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월요일 05:03
“경력은 쌓고 싶은데 중소기업은 싫다”…청년 취업시장, 끊어진 ‘첫 직장 사다리’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기업은 경력직 선호하지만 중소기업 지원은 5.1%에 그쳐 낮은 보상과 불투명한 성장 경로가 청년 구직자 발목

기업들이 실무 경험을 갖춘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청년 구직자들이 첫 취업 단계부터 경력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청년들은 계약직이나 중소기업에서라도 먼저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낮은 임금과 복지, 불투명한 성장 가능성 때문에 중소기업을 첫 직장으로 선택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20일 연합뉴스가 청년 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취업 관련 문항에 응답한 59명 가운데 33명인 55.9%가 가장 많이 지원하거나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대기업을 꼽았다.
공기업은 13.6%, 중견기업은 11.9%를 기록했지만 중소기업을 선택한 응답자는 5.1%에 불과했다.
반면 당장 취업을 위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경로로는 ‘계약직이라도 먼저 입사해 경력을 쌓겠다’는 응답이 25.4%로 가장 많았다.
‘중소기업에서 먼저 경력을 만들겠다’는 응답도 15.3%를 기록해 경력을 우선 확보한 뒤 이직을 준비하겠다는 청년이 40%를 넘었다.
청년들이 경력 확보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상반기 민간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경력직만 채용하는 공고는 전체의 82%에 달했다. 신입만 뽑는 공고는 2.6%에 그쳤다.
대기업 신입사원 가운데 이미 직장 경력을 보유한 이른바 ‘중고 신입’ 비중도 28.1%에 달했다.
신입 채용 문은 좁아지고 경력직 선호는 강해지면서 청년들은 첫 직장을 구하기 전부터 경력을 증명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쌓은 경력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이직으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인식은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키우고 있다.
청년 구직자들은 단순히 연봉만이 아니라 성과급과 복지, 고용 안정성, 직무 전문성, 향후 이직 가능성까지 고려해 첫 직장을 선택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입사하더라도 짧은 계약을 반복하거나 체계적인 교육 없이 단순 업무만 담당할 경우 경력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청년 인재 확보에 성공한 중소·중견기업들은 성장 기회와 공정한 평가, 투명한 보상 체계를 공통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강소기업인 AP위성은 자기개발비 지원과 사내 멘토링, 장기근속 포상 등을 통해 직원들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AP위성 임직원 190명 가운데 20·30대 비중은 45%에 달하며 연구개발과 생산, 품질, 사업관리 등 주요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아시아비엔씨도 직원들의 경력 확장 경로를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세대나 직급과 관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조직문화를 운영하고 있다.
에이블리는 연 2회 정기 연봉 조정과 비포괄 임금제를 도입해 성과와 보상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회사 규모보다는 직원이 어떤 역량을 쌓을 수 있는지, 성과가 어떻게 평가되고 보상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우수기업의 사례만으로는 중소기업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종사자 가운데 중소기업 근로자 비중은 80.4%에 달한다. 기업 일자리 5개 중 4개가 중소기업에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소기업의 월평균 특별급여는 대기업의 17.4% 수준에 머물렀다. 정액 급여뿐 아니라 성과급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임금과 복지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경력을 쌓은 인재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력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에 인재관리와 직무교육 체계를 공유하고, 성과급과 복지 재원을 협력사 근로자와 나누는 상생 구조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구직자의 눈높이를 낮추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성장 기회와 공정한 평가, 안정적인 보상 체계를 갖춘 ‘좋은 중소기업’을 늘리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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