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3일 수요일 12:56
“우리 블록체인 이제 필요 없다”…ZetaChain, 자체 L1 접고 솔라나로 간다
이정민 기자upjm000@gmail.com
거버넌스 투표 99.4% 찬성…ZETA 1대1로 Solana SPL 전환, 독립체인 대신 AI 앱 ‘Anuma’ 집중

크로스체인 프로젝트 ZetaChain 커뮤니티가 자체 Layer 1 블록체인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네이티브 토큰 ZETA를 Solana로 이전하는 계획을 압도적인 표차로 승인했다.
9월 20일 종료된 Governance Proposal 68 투표 결과 찬성률은 99.4%에 달했다.
투표 참여율은 58%로 의결정족수 40%를 넘어섰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약 0.3%였다.
한때 여러 블록체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독립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던 프로젝트가 이제는 직접 체인을 운영하는 대신 Solana 인프라 위에서 사업을 이어가기로 한 것이다.
ZETA도 솔라나 토큰으로 바뀐다
계획대로 마이그레이션이 완료되면 현재 ZetaChain의 네이티브 ZETA는 Solana의 SPL 토큰으로 전환된다.
교환 비율은 1대1이다.
기존 ZETA의 티커와 전체 공급량은 그대로 유지되며 새로운 토큰을 추가 발행하는 방식은 아니다.
기존 베스팅 일정 역시 유지된다.
다만 기술적인 변화가 하나 있다.
현재 네이티브 ZETA는 소수점 18자리를 사용하는 반면 Solana로 이전되는 SPL ZETA는 9자리를 사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9자리 이하에서 표현할 수 없는 극소량 잔액은 전환 과정에서 절삭될 수 있다.
Ethereum과 BNB Chain에 존재하는 ZETA는 이번 Proposal 68의 직접적인 마이그레이션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그런데 왜 자기 블록체인을 포기하나
ZetaChain은 애초에 독립적인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상당한 자원을 투입했던 프로젝트다.
2023년에는 Blockchain.com, Jane Street Capital 등이 참여한 투자 라운드에서 2,700만달러를 조달했다.
목표는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Bitcoin과 Ethereum처럼 구조가 전혀 다른 네트워크의 자산을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옴니체인’ 인프라가 핵심 비전이었다.
이후 Cosmos SDK 기반의 자체 Layer 1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독립적인 L1을 유지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다.
ZetaChain 측은 이번 제안에서 Cosmos SDK 체인을 운영할 경우 상위 소프트웨어에서 보안 권고나 패치가 나올 때마다 수십 개의 독립 검증자들과 업데이트를 조율해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블록체인을 직접 운영하는 것 자체가 프로젝트의 핵심 제품 개발에 들어갈 자원을 계속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제 핵심 사업은 블록체인이 아니라 AI
ZetaChain의 방향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Anuma다.
Anuma는 ZetaChain 팀이 개발하고 있는 프라이버시 중심 멀티모델 AI 애플리케이션이다.
프로젝트 측에 따르면 현재 사용자는 30만명 이상이다.
여러 AI 모델을 하나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고 이용자의 메모리를 암호화해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사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ZETA 토큰 역시 Anuma에서 활용된다.
이용자가 ZETA를 잠그면 AI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크레딧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결국 프로젝트의 중심이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독립 L1’에서 ‘사용자가 실제로 이용하는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팀은 이 AI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굳이 자체 블록체인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솔라나를 선택한 이유
ZetaChain 측은 Solana가 이미 대규모 사용자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속도와 유동성, 지갑 및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체 체인의 검증자·보안·업그레이드 등을 직접 관리하는 대신 기존 Solana 인프라를 활용하고, 개발 역량을 Anuma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바로 며칠 전 Solana 자체도 대규모 성능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Solana는 최근 Alpenglow 공개 테스트넷을 가동하며 현재 약 12.8초 수준인 거래 최종 확정 시간을 목표치 기준 약 150밀리초까지 단축하는 새로운 합의 구조를 시험하고 있다.
ZetaChain의 결정까지 이어지면서 Solana는 단순히 하나의 L1 경쟁자가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들이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위해 선택하는 기반 인프라로서의 존재감도 키우고 있다.
아직 ZetaChain이 꺼진 것은 아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ZetaChain 블록체인은 현재 종료되지 않았다.
Proposal 68이 통과됐다고 해서 즉시 네트워크가 멈추거나 ZETA가 자동으로 Solana 토큰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현재 ZetaChain L1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ZETA 스테이킹 역시 계속되고 있다.
실제 종료를 위해서는 두 번째 거버넌스 제안이 필요하다.
후속 제안에서는
네이티브 ZETA 잔액을 기록할 스냅샷 블록 높이, ZetaChain의 최종 종료 블록, Solana ZETA 수령 방법, 연결된 다른 체인의 자산을 인출하는 절차, 거래소의 토큰 전환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ZetaChain은 주요 거래소들이 토큰 스왑 절차를 확인하기 전까지 후속 제안을 투표에 올리지 않을 방침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정확한 네트워크 종료 날짜가 확정되지 않았다.
“L1 하나 더 만들기” 시대가 끝나가나
이번 결정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ZetaChain 하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프로젝트가 성장하면 자체 Layer 1이나 Layer 2를 만드는 것이 하나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자체 체인을 만들면 네트워크 수수료와 토큰 활용처를 직접 설계할 수 있고 생태계 전체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대가도 크다.
검증자 확보, 보안 업데이트, 네트워크 운영, RPC와 탐색기, 브리지, 지갑, 거래소 지원, 개발자 생태계까지 직접 관리해야 한다.
사용자가 충분히 늘지 않는다면 이런 인프라는 프로젝트의 경쟁력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이 될 수 있다.
ZetaChain의 선택은 반대 방향이다.
“블록체인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이미 사용자가 있는 블록체인 위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을 선택했다.
2,700만달러 투자받은 L1도 결국 선택과 집중
2023년 2,700만달러를 조달하고 독립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프로젝트가 불과 몇 년 뒤 자체 L1 종료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블록체인 업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ZetaChain이 블록체인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ZETA 토큰은 그대로 유지되고 프로젝트 역시 Solana 위에서 계속된다.
달라지는 것은 ‘자기 블록체인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전략이다.
Proposal 68에 참여한 표의 99.4%가 이 방향에 찬성했다.
이제 ZetaChain의 성패를 결정할 것은 자체 체인의 TPS나 검증자 숫자가 아니라, Solana 위로 이동한 이후 Anuma라는 실제 제품이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ZETA에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 수 있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ZetaChain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다른 중소형 L1 프로젝트에도 같은 질문이 던져질 수 있다.
“우리는 정말 자체 블록체인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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