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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일 화요일 04:36

"조정은 기회다"…손정의가 AI에 올인하는 이유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AI 모델·반도체·데이터센터를 잇는 소프트뱅크의 초대형 인프라 구상

[사진=AI 생성이미지]
[사진=AI 생성이미지]

과거 알리바바와 야후에 투자하며 인터넷 혁명의 과실을 누구보다 먼저 맛봤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시선이 이제 인공지능(AI)으로 향하고 있다. 그가 최근 내놓은 발언은 단순한 기술 낙관론이 아니다. 글로벌 자본시장과 산업 구조가 앞으로 어디로 움직일지를 보여주는 선언에 가깝다.

손 회장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AI 혁명은 닷컴 혁명보다 10배, 어쩌면 50배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기술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인터넷이 정보의 이동 방식을 바꿨다면, AI는 기업의 생산 방식과 산업의 작동 원리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판단이다.

주목할 부분은 그의 발언이 전망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프트뱅크는 프랑스에 750억 유로를 투자해 5GW 규모의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럽 투자다. 이는 AI 경쟁의 중심이 모델과 알고리즘을 넘어 데이터센터, 전력, 반도체 같은 실물 인프라 확보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의 두뇌가 아무리 뛰어나도 이를 움직일 전기와 공간, 칩이 없다면 산업화는 불가능하다.

물론 시장 한쪽에서는 제2의 닷컴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과열 논란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손 회장은 이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1929년 대공황 당시 자동차와 전자산업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후 100년 가까이 성장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약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최고의 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변동성보다 기술 변화의 장기 흐름을 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투자 포트폴리오도 이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순자산의 절반 이상이 반도체 설계 기업 Arm에 있고, 오픈AI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AI 모델의 두뇌 역할을 하는 오픈AI, 그 두뇌를 구동할 반도체 설계 기반인 Arm, 그리고 이를 떠받칠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결국 손정의 회장이 그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AI 투자가 아니다. AI 모델, 반도체, 전력, 데이터센터를 하나로 묶은 거대한 생태계다. 닷컴 버블 이후 인터넷 기업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됐듯, 그는 AI 인프라를 선점한 기업이 다음 시대의 패권을 쥘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이 흐름을 가볍게 볼 수 없다. AI 경쟁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반도체, 전력, 통신, 클라우드, 제조업까지 모두 연결되는 산업 재편의 문제다. 조정은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손 회장의 말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의 파도는 이미 시작됐고, 그 파도를 탈 준비가 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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