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0일 월요일 22:06
''문 닫은 자리 또 식당''…불황 속 '회전문 창업' 늘어난다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한식 재창업 2만1780곳 최다…치킨·카페·빵집 폐업 급증, 자영업 매출도 감소세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자리에 다시 같은 업종이 들어서는 이른바 '회전문 창업'이 자영업 불황 속에서 늘어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과 중구 등 주요 상권에서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폐업한 자리에 또 다른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상권 자체의 수익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기존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같은 업종의 재창업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일자리의 대안이 부족하고, 음식점과 카페 등 일부 자영업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주방 후드와 배관, 테이블, 집기 등이 이미 갖춰진 점도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드는 것처럼 보이게 해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이전 사업자가 왜 폐업했는지, 실제 매출과 임차료 수준은 어땠는지 등 기본적인 상권 분석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데이터테크기업 빅밸류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재창업 점포 가운데 한식 업종이 2만1780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이 140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연제구 연산동 136곳, 서울 강서구 화곡동 129곳, 인천 부평구 부평동 128곳,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127곳 순이었다.
봉천동의 경우 전체 1149개 점포 가운데 140곳이 폐업 이후 같은 업종으로 다시 창업한 사례로 집계됐다.
자영업 불황은 매출 감소에서도 확인된다.
핀테크 기업 핀다의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에 따르면 전국 음식점업 매출은 2023년 84조166억원에서 2024년 81조2101억원, 지난해 78조4249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8조4178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 음식점 매출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폐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치킨집 폐업은 2020년 8172건에서 지난해 8227건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7305곳에 달했다.
빵집 폐업은 2020년 2051건에서 지난해 3378건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3139곳이 문을 닫았다.
카페 폐업도 2020년 1만1866건에서 2024년 2만291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만8350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감소와 비용 부담이 겹치면서 세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음식점업 부가가치세 체납 건수는 2021년 10만9078건에서 2024년 17만9271건으로 약 64% 증가했다.
체납액도 같은 기간 2067억원에서 3904억원으로 늘었다.
직원 급여와 임차료, 식재료 대금 등을 우선 지급하다 보니 세금 납부가 뒤로 밀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의 임금 수준도 낮은 편이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숙박·음식점업 종사자의 평균 월급은 192만원으로 전 산업 가운데 유일하게 200만원을 밑돌았다.
시간당 임금총액도 1만4670원으로 전 산업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건비 지원만으로는 자영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인력 감축만으로 버티는 방식보다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적은 인력으로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 주문·재고·고객 관리, 상권 분석 등으로 자영업의 운영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영업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폐업 이후 다시 같은 업종이 들어서는 '회전문 창업'이 반복될 경우 상권의 공급 과잉과 자영업자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향후 자영업 정책은 단순한 창업 지원보다 폐업 원인 분석과 재취업 지원, 디지털 전환, 생산성 개선 등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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