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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5일 금요일 12:08

코스피 ‘검은 금요일’…AI 반도체 차익실현에 5%대 급락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환율 급등·외국인 20일째 순매도 겹쳐…젠슨 황 방한 기대감도 지수 방어 실패

코스피 ‘검은 금요일’…AI 반도체 차익실현에 5%대 급락

코스피가 5일 대형 반도체주 급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5% 넘게 하락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방문 과정에서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이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지만, 관련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는 인식 속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지수를 방어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거래를 마쳤다. 낙폭은 역대 세 번째 규모로, 장중 한때 8038.10까지 밀리며 8000선 붕괴를 위협받았다. 급락 여파로 장 초반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장 마감 기준 6685조원대로 내려앉으며, 최근 사상 처음 돌파했던 7000조원 선을 3거래일 만에 내줬다.

하락의 중심에는 외국인 매도와 환율 급등이 있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조5387억원, 943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 이후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으며,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7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개인은 4조2238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원/달러 환율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49원대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를 키우며 국내 증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약세를 보인 점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줬다. 브로드컴이 AI 반도체 매출 전망 부진 우려로 12% 넘게 급락했고, 마이크론과 AMD도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6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큰 폭으로 밀렸다. 삼성전자는 6.40% 하락하며 32만원대로 내려왔고, SK하이닉스는 9.92% 급락해 200만원대로 후퇴했다. SK스퀘어, LG전자, NAVER, 두산 등 젠슨 황 방한과 엔비디아 협력 기대감이 반영됐던 종목들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AI 반도체 랠리에 대한 과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브로드컴의 부진한 전망이 차익실현의 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고용보고서 발표를 앞둔 경계감, 환율 급등, 외국인 매도세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다만 급락장 속에서도 은행주는 방어주로 부각됐다. KB금융과 신한지주가 상승했고, 일부 조선·음식료·섬유의류 업종도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도체와 기술주 중심의 급등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고배당·가치주로 일부 이동하는 순환매 흐름도 나타난 셈이다.

코스닥지수도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992.80까지 떨어지며 1000선을 내줬지만, 막판 낙폭을 줄이며 종가 기준으로는 천스닥을 가까스로 지켰다. 에코프로비엠은 급락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알테오젠에 내줬다.

이번 급락은 국내 증시가 AI·반도체 기대감에 크게 오른 이후, 작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젠슨 황 CEO의 방한이라는 호재성 이벤트도 이미 선반영된 기대를 넘어서는 새로운 재료가 되지 못했고, 시장은 다시 환율과 외국인 수급, 미국 기술주 흐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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