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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목요일 06:38

[기자수첩] 전세사기 막자더니 등기부 열람료 인상…국민 안전에 가격표 붙이나

구선 기자kooblock@daum.net

700원에서 1100원으로 57% 인상 추진…등기부 확인은 선택 아닌 필수

[기자수첩] 전세사기 막자더니 등기부 열람료 인상…국민 안전에 가격표 붙이나

전세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정부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등기부등본부터 확인하라고 조언한다.

집주인이 누구인지, 근저당권은 얼마나 설정돼 있는지, 압류나 가압류는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정부가 강조하는 이 기본적인 확인 절차에 더 많은 비용이 들게 됐다.

대법원이 인터넷등기소의 등기기록 열람 수수료를 현행 700원에서 1100원으로, 등기사항증명서 발급 수수료를 100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57.1%, 40% 인상이다.

대법원은 장기간 동결된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와 운영비가 늘어난 반면 부동산 거래 침체로 수수료 수입은 감소하고 있어 안정적인 등기행정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개정안은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돼 11월 9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물론 행정서비스에도 비용은 든다. 수십 년간 유지된 수수료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행정서비스를 단순한 비용 회수의 관점에서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특히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금융·부동산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공공정보라면 더욱 그렇다.

등기부등본은 단순한 민원서류가 아니다. 전세보증금 수천만 원, 많게는 수억 원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계약 전 한 번 확인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계약 당일과 잔금 지급 직전까지 권리관계가 달라지지 않았는지 반복해서 확인해야 한다.

물론 400원이 큰돈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다.

국민에게 전세사기를 예방하라고 요구하면서 그 예방에 필요한 공적 정보의 문턱을 높인다는 정책적 모순이 핵심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주민등록등·초본과 건축물대장 등 여러 공공서류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발급받을 수 있다.

그런데 주거와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등기정보에는 여전히 비용을 부과한다. 국민의 알 권리와 거래 안전이라는 측면에서 무료화 여부를 검토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더구나 국회예산정책처와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전자적 등기기록 열람·발급 건수는 2017년 약 2187만 건에서 2023년 1억5766만 건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수수료 수입도 약 4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많은 국민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라면 수수료 인상에 앞서 운영비 구조와 재원 조달 방식부터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회에는 인터넷을 통한 등기기록 열람·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는 내용의 부동산등기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홍기원·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추진한 법안은 공적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국민의 주거 안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등기정보 무료화가 모든 전세사기를 막아 주지는 못한다. 등기부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위험도 존재한다.

그러나 필요한 정보를 누구나 부담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피해 예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전세사기를 막고 싶다면 피해가 발생한 뒤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만큼이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에게 안전한 거래를 강조하면서 정작 안전을 확인하는 비용을 높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등기부 열람료 인상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공공정보의 문턱을 낮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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