 지수, 신용등급 등 이미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데이터 인프라가 존재한다.

하지만 블록체인 시장은 다르다.

수백 개 거래소와 여러 블록체인, DEX, 파생상품 시장이 24시간 동시에 움직인다.

기관이 수십억달러를 투입하려면 먼저

“정확한 가격이 얼마인가”

“어디에 유동성이 있는가”

“어떤 거래소의 데이터가 신뢰할 만한가”

“토큰화된 자산의 가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Kaiko가 파고드는 시장이 바로 이 영역이다.

S&P와 Kaiko는 이미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투자가 두 회사의 첫 협력은 아니다.

S&P Global과 Kaiko는 이미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iBoxx U.S. Treasuries Index를 블록체인 위에 토큰화하는 작업을 발표했다.

S&P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지수 제공업체의 금융 벤치마크가 네이티브 디지털자산 형태로 온체인에 제공된 첫 사례다.

9월 초에는 양사의 암호화폐 지수 사업을 통합한 S&P Kaiko Digital Asset Indices도 출범했다.

전통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던 S&P의 지수 인프라와 Kaiko의 암호화폐 데이터를 결합해 24시간 거래되는 디지털자산 시장용 지수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는 이런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강화한 셈이다.

나스닥·BNP·RBC까지 왜 몰렸나

투자자 명단을 보면 이번 거래가 단순한 크립토 벤처투자와 다르다는 점이 드러난다.

Nasdaq Ventures는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 운영사 중 하나인 Nasdaq의 벤처투자 조직이다.

BNP ParibasRoyal Bank of Canada는 글로벌 대형 은행이다.

Broadridge는 글로벌 금융시장 인프라와 증권 처리 시스템을 제공한다.

SusquehannaDRW는 세계적인 트레이딩 기업이다.

여기에 Coinbase Ventures와 Stellar, Canton Foundation 같은 블록체인 업계 투자자도 참여했다.

서로 다른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금융자산이 블록체인으로 이동하면 모두 정확하고 표준화된 데이터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다음 시장은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

월가가 Kaiko에 관심을 갖는 배경에는 토큰화(Tokenization)​가 있다.

토큰화는 주식이나 채권, 국채, 펀드 같은 기존 금융자산의 권리나 가치를 블록체인상의 토큰 형태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장이 커질 경우 기존 금융과 암호화폐의 경계가 흐려진다.

주식이 블록체인에서 24시간 거래되고 국채와 머니마켓펀드가 스마트컨트랙트에서 담보로 사용된다면 기존 주식시장용 데이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통 금융 데이터와 온체인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해진다.

Kaiko는 이번 투자금을 활용해 핵심 데이터 사업을 강화하고 토큰화 시장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를 확대할 계획이다.

24시간 금융시장은 데이터도 24시간 필요하다

블록체인의 또 다른 특징은 시장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는 정규 거래시간이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주말에도 거래된다.

토큰화된 금융자산까지 이런 구조로 이동한다면 금융기관의 데이터 시스템 역시 24시간 움직여야 한다.

Bloomberg도 이번 투자를 전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의 24시간 거래 확대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인프라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월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비트코인을 매매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주식과 채권, 국채, 펀드까지 온체인으로 이동할 경우를 대비한 데이터와 가격평가, 거래 인프라다.

코인을 사는 것보다 ‘도로’를 사는 투자

이번 거래가 흥미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S&P Global이나 Nasdaq 같은 기업이 특정 암호화폐 가격 상승에 베팅한 것은 아니다.

대신 디지털자산 시장이 커질수록 반드시 필요해지는 시장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했다.

인터넷 산업 초기와 비교하면 특정 인터넷 기업의 성공 여부에 베팅하기보다 인터넷을 움직이는 서버나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접근이다.

어떤 블록체인이 최종 승자가 되든,

어떤 토큰이 살아남든,

기관이 블록체인 시장에서 거래하려면 가격과 유동성, 위험을 측정할 데이터가 필요하다.

월가의 온체인 진입, 이제 ‘실험’ 단계를 지나나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은행, 거래소, 금융정보회사, 트레이딩 기업과 크립토 기업이 동시에 참여했다.

Kaiko는 투자자들과 함께 Strategic Industry Working Group도 구성한다.

이 그룹은 토큰화 시장에서 필요한 데이터 인프라와 표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즉 투자자들이 단순히 돈만 넣고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앞으로 기관용 온체인 금융시장이 어떤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지 직접 논의하는 구조다.

S&P는 이미 Kaiko와 국채 지수를 온체인으로 옮겼고, 디지털자산 지수 사업도 통합했다.

이제 여기에 1억1천만달러 규모의 Series B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합류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관 진입을 보여주는 신호가 더 이상 ETF 자금 유입만은 아닌 이유다.

월가는 코인뿐 아니라 코인을 거래하는 시장의 ‘도로·지도·신호등’까지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S&P·Nasdaq·BNP Paribas·RBC 같은 기업들이 동시에 돈을 넣었다는 사실은, 이들이 보고 있는 다음 시장이 단순한 비트코인 거래를 넘어 24시간 온체인 자본시장 인프라라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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