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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5일 토요일 16:45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발행 구조, 작은 국가와 유사”

박원빈 기자wbpark@nanryna.kr

잭 팬들 “세금 대신 신규 ETH 발행해 검증인에게 지급…재산권·가치 교환 보호” 발행량 늘리면 보안 강화되지만 인플레이션·스테이킹 중앙화 위험도 커져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발행 구조, 작은 국가와 유사”

이더리움의 스테이킹과 ETH 발행 구조를 작은 국가의 재정·통화정책에 비유한 분석이 나왔다.

신규 ETH 발행은 국가의 화폐주조이익에, 스테이커에게 지급하는 보상은 재산권 보호를 위한 공공지출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잭 팬들(Zach Pandl) 그레이스케일 리서치 총괄은 최근 이더리움이 하나의 국가라면 핵심적인 정부 서비스는 “재산권과 가치 교환 시스템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반적인 국가는 세금을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 국방과 치안, 행정 등의 공공서비스 비용을 충당한다. 반면 이더리움에는 시민에게 직접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더리움은 네트워크를 검증하고 보호하는 참여자에게 신규 ETH를 발행해 보상한다. 팬들은 이를 화폐 발행자가 화폐를 새로 만들어 얻는 수익을 뜻하는 ‘화폐주조이익’과 비슷한 구조로 설명했다.

이더리움은 2022년 작업증명 방식에서 지분증명 방식으로 전환했다. 검증인은 일정량의 ETH를 스테이킹하고 블록을 제안하거나 다른 검증인의 블록을 확인한다.

검증인이 네트워크 규칙을 정상적으로 준수하면 신규 발행 ETH와 거래 관련 수익을 보상으로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이중서명 등 악의적인 행동을 하면 맡긴 ETH 일부가 삭감되는 슬래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검증인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이더리움에 기록된 자산의 소유관계와 거래 내역을 보호하는 것이다. 누군가 거래 기록을 임의로 바꾸거나 동일한 자산을 중복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합의를 유지한다.

팬들의 비유를 적용하면 이더리움 프로토콜은 통화를 발행하는 중앙은행과 보안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신규 ETH 발행량을 결정하는 것은 통화정책에 해당하고, 발행한 ETH를 검증인에게 보상으로 지급해 네트워크 보안을 구매하는 것은 재정정책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의 발행 정책은 단순한 토큰 공급 문제가 아니라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 네트워크를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보상을 높이면 더 많은 ETH가 스테이킹에 참여할 유인이 생겨 공격자가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신규 발행량이 함께 늘어나면 비스테이킹 보유자의 지분이 희석되고 ETH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스테이킹 보상을 지나치게 낮추면 발행량을 억제할 수 있지만 검증 참여 유인이 떨어져 네트워크 보안 수준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스테이킹된 ETH가 많다고 해서 보안이 항상 같은 비율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스테이킹은 추가적인 보안 효과보다 ETH 발행 부담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그레이스케일은 앞서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보상 구조를 일정 수준까지만 장려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과도한 스테이킹이 ETH 공급 증가와 검증인 중앙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이유다.

스테이킹 물량이 소수 대형 사업자와 유동성 스테이킹 프로토콜에 집중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많은 ETH가 스테이킹되더라도 검증 권한이 몇몇 운영자에게 집중되면 거래 검열과 시스템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더리움에는 합의 안전성과 관련된 주요 지분 기준도 존재한다. 악의적인 주체가 스테이킹 물량의 약 3분의 1을 통제하면 완결성을 방해할 수 있고 절반 또는 3분의 2 수준에 접근하면 체인 선택과 완결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팬들도 이번 국가 비유가 이더리움의 전체 경제 구조를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했다.

가장 중요한 누락 요소는 ETH 소각이다. 이더리움은 EIP-1559에 따라 거래 이용자가 지급하는 기본 수수료를 소각한다. 네트워크 사용량이 많아 소각량이 신규 발행량보다 커지면 ETH 총공급은 감소할 수 있다.

이용자가 내는 기본 수수료는 공공 인프라 이용료 또는 세금과 유사하게 볼 여지도 있다. 다만 이 수수료는 정부 재정으로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소각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세금과는 다르다.

검증인의 실제 수익도 신규 발행 ETH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우선순위 수수료와 최대추출가치(MEV)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추가될 수 있어 네트워크의 보안비용과 검증인 수익을 분석하려면 이 요소들을 함께 봐야 한다.

프로토콜 변경이 이뤄지는 거버넌스 구조 역시 국가와 차이가 있다. 이더리움에는 중앙정부나 단일 의회가 없으며 개발자와 검증인, 이용자, 애플리케이션 운영자 등이 제안과 논의를 거쳐 업그레이드 방향을 결정한다.

결국 ‘작은 국가’라는 표현은 이더리움이 실제 국가라는 의미가 아니라, 신규 통화 발행을 통해 공공재인 네트워크 보안을 조달하는 경제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비유다.

향후 이더리움의 핵심 과제는 네트워크 공격 비용을 충분히 높게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ETH 발행과 스테이킹 중앙화를 줄이는 것이다.

발행과 소각, 검증인 보상 구조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ETH의 장기적인 희소성과 이더리움의 보안 수준을 함께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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