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서울

블록체인서울

인사이트

2026년 7월 20일 월요일 14:18

“디자인은 비용 아닌 투자”…장기민 교수가 말하는 기업·도시의 경쟁력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장기민

세종대학교(겸임교수)

“사람의 선택을 설계해야 살아남는다”…브랜딩부터 정책자금·창업·도시 입지까지

“디자인은 비용 아닌 투자”…장기민 교수가 말하는 기업·도시의 경쟁력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닙니다. 사람의 선택을 이끌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며, 도시와 사회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경제적 설계입니다.”

산업디자인과 공간디자인, 경영학, 경제학, 도시계획을 공부한 장기민 교수는 디자인을 기업과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바라본다.

제품의 외형이나 로고를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사업구조와 고객 경험, 공간의 동선, 기업의 재무구조와 도시의 이미지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블록체인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경제와 기업 브랜딩, 중소기업 정책자금, 경영 위기 진단, 창업 입지와 개인의 생존 전략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교수님이 말하는 ‘디자인경제’란 무엇입니까.

제가 말하는 디자인경제는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기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람의 선택을 이끌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며, 도시와 사회의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경제적 설계의 과정입니다.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뿐 아니라 기업의 사업구조, 고객의 경험, 공간의 동선, 도시의 이미지까지 결정합니다.

결국 디자인은 비용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과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에는 기술과 품질만으로 기업의 차별성을 설명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제품과 서비스가 빠르게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 못지않게 고객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사용되며, 기억되는가가 중요합니다.

좋은 기술이 시장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경우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가치를 전달하는 구조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시설과 건축물을 충분히 공급했다고 해서 좋은 도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고, 기업이 투자하고 싶으며, 다시 방문하고 싶은 경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디자인경제를 ‘보이지 않는 가치를 경제적 성과로 전환하는 설계’라고 정의합니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과 도시는 기능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의 선택을 설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Q. 기업이 자기만의 ‘브랜드다움’을 찾으려면 무엇부터 점검해야 합니까.

기업이 브랜드다움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로고나 슬로건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반복하는 기업인가”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합니다.

브랜드는 기업이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아니라 고객과 시장이 그 기업을 경험한 뒤 갖게 되는 일관된 인식입니다.

좋은 품질, 친절한 서비스, 혁신적인 기술과 같은 표현은 대부분의 기업이 사용합니다.

그러나 브랜드다움은 모든 기업이 주장할 수 있는 보편적인 장점이 아니라 특정 기업만이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선택의 방식에서 만들어집니다.

가격보다 품질을 우선하는지, 속도보다 신뢰를 중시하는지, 대중성을 추구하는지, 전문성을 좁고 깊게 구축하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대표자의 성향도 브랜드에 큰 영향을 줍니다. 특히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자의 판단 속도, 위험 감수 성향, 고객을 대하는 태도,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 곧 기업의 성격으로 나타납니다.

다만 대표자의 개성이 그대로 브랜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개인의 장점은 조직의 기준과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지속 가능한 브랜드가 됩니다.

저는 브랜드 전략을 세울 때 기업이 가진 강점을 과장하기보다 고객에게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약속이 무엇인지부터 찾습니다.

브랜드다움은 새롭게 꾸며내는 이미지가 아니라 기업이 이미 반복해 온 좋은 선택을 발견하고, 이를 일관된 언어와 경험으로 정리하는 일입니다.

Q. 중소기업이 정책자금과 지원제도를 활용할 때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놓치는 부분은 정책자금을 일회성 자금 확보의 문제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기업이 자금이 필요해진 뒤에야 지원제도를 찾지만, 정책자금과 각종 기업지원 제도는 평소의 재무관리와 사업계획, 고용구조, 기술개발 실적과 연결돼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기업은 좋은 사업과 기술을 보유하고도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특히 기업이 실제로 가진 경쟁력과 재무제표, 사업계획서, 각종 인증 및 연구개발 자료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지만 외부 평가기관이 보는 자료에는 매출구조의 불안정성, 현금흐름의 부담, 과도한 가지급금이나 부채, 기술 경쟁력에 대한 증빙 부족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책자금은 신청서를 잘 작성하는 기술보다 기업의 경영 상태를 미리 정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금의 사용 목적과 예상 성과가 명확해야 하고, 조달 이후 매출과 생산성, 고용, 기술개발 가운데 어떤 지표를 개선할 것인지도 계획돼야 합니다.

필요할 때 돈을 구하는 기업보다 돈이 투입됐을 때 무엇이 달라질지를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이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자금은 기업의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는 돈이 아닙니다.

잘 준비된 기업에는 성장의 시간을 앞당기는 자원이 되지만,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는 부채와 비용을 늘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금 조달의 핵심은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그 자금이 기업의 어떤 구조를 바꾸게 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 디자인은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선택과 기업의 가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Q. ‘재무제표 디자이너’, ‘기업 MBTI’, ‘경영 재생 치료’는 어떤 개념입니까.

‘재무제표 디자이너’는 숫자를 임의로 바꾸거나 회계를 꾸민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업의 실제 경영활동이 합법적이고 적정한 회계처리를 통해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경영구조를 설계한다는 의미입니다.

매출은 성장했지만 현금흐름이 악화될 수도 있고, 기술과 특허를 보유했지만 기업가치로 충분히 설명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간극을 찾아 기업의 실체와 외부에서 평가되는 모습이 최대한 일치하도록 관리합니다.

‘기업 MBTI’는 기업을 단순히 열여섯 가지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하려는 도구가 아닙니다.

기업마다 의사결정 방식과 성장 속도, 위험 감수 수준, 조직문화와 시장 대응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한 해석 모델입니다.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기업과 안정적으로 현금을 축적하는 기업에 동일한 경영 처방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경영 재생 치료’는 문제가 발생한 한 부분만 처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의 회복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개념입니다.

위기 기업을 진단할 때 저는 먼저 생존의 시간을 확인합니다.

현금흐름과 부채 상환 일정,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 고정비 부담을 살펴 기업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을 판단합니다.

그다음 손익구조와 자산·부채의 질, 대표자와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 주력사업의 시장성을 분석합니다.

이후에는 문제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즉시 멈춰야 할 출혈,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구조, 장기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사업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실행력을 잃게 됩니다.

경영 재생은 무너진 기업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일이 아니라 생존의 시간을 확보하고 회복의 순서를 정하는 일입니다.

Q. 기업이나 창업자가 도시와 상권, 공간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기준은 무엇입니까.

기업의 입지는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그 장소가 기업의 고객과 인재, 공급망, 협력기관과 얼마나 효율적으로 연결되는가입니다.

유동인구가 많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고객이 아니라면 좋은 입지가 아닙니다.

임대료가 저렴하더라도 인재를 구하기 어렵거나 물류비용이 증가한다면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됩니다.

공간은 기업의 사업모델을 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같은 업종이라도 고객이 오래 머물러야 하는 사업과 빠르게 회전해야 하는 사업의 공간 전략은 달라야 합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은 상징성이 높은 중심지보다 교통 접근성과 물류, 인력 확보, 운영비용의 균형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서울과 수도권은 자본과 전문인력, 정보와 네트워크가 집중되는 장점을 계속 가질 것입니다.

반면 지방 도시는 서울을 그대로 축소해 따라가기보다 지역이 가진 산업기반과 생활환경을 활용해 특화된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조업 기반 도시와 관광도시, 대학도시, 농식품 산업지역은 서로 다른 창업 모델을 가져야 합니다.

원격근무와 디지털 기반 사업이 확산되면서 모든 기업이 서울 중심부에 있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소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기업의 정체성과 사업방식에 맞는 도시를 선택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래의 입지 경쟁은 중심지에 들어가는 경쟁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연결망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개인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길러야 할 역량은 무엇입니까.

앞으로 개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자신의 능력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가치로 번역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식과 경험이 많아도 그것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시장에서는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말은 잘하지만 실제 성과와 근거가 없다면 신뢰를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AI가 자료를 만들고 정보를 정리하는 시대에는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쟁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며, 자신의 판단을 더해 실행 가능한 결과로 만드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프레젠테이션과 퍼스널브랜딩도 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구조화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는 직무명보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경험을 정리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자격증과 대외활동의 개수를 늘리기보다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으며,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은 완성된 사람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근거를 찾습니다.

예비 창업자에게는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보다 고객의 반응을 먼저 확인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창업자가 사랑하는 제품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은 다를 수 있습니다.

작은 규모라도 고객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지 검증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수익구조를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취업과 창업은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잘하는가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장이 가진 어떤 문제를 내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합니다.

앞으로 살아남는 사람은 자신을 크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구체적인 결과로 보여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프로필] 장기민

장기민 교수는 산업디자인과 디자인학, 경영학, 경제학, 도시계획을 두루 공부한 대학교수이자 평론가다. 한양대학교 이노베이션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을 수석으로 마쳤다. 현재 세종대학교 겸임교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경제 칼럼니스트로도 글을 쓰고 있다. 디자인과 경제·경영, 도시계획을 연결해 기업 브랜딩과 창업 전략, 중소기업 경영환경, 도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Copyrights ⓒ BLOCKCHAINSEOU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목록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