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1일 화요일 22:34
'대출 문턱 높이자 취약층부터 막혔다'…다중채무자 신규대출 5년새 32% 급감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DSR 규제 속 3곳 이상 대출 차주 신규취급액 2145만원…1곳 이용 차주와 격차 3배로 확대

가계대출 규제의 충격이 저신용·다중채무자부터 먼저 나타나고 있다.
11일 한국은행의 '차주당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금융기관 1곳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의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은 평균 5557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의 신규 취급액은 2145만원에 그쳤다.
한 곳에서만 대출을 이용하는 차주가 다중채무자보다 평균 3412만원을 더 빌린 셈이다.
격차는 5년 전보다 크게 벌어졌다.
2021년 1분기 금융기관 1곳 이용 차주의 신규 취급액은 4314만원, 3곳 이상 이용 차주는 3174만원이었다.
당시 두 집단 간 차이는 114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412만원으로 약 3배 확대됐다.
신규 대출 규모의 방향도 정반대로 움직였다.
금융기관 1곳을 이용하는 차주의 신규 취급액은 2021년 1분기 4314만원에서 올해 1분기 5557만원으로 1243만원, 28.8% 증가했다.
반면 3곳 이상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의 신규 대출액은 같은 기간 3174만원에서 2145만원으로 1029만원, 32.4% 줄었다.
금융기관 2곳을 이용하는 차주의 신규 취급액도 4464만원에서 4063만원으로 9.0% 감소했다.
대출 금융기관 수가 늘어날수록 신규 대출 여력이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다중채무자는 여러 금융회사에서 동시에 대출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부채 부담이 크다.
금융회사는 신규 대출 심사 과정에서 차주의 기존 대출과 소득, 신용도 등을 함께 평가한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아래에서는 이미 갚아야 할 원리금이 많은 차주일수록 추가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중채무자 상당수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라는 점이다.
추가 대출이 막히면 기존 대출을 다른 대출로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에 나서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금융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신규 대출 여력이 줄어든 차주들이 저축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 이동할 경우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전체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지만 차주별 충격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도가 높고 기존 부채가 적은 차주는 여전히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미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차주는 규제 강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결국 최근 대출 시장에서는 단순히 '대출이 줄었다'는 점보다 누구의 대출이 먼저 줄고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신규 대출이 계속 감소할 경우 취약차주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고금리 금융권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향후 경기 둔화와 소득 감소까지 겹칠 경우 연체율과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DSR 규제 강도와 대출금리 흐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의 수요 이동 여부가 취약차주의 부실 위험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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